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

유달산 따라 집들 ‘다닥다닥’…골목마다 추억 ‘모락모락’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4/10 [13:45]

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

유달산 따라 집들 ‘다닥다닥’…골목마다 추억 ‘모락모락’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4/10 [13:45]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을 따르느라 석 달 가까이 외출을 자제한 채 집 안에 콕 박혀 지내고 있다. 울긋불긋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대궐을 이뤘지만 ‘봄꽃 명소’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제발 올해는 꽃구경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꽃구경을 하러 남녘으로 떠났던 여행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음놓고 외출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위로와 재충전의 낭만 여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낭만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향수 깃든 시화골목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아름다운 현재 만나
골목 오르다 돌아서면 바다, 보리마당 올라서면 고하도 한눈에


옛 경춘선 오가던 철로 숲길로 단장해 낭만 소환하고 향수 채워
쓰레기와 불법 주차로 시달리던 폐선 철로가 뉴트로 명소로 변신

 

1. 목포의 봄날


전남 목포 유달산 자락에 있는 서산동 일대는 산자락을 따라 집이 다닥다닥하고 그 사이로 골목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멀리서 보면 커다란 성을 연상케 한다. 그중에도 시화골목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삶의 애환과 향수가 깃든 골목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아름다운 현재를 만난다. 서산동은 사람들이 정착해 마을을 이루기 전에 넓은 보리밭이었다. 보리타작을 주로 한 ‘보리마당’이 지금도 있고, ‘보리마당로’라는 도로명이 시화골목의 옛 모습을 대신한다.

 

▲ 시화골목이 자리한 목포 서산동 일대의 봄 풍경. 


시화골목은 ‘연희네슈퍼’에서 시작한다.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 분)네 집으로 등장한다.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데다, 시나리오 작가가 목포 출신이어서 촬영지로 낙점됐다고 한다. 연희네슈퍼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다양한 물건이 있다.


연희네슈퍼를 지나면 바로 시화골목이다. 입구에서 우량아선발대회, 브리사 자동차, <소년중앙>, 밀키스 등 추억을 이어주는 포스터를 차례로 만난다. 시화골목은 목포 어촌을 상징하는 서산동·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지역 시인과 화가, 주민들이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했다.

 

시화골목은 여느 벽화 골목과 차원이 다르다. ‘인문 도시 서산동 시화골목’이라는 표지판을 걸 만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예술을 지향한다. 목포 출신 예술가의 시와 그림을 널빤지에 새겨 골목 곳곳에 걸고, 마을 어르신이 사는 집에는 주인의 사연을 담았다. 삶의 애환과 동심을 시와 그림에 새겼다.

 

▲ 목포 출신 예술가의 시와 그림을 널빤지에 새긴 서산동 시화골목. 


천천히 오르는 계단과 고만고만한 집들이 어깨를 맞댄 채 이어진다. 오르다 보면 커다란 전봇대와 함께 분기점 역할을 하는 집이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이기도 하다. 여기서 골목이 세 개로 나뉜다. 왼쪽에 첫째 골목과 ‘바보마당’으로 가는 길이, 오른쪽에 둘째·셋째 골목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시화골목에는 회색빛 시멘트 풍경이 대부분이지만, 따뜻한 삶의 모습도 있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갖가지 화초와 채소가 자라고, 화분이 담장과 나란히 놓였다. 보리마당 바로 아래 예전에 사용하던 공동 화장실이 인상적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창가에서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리고, 식사 시간이면 구수한 찌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상추와 대파 등 갖은 채소를 심은 텃밭도 쉽게 만난다. 정겹고 소중한 풍경이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골목을 오르다 돌아서면 바다가 조금씩 보이고, 보리마당에 올라서면 바다 건너 영암 땅과 고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 판옥선 5척을 쌓은 듯한 고하도전망대. 


시화골목은 모두 수직으로 이어진다. 첫째 골목을 따라 올라갔다면 보리마당에서 둘째 골목으로, 다시 셋째 골목을 따라 보리마당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둘째·셋째 골목은 시화골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시인이자 화가가 된다.


“진도에서 태어나/물 건너 하의도로 간 시집/첫날밤 신랑이 마음에 안 들어/어떻게 살까…?/그래도 나밖에 모르던 남편/딸 하나 낳고/마흔여덟에 돌아가셔 버리니/연탄 지게 져가며 온갖 잡일로/가버린 내 인생.”


자서전을 시 한 편으로 함축한 듯하다. 힘겹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고된 인생이 묵묵히 펼쳐진다.


