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

소담한 강릉 그 골목 거닐면 ‘몸도 맘도 힐링’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4/03 [11:58]

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

소담한 강릉 그 골목 거닐면 ‘몸도 맘도 힐링’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4/03 [11:58]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을 따르느라 석 달 가까이 외출을 자제한 채 집안에 콕 박혀 지내고 있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손짓을 하지만 ‘봄꽃 명소’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제발 올해는 꽃구경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꽃구경을 하러 남녘으로 떠났던 여행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음놓고 외출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위로와 재충전의 낭만 여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를 소개한다.

 


 

바다와 커피, 그리고 옛 거리 향수 깃들어 낭만 여행에 그만
경포호 산책로 꽃비로 물들고…자전거 타고 꽃길 달리면 행복


용머리해안은 원시 제주도 모습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
끊임없이 철썩대는 파도…제주도 태동하던 때 맥박 소리인 듯

 

1. 강릉의 봄날


강원도 강릉은 바다와 커피, 그리고 옛 거리의 향수가 깃들어 있다. 딸에게는 인생 사진을 얻기 좋은 핫 플레이스가 많고, 엄마에게는 국도 7호선의 추억이 잔잔한 울림을 안겨 세대를 넘나든다. 꽃 피는 4월, 엄마와 딸이 함께 떠나는 여행지로 최적이다. 특히 강릉시 명주동은 소담한 골목과 공간이 모녀의 수다를 이끈다.

 

▲ 강릉대도호부 관아 내 임영관 삼문. 


강릉은 삼국시대에 하슬라, 통일신라 때 명주라 불렸다. 명주동은 도시의 옛 지명이 동네 이름이다. 그에 걸맞게 고려에서 조선까지 이어진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 강릉부의 행정 읍성인 강릉읍성, 일제강점기 적산 가옥 등이 자리한다. 강릉시청도 2001년까지 명주동에 있었으니 약 1000년 동안 강릉의 중심지 기능을 했다. 몇 해 전부터 오래된 것의 가치가 재발견되며 작고 아름다운 뉴트로 풍경이 부쩍 늘었다. 지금은 남문동까지 아우른다.

 

▲ 젊은 감성이 풍기는 강릉 명주동의 작은 카페들. 


명주동 여행은 ‘작은공연장 단’ 앞 삼거리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작은공연장 단’은 교회 건물을 개조해 120석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연극과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작은공연장 단’ 앞에는 적산가옥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은 향나무가 시선을 끈다.


그 옆은 1940년대 지은 방앗간을 개조한 카페 겸 갤러리 ‘봉봉방앗간’이다. 커피 좋아하는 이들이 꼭 들르는 명주동 방앗간이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칠이 벗겨진 노란 벽과 담쟁이덩굴, 커다란 나무 문, 너른 유리창, 고딕체로 쓴 낡은 간판, 빨간 자전거 한 대가 한 편의 영화처럼 설레게 한다.

 

▲ 강릉시 명주동의 인기 포토 존 ‘봉봉방앗간’. 


명주동을 찾는 이들이 카페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엄마 세대에게는 오렌지 음료를 떠올리게 하는 카페 이름 봉봉(bonbon)은 ‘좋아좋아’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봉봉방앗간 오른쪽은 낡은 주택 같지만 외과 병원이 있던 자리다. 마을 사람들이 ‘강릉 최초의 병원’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유서 깊은 건물이다.


맞은편 파랑달은 명주동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파랑달이 4월 첫선을 보이는 ‘시나미, 명주 나들이’는 명주마실코스(수~목요일)와 명주시나미코스(금~일요일)로 나뉜다. 시나미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시나브로의 강원도 말이다.


명주마실코스는 마을 해설 미디어 트레킹이 주를 이룬다. 빨래터나 성벽 등 미리 촬영한 명주동 골목 영상을 태블릿 기기로 보며 마을을 구경한다. 영상에는 무월랑과 연화 낭자의 사랑 이야기가 거리 연극처럼 담겼고, 이야기꾼 김시습, 그래피티를 하는 허난설헌 등 강릉의 위인이 등장해 흥미롭다. 태블릿 기기를 보며 이동하니 지나가는 차량에 유의해야 한다.


명주시나미코스는 마을 해설사의 육성을 빌려 동네를 여행한다. 마을 해설사는 명주동 할머니들이다. 운이 좋으면 그들의 이웃집인 옛 적산 가옥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가꾼 길가 화단 ‘작은정원’도 반갑다.


