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 이모저모

조용히 고인의 철학 새겨…남매 화합은 없었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4/10 [15:03]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 이모저모

조용히 고인의 철학 새겨…남매 화합은 없었다

송경 기자 | 입력 : 2020/04/10 [15:0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4월8일로 1년이 됐다. 한진그룹은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1주기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추모식에는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참석해 고인의 삶을 되새겼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은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아 한진가 남매 화합의 장은 되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감안해 별도로 사내행사는 열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방향·비전 제시한 선구자
코로나19 위기 감안 사내행사 열지 않고 선영에서 추모식
조원태·조현민·이명희 등 90명 참석…큰딸 조현아는 불참

 

▲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가족을 비롯해 약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갖고 고인의 삶과 철학을 되새겼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뜬 지 4월8일로 1년이 지났다.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가족을 비롯해 약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갖고 고인의 삶과 철학을 되새겼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행사는 별도로 갖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가까이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이끄는 데 모든 것을 바친 대한민국 항공업계의 선구자다. 특히 우리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으며,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해왔다.


또한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한편 성공적 개최를 위한 주춧돌을 차곡차곡 쌓는 등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에 헌신해왔다. 또한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서 활동을 하며 국격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조양호, 수많은 위기·난관 헤쳐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거치고,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생전 대한민국의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대한항공이 수많은 위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조양호 회장의 경영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유일무이한 대한민국 항공산업 전문가이자, 세계 항공업계로부터 존경받는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던 당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창설 주도로 맞섰고, 전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 위기로 잔뜩 움츠릴 때 먼저 앞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대한항공이 위기를 이겨내고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였다.


조 회장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으며, 1998년 외환 위기가 정점일 당시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또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 오히려 이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들 항공기는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 제고


지난 2019년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서울 연차총회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위한 조양호 회장의 유산이다. ‘항공업계의 UN 회의’라 불리는 IATA 연차총회는 개최국의 항공산업 위상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세계 항공업계를 주도했다. 특히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도 맡았다. 전 세계 항공산업의 정책적 결정이 이뤄지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우리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골몰했다.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의 잇따른 조인트 벤처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이 떨어지자,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추진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환승 수요를 새로 유치해 결국 대한민국 항공시장의 파이를 한층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기여


조 회장은 항상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마음속 깊이 담고 있었다.


특히 조 회장은 국가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유치위원장 재임 기간인 1년 10개월간 50번에 걸친 해외 출장으로, 약 64만km(지구 16바퀴)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또한 IOC 위원 110명중 100명 정도를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염원이었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지지부진하던 올림픽 준비와 관련해 경기장 및 개·폐회식장 준공 기반을 만드는 한편, 월드컵 테스트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본 궤도에 올렸다. 실제 올림픽 개최 당시에는 조직위원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은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과 세계 각국의 돈독한 관계 유지를 위해 힘썼으며,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르미타주,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책임·원칙’에 입각한 경영철학


조 회장은 생전 최고 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하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을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스템 경영론’을 강조해왔다.


조 회장의 손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틀을 잡았고,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이라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하모니를 만드는 지휘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또한 조 회장은 절대 안전을 지상 목표로 하는 수송업에 있어 필수적 요소 이고 고객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현장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이고 최상의 서비스야말로 최고의 항공사를 평가 받는 길이라고 보고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해외 출장은 생생한 서비스 현장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조 회장이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노하우, 이를 위해 차곡차곡 흔들리지 않고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절대 가치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1주기를 맞은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걸어온 길들이 다시금 조명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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