바보마당은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다. 시화골목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고, 주변의 빈집은 예술가들이 전시장으로 사용한다. 서산동 골목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골목의 바다+사진’, 화려한 꽃의 색감이 인상적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 이꽃’,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K오빠의 환경미술관’ 등 차분히 둘러보기 좋다. 바보마당에서 내려오면 흰 페인트로 주변을 칠해 눈 쌓인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 풍경 속에 카페 ‘눈의꽃’이 들어앉았다. 아주 작은 마당이 있고, 지붕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시화골목 입구에 자리한 ‘연희네그오빠’는 쑥을 넣고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쑥호떡, 매생이떡으로 만든 소떡소떡, 배추와 무말랭이, 미역귀 등을 넣어 국물이 맛있는 떡볶이 등을 낸다. 먹거리가 거의 없는 시화골목에서 허기를 달래주는 곳이니 꼭 들러보자.


2019년 9월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산과 바다, 섬을 한 번에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스테이션 세 곳을 거치며 탑승 거리 3.23km, 탑승 시간은 왕복 40분이나 된다.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하면 유달산 이등바위와 일등바위 사이를 지나서 ㄱ자로 꺾여 바다 건너 고하도에 닿는다. 바다를 건널 때는 높이 155m 케이블카 타워를 지나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 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스테이션 전망대에서 본 일몰.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할 때는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유달산과 고하도를 차분히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유달산스테이션에서 내리면 일등바위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높이 228미터 일등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고하도, 목포대교, 외달도, 달리도, 압해도 등 다도해 풍광과 목포 도심 풍경이 압권이다. 고하도스테이션에서 내려 판옥선 5척을 쌓은 듯한 고하도전망대를 거쳐 해안산책로를 따라 고하도 용머리까지 다녀오자. 유달산과 목포해상케이블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 이후 조선 수군은 고군산군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고하도에 106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는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이기는 밑거름이 됐다. 고하도 고하마을에는 고하도이충무공기념비(전남유형문화재 39호), 고하도이충무공유적(전남기념물 10호)이 있다. 한편 고하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육지면을 재배한 곳으로, 일본이 세운 조선육지면발상지비가 있다.


해가 질 무렵에 케이블카를 타도 좋다. 유달산스테이션 전망대나 고하도스테이션 옥상정원, 케이블카에서 일몰을 감상한다.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올 때는 유달산과 목포대교, 목포 시내 야경, 케이블카 타워의 경관 조명까지 만날 수 있다.


목포는 일제강점기 유적이 많은 도시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구 목포일본영사관, 사적 289호)과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목포지점, 전남기념물 174호)을 비롯해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특히 목포근대역사관 2관을 지나는 번화로를 중심으로 등록문화재 15개가 모여 있는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국가등록문화재 718호)은 일제강점기부터 축적된 시간을 돌아보기 좋다. 용궁장 안쪽에 자리한 목포 해안로 붉은 벽돌창고(국가등록문화재 718-14호)도 인상적이다. 목포근대역사관 1·2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관 중이니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글·사진/문일식(여행작가)

 

2. 경춘선숲길의 봄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은 아날로그 감성의 ‘동네 철길’이다. 옛 경춘선이 오가던 철로를 단장해 낭만을 소환하고 향수로 채웠다. 경춘선숲길은 구간마다 다른 테마로 다가선다. 옛 기차역을 둘러보고, 철길이 가로지르는 서울 변두리 동네와 학교 옆, 철교 위도 걸을 수 있다. 카페가 옹기종기 들어선 공릉동 철길 주변은 ‘공트럴파크’로 불린다. 쓰레기와 불법 주차로 시달리던 폐선 철로가 뉴트로 명소로 변신하며 동네 산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 옛 경춘선의 낭만을 소환하고 향수로 채운 경춘선숲길 3구간. 


경춘선은 1939년 민족자본으로 처음 개설한 철도다. MT나 첫 데이트로 설레는 ‘청춘’을 실어 나르던 경춘선은 2010년 복선 전철이 개통하며 광운대역(옛 성북역)-서울시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녹슨 철로는 2015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숲길로 변신했고, 지난해 행복주택공릉지구 구간(0.4km)이 개통하며 총 6km 경춘선숲길이 완성됐다.


경춘선숲길은 서울시와 구리시 경계인 담터마을에서 월계동 녹천중학교까지 이르는 길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완주를 목표로 하는 도보 코스가 아니라, 골목을 기웃거리고 철로 옆 찻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삶과 그리움을 반추하는 길이다. 도심 속 예상 밖의 풍경과 여유가 함께하면 반나절이 담뿍 채워진다. 침목과 자갈이 반기는 철길에서는 투박한 벽화, 건널목 이정표가 동행이 된다.


세 구간으로 나뉜 공간마다 철길에는 다른 향취가 묻어난다. 옛 기차역과 탁 트인 경치가 펼쳐지는 곳은 옛 화랑대역(화랑대역사관)에서 구리시 경계까지 이어지는 3구간(2.5km)이다. 옛 화랑대역은 예전 서울여대생들이 강촌, 대성리 일대로 MT 갈 때 이용한 추억의 공간이다. 국가등록문화재 300호로 지정된 역사 주변에 증기기관차, 협궤 열차 등이 전시돼 운치를 더한다. 철길 좌우로 도심 빌딩 대신 시원한 풍광과 태릉, 육군사관학교 등이 나란히 흐른다. 코스 중간까지 나무 데크가 이어져 사색하며 걷기 좋다.


