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반란’ 막은 조원태, 뼈 깎는 자구 노력 다짐 왜?

경영권 방어 성공 후 “위기 극복 위해 역량 집중”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4/03 [15:07]

‘누나의 반란’ 막은 조원태, 뼈 깎는 자구 노력 다짐 왜?

경영권 방어 성공 후 “위기 극복 위해 역량 집중”

송경 기자 | 입력 : 2020/04/03 [15:07]

남매분쟁 일단락 불구 일각에선 그룹 유동성 우려 솔솔
한진그룹, 코로나 위기 극복 위해 정부에 채무보증 요청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의 반란'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의 반란’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27일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쌓여 있어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은 3월27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은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 주요주주 간 사전합의 등으로 지연됐으며 당초 개최 예정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이상 늦어진 낮 12시5분쯤에야 시작됐다. 주총에는 의결권 행사 주식 총수 5727만6944주 중 주식 수 4864만5640주에 해당하는 3619명(위임장 제출 포함)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3.27%로 통과됐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또 다른 후보인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도 찬성 56.95%, 반대 42.99%로 통과했다.


반면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끄는 3자연합(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은 완패했다.

 

이들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은 찬성 47.88%, 반대 51.91%로 부결됐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도 찬성 43.26%, 반대 56.52%로 부결됐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선임안도 찬성 43.87%, 반대 55.84%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과 관련해 한진칼 측이 추천한 사람들도 모두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 후보에 대한 선임안이 모두 가결된 것이다.


그러나 주주연합 측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서윤석·여은정·이형석·구본주 후보에 대한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는 단 1명도 이사회 진입에 하지 못하게 됐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관련해 ▲이사회의 구성과 소집 관련 ▲위원회 관련 ▲개정 정관 시행일 관련 안건은 출석 의결권 수의 2/3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요건을 불충족해 부결됐다. 주주연합에서 제안했던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 관련 ▲이사의 선임 관련 ▲이사의 자격, 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관련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주총이 상당 시간 지연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주총 시작부터 3시간 이상 지연된 데 이어, 총 29개 의안에 대해 표결을 부치고 집계하며 주총은 오후 5시30분께 종료됐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매전쟁’은 불씨를 남긴 채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조 회장은 주총 승리에 따라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조 회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 성공 이틀 만인 3월29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한진칼 제 7기 주주총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주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특히 현 경영진에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주신 주주 여러분과 관계기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뒤 “한마음 한 뜻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한진그룹 전 임직원과 어려운 상황에도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힘을 보태주신 노조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면서 “그 과정은 주주들과 직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한진그룹 발전의 또 다른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이제 그런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겠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조 회장은 또한 “지금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진그룹 전 임직원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면서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90% 이상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임직원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경영권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로서 이와 같은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경영환경이 정상화되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 여러분을 위해 더욱 헌신하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늘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에 더욱 환원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각의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의 채무보증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내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친·형제와의 반목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데다 지극정성을 들였던 호텔사업마저 물 건너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 등의 연내 매각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에 대한 3자연합의 견제는 주총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3자연합 측은 3월24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향후 본안소송 등에 나선다고 밝히며, 법정 공방에 따른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낳았다.


3자연합은 한진칼 주주총회 완패 이후에도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한진칼은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3월27일부터 31일까지 한진칼 주식 36만5370주(지분율 0.61%)를 장내 매수했다고 4월1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종전의 42.13%에서 42.74%로 늘어났다. 현재 KCGI는 19.3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49%, 반도건설은 16.9%의 한진칼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주연합이 한진칼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경영권 분쟁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 만큼 향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에 나서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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