프로그램 참여 없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근현대 의상으로 멋을 내보자. 파랑달은 명주동 인포메이션센터 역할과 근현대 의상 대여소를 겸한다. 엄마와 딸이 ‘모던 걸’처럼 옷을 맞춰 입고 추억을 남겨도 좋다. 마침 명주동에는 근현대 의상과 어울리는 장소가 많다.


‘작은공연장 단’이 자리한 다음 골목에는 적산가옥을 활용한 카페들이 눈길을 끈다. 옛 풍경 속에서 시간 여행자인 양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었다 갈 만하다. 동쪽으로는 옛날 강릉의 정치 1번지 ‘청탑다방’ 주변이 포토 존 역할을 한다.


남대천 가까이 1940년대 여인숙을 개조한 카페도 흥미롭다. 방이 7칸 있던 여인숙이 어떻게 카페로 바뀌었는지 살펴보면 한층 재미나다. 여인숙 맞은편에 무속인의 점집과 카페가 이웃한 모습 또한 명주동의 지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 사람들의 옛 생활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햇살박물관에 가자. 인쇄소로 사용하던 2층 주택이 2017년, 명주동과 남문동 주민의 생활용품과 소장품을 모아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마을 풍경을 찍은 흑백사진, 다이얼 전화기와 책상 TV, 옛 가수의 브로마이드 등이 향수를 자극한다. 햇살박물관은 ‘시나미, 명주 나들이’ 운영 시간 중심으로 개방하니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햇살박물관 앞 남문길은 한적한 동네 도로 같지만, 과거에 시외버스가 지나는 대로였다. 가구점이 많아 가구거리로도 불렸다. 3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장칼국수와 해장국을 파는 집이 번화하던 시절을 증언한다. 빵과 수프를 내는, 주인장이 낙타를 닮았다는 아담한 가게와 상큼한 꽃집 등도 다정한 모녀처럼 자리한다. 나란히 걷거나 마주 앉아 봄 햇살을 누리기 좋다.


4월 강릉은 봄꽃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올해 강릉경포벚꽃잔치는 취소됐지만, 경포호는 변함없이 벚꽃 천국이다. 명주동을 잇는 봄 여행지로 제격이다. 1960년 경포해수욕장을 개장하며 심은 벚나무는 이제 어엿한 고목이 되어 호수 산책로를 꽃비로 물들인다. 인근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봄바람 맞으며 꽃길을 달려도 행복하다.

 

▲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포호. 


강릉 바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엄마 세대에게는 국도 7호선 변 정동진역이 랜드마크다. 밤차와 드라마 〈모래시계〉 등이 옛 기억을 소환한다. 바다가 보이는 플랫폼이나 해안선을 끼고 기차가 들어서는 모습은 여전히 정동진의 매력이다.


정동진레일바이크는 일대 풍경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줄곧 바다를 끼고 이동한다. 전동으로 운행해 페달 밟는 수고를 덜 수 있다.

 

▲ 바다 옆을 달리는 정동진레일바이크.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 정동진역에서 가깝다. 강릉 정동진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를 따라 조성한 탐방로는 정동진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 사이 약 2.86km 구간이다. 바다 쪽으로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이다. ‘국내 최대 해안단구’라는 가치가 아니더라도 정동진 바다 풍경만으로 거닐 만하다.


미술관 역시 엄마와 딸이 함께할 만한 정동진 인근 여행지다. 바다 옆 하슬라아트월드는 현대미술관과 조각공원, 바다카페, 뮤지엄호텔이 어우러진 복합 예술 공간이다. 건물 안팎을 넘나드는 이동로, 색감과 형태가 흥미로운 작품, 무엇보다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율동감을 더한다. 작품과 어우러진 포토 존이 다양해, 모녀의 여행을 추억할 사진 한 장 남겨봄 직하다.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2. 제주의 봄날


푸른 바다 위에 솟아난 신비로운 화산섬. 제주도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질공원이다. ‘화산학의 교과서’라 일컬어지는 세계적 지질 자원의 보고로, 독특하고 희귀한 화산지형이 많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까지 인정받은 제주도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2018년 재인증 현장평가를 토대로 심의한 결과 그린카드(green card)를 받음으로써 지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재인증에 성공했다.