경춘선숲길 시작점은 담터마을이지만, 지하철과 연계된 옛 화랑대역을 포인트 삼아 3구간을 둘러보고 나머지 구간을 걷는 게 편리하다. 옛 화랑대역에서 도심 방면으로 향하면 육사삼거리부터 행복주택공릉지구까지 2구간(1.9km)이 이어진다. 경춘선숲길을 화제에 오르게 한 공트럴파크가 담긴 길이다. 2구간 철길은 단독주택, 빌라 등 삶의 현장을 가로지른다. 담장에 벽화가 있고, 주민들이 가꾼 도심 정원도 곳곳에 자리한다.


주택가와 연결된 카페, 식당 등 분주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면 공트럴파크의 시작이다. 공트럴파크는 공릉동과 뉴욕 센트럴파크를 묶은 신조어로, 숲길과 인근 골목에 카페, 베이커리, 책방 등 수십 곳이 들어섰다. 청춘들에게 ‘핫한’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며 카페와 맛집 등을 안내하는 지도까지 마련됐다. 공트럴파크 인근은 옛 경춘선이 서는 신공덕역이 있던 곳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건널목의 흔적이 기찻길이었음을 묵묵히 대변한다.


토박이 주민은 공트럴파크 일대가 최근 1~2년 사이 급작스럽게 번잡해졌다고 전한다. 가옥을 개조한 카페와 술집 등은 계속 변신 중이다. 경춘선숲길 2구간은 지난해 개통한 행복주택공릉지구와 이어지며,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 7호선 공릉역과도 가깝다.

 

▲ 가옥을 개조한 공트럴파크의 술집. 


경춘선숲길 1구간(1.2km)은 아파트가 솟은 서울의 일상과 경춘철교를 담아낸 길이다. 완만한 곡선으로 흐르는 철로에 카페 대신 텃밭과 대합실이 떠오르는 쉼터가 공간을 채운다. 철길 따라 미루나무와 잣나무가 늘어서 아늑한 숲을 이룬다. 1구간 중간에 무궁화호 객차 2량으로 꾸민 경춘선숲길방문자센터가 숲길 산책을 돕는다. 방문자센터 옆 하계어린이공원은 높이 15m ‘자이언트 나무 놀이대’로 유명하다.


1구간 하이라이트는 경춘철교다. 1939년 설치해 72년간 중랑천을 잇는 철길로 사용된 경춘철교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재탄생했다. 경춘철교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광이 멋스러우며, 원형이 복원된 철로 바닥에서 흐르는 중랑천을 감상할 수 있다. 경춘철교 지나 월계동 녹천중학교에서 숲길 산책로가 마무리된다.

 

▲ 보행자 전용 다리로 재탄생한 경춘철교. 

 

경춘선숲길은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졌으며 녹천중학교에서 지하철 1호선 월계역, 옛 화랑대역에서 6호선 화랑대역이 가깝다. 서울-구리 경계선은 인적이 드물고 대중교통 연결이 쉽지 않아, 해가 진 뒤 이곳에서 산책을 마무리하는 일정은 피하는 게 좋다.


경춘선숲길 인근에는 함께 둘러볼 관광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삼육대 입구 강릉은 조선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 왕릉’이다. 명종은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라 어머니 문정왕후가 수렴청정했다.


인근 태릉이 문정왕후의 능이다. 강릉은 태릉에 비해 덜 알려졌는데, 태릉이 문정왕후의 위세를 방증하듯 석물이 1.5~2배 크다. 강릉에서 태릉까지 굴참나무 숲길이 이어지며, 해마다 5~6월과 10~11월에 별도 개방한다. 서울 태릉과 강릉은 사적 201호로 지정·보호되고, 태릉에는 운치 있는 솔숲과 조선왕릉전시관도 있다.


맛과 관련된 노원구의 명소는 공릉동국수거리다. 1980년대 후반 공릉동 복개천 일대에 벽돌 공장이 많았는데, 인근 국숫집에서 공장 인부들에게 멸치로 우린 국물이 시원한 국수를 내놓았다. 이후 택시 기사들이 단골로 드나들며 입소문이 났으며, 태릉입구역 1번 출구에서 서울공릉초등학교 뒷길 따라 공릉역 일대까지 국수 전문점 10여 곳이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식당에서는 추억의 멸치국수 외에 비빔국수, 김치국수 등을 선보인다.


공릉동도깨비시장은 국수거리와 함께 향수를 부르는 공간이다. 노원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도깨비방망이처럼 무엇이든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시장 골목이 완만한 오르막길에 자리해 시골 장터 분위기가 난다. 일대 자취생에게는 주전부리의 성지로 알려졌으며, 족발과 칼국수, 닭강정, 꽈배기 등이 저렴하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포토뉴스
6월 둘째주 주간현대 1146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