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점주·여론 뭇매 맞은 내막

이 와중에 수수료 인상 횡포…불매운동 불렀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4/10 [15:08]

배달의민족, 점주·여론 뭇매 맞은 내막

이 와중에 수수료 인상 횡포…불매운동 불렀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4/10 [15:08]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배달앱 시장 장악한 배민, 자영업자 뒤통수 치려다 혼쭐
후폭풍 거세자 김범준 대표 전격 사과하고 개선방안 마련
‘배민 탈퇴’ ‘앱 삭제’ 불매운동…점주들은 ‘전화 주문’ 독려

 

▲ 배달앱 시장 1위 업체 배민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올리며 자영업자들의 뒤통수를 치려다가 혼쭐이 났다.  

 

배달앱 시장 1위 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올리며 자영업자들의 뒤통수를 치려다가 혼쭐이 났다.


3월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손님이 뚝 끊겼는데도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100% 장악한 배민은 수수료 체계를 변경했다. 말이 수수료 체계 변경이지 요금을 올리겠다는 꼼수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4월1일부터 ‘오픈 서비스’ 방식의 신규 요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체만 노출되던 앱 화면 최상단 ‘오픈 리스트’가 등록 업체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 서비스’로 바뀌고, 중개 수수료는 기존 6.8%에서 5.8%로 1%포인트 낮춘다는 것. 우아한형제들은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라고 강조했다.


또 월정액(8만 원) 광고료 상품인 ‘울트라콜’ 신청 수가 기존에는 제한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업체당 3건만 가능하도록 했다. 자금력이 풍부해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은 식당보다 규모는 작더라도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이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과금 체계를 개편했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배민을 이용하는 외식업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요금체계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업주님들은 낮은 수수료율을 고르게 부담하고, 이용자 분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금체계 개편은 거센 역풍을 불렀다. 시행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픈 서비스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을 빚은 ‘오픈서비스’에 대해 가맹주들은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소상공연합회가 “요금체계 개편이 아니라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회장직무대행은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4월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요즘 소상공인들이 가장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나 정부는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단한 애를 쓰고 있는데 과연 이런 꼼수가 맞는 건가“라고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을 비판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정부 대책이나 이런 부분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빨리 헤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수료 개편을 들고 나오니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라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정치권도 ‘배민 때리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건당 부과 방식으로 바꾼 것을 겨냥해 “독과점의 횡포”라면서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헸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수수료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 지사는 “기득권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들을 보호해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과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 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결국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여당도 ‘배민 때리기 대열’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6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에 철퇴를 예고했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바꿨는데 이는 잘 되는 배달 음식점을 타깃으로 한 수수료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회의에서 배달앱 수수료가 ‘제2의 임대료’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면서 배달 앱 이용이 40%나 배달 앱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조사를 해보니 치킨집과 떡볶이집 등 배달 앱을 많이 이용하는 업소의 경우 임대료보다도 오히려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료가 더 부담되는 곳들도 있었다”고 전하면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부과 체계와 독과점 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의 원성을 사고 여론의 뭇매를 맞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요금체계 논란에 대해 전격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4월6일 ‘오픈 서비스 관련 입장문’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 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면서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픈서비스 시행 6일 만에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고, 이 과정에서 사장님들의 마음 속 깊은 말씀을 경청하고, 각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픈 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의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 같은 데이터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오픈 서비스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전주 동기와 비교 분석해 보면 오픈 서비스 요금제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님과 줄어드는 업주님의 비율은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민은 사과의 의미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수료 환불책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체계 개편이 사회적 논란을 부르면서 ‘배민 대신 공공앱을 쓰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어 배민 측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수수료 개편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배민 측에서 일부 수용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합리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공연은 “수수료 개편방안의 핵심적인 문제는 일방적인 요금 대폭 인상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수료와 광고료를 낮춘 공공 배달앱의 확산은 배달앱 시장의 합리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전화로 주문 받은 점주들은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화 주문을 유도할 것을 제안하면서 ‘착한 소비’ 운동을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소비자는 ‘배민 탈퇴 인증’과 ‘배민 앱 삭제’ 등으로 소상공인과 업주들의 제안에 호응하고 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잇따른 가입 탈퇴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배민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 받는 기업이 인프라 투자자이자 기술문화자산 소유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품으면서 “배달앱이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배달앱 ‘보이콧’에 동참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배민 행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민은 처음 시장에 진입했을 때 ‘요기요’ 등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소상공인 편에 선 것처럼 보였다”며 “결국 무리한 수수료 인상이 독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배민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공정위 결합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4월 말 공정위의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배민의 결합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12월30일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90일 기간연장이 신청됐고, 마감기한이 4월 30일까지다.


최근 공정위는 ‘2020 업무계획’ 발표에서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 인수합병(M&A)에 대해 소비자 피해 방지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서비스로 광고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면 가격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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