제주도는 화산과 햇빛, 바람, 파도 등이 상호작용하며 오랜 시간 공들여 빚은 섬이다. 수백만 년 전 제주도 일대는 점토와 모래층이 바닷물에 드러났다 잠겼다 하는 얕은 바다였다. 수많은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거듭되면서 지금 같은 제주도가 형성된 것이 약 180만 년 전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화산활동이 처음 일어난 곳은 어디일까? 서남부 해안 지대인 용머리해안은 원시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제주도의 탄생 기원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따라 걷는 동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평가에 맞춰 종전 코스를 정비했다. 용머리해안을 중심으로 산방연대와 산방굴사를 둘러보는 A코스(약 2km, 1시간 30분 소요), 사계포구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걷는 B코스(약 2.5km, 1시간 30분 소요), 산방연대에서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약 5.7km, 2시간 30분 소요)로 나뉜다. 용머리해안 입구에 지질트레일 해설사가 상주해 오후 3시 이전이면 언제든 해설을 요청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화산이 세 번 폭발했는데, 분화구에서 터져 나온 마그마와 화산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완만한 언덕 모양 화산체인 응회환을 만들었다. 물결치듯 겹겹이 층을 이룬 지층 단면은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마그마에 용해된 물질이 급속히 식으면서 모래알만 한 화산쇄설물이 형성되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쌓여 이색적이고 웅장한 원시 제주의 지질층이 탄생했다.


언덕 아래 탐방 코스를 따라가면 해안가에 드러난 독특한 지층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곳은 태초의 제주나 다름없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라. 끊임없이 철썩대는 파도가 제주도가 태동하던 때의 맥박 소리처럼 들린다.


용머리해안은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은 날엔 출입이 금지된다. 1년 중 관람 가능한 날이 200일이 채 안 된다니, 날씨 운이 따라야 태초의 제주와 조우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이 변하므로, 출발 전에 탐방안내소에 관람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것이 좋다.

 

▲ 겹겹이 쌓인, 용머리해안의 지층 구조가 태초의 제주를 상상하게 한다. 


용머리해안을 한 바퀴 돌고 언덕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 산방연대가 보인다. 선조들이 사용한 통신수단으로, 봉수대와 같이 횃불과 연기를 피워 적의 침입을 비롯해 급한 소식을 알린 곳이다. 지금은 용머리해안과 화순항, 송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길은 이곳에서 산방산을 오르는 A코스와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로 갈린다.


산방산은 용머리해안과 함께 제주에서 오래된 화산지형으로 꼽힌다.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서 분화구가 없는 용암돔 형태로 굳었다. 산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방굴사가 유명하다.

 

▲ 유채 꽃밭 너머에 우뚝 선 산방산. 


화산 토양인 제주도는 땅이 척박해 예부터 밭을 주로 경작했으며, 빗물이 고이지 못하고 스며들어 물이 무척 귀했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B코스를 따라 산방산 자락에 펼쳐진 사계포구와 굽이굽이 이어진 마을 안길을 걷는 동안 지질 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벗어나 사계포구부터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송악산이 나온다. 옥빛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마주 보는 송악산은 너른 분화구 안에 깊고 작은 화구를 품은 이중 화산체다. 용머리해안과 같은 응회환 형태지만, 해안 절벽 위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송악산에는 해안 절벽 위로 둘레길이 조성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추천 코스는 온천이다. 산방산탄산온천은 국내에서 희귀한 탄산 온천으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신기하게도 온몸에 기포가 생긴다. 온종일 걷느라 쌓인 피로가 풀리며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산방산을 감상하며 노천탕을 즐겨도 좋다.


제주도의 푸른 밤이 아쉽다면 포레스트판타지아(옛 제주조각공원)를 찾아보자. 숲 속을 유영하는 범고래, 우아하게 빛나는 백조와 반짝이는 순록이 뛰어노는 환상적인 밤 풍경이 펼쳐진다.


산방산 인근에 자리한 제주추사관도 가볼 만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1840년 윤상도 옥사 사건에 연루되어 제주에서 약 9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선생은 이곳에서 일생의 역작인 추사체를 완성했으며, <김정희필 세한도>(국보 180호)를 그렸다. 제주추사관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선생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신화월드는 테마파크와 쇼핑, 다이닝, 숙박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곳곳에 인기 캐릭터 라바가 숨어 있는 다양한 어트랙션, 지드래곤이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한 ‘GD카페’, 한류 콘텐츠 공간 ‘YG리퍼블릭’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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