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계 노벨상 받은 ‘구름빵’ 백희나 작가

“린드그렌상 수상 얼떨떨…저작권 소송 끝까지 간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0/04/10 [15:54]

아동문학계 노벨상 받은 ‘구름빵’ 백희나 작가

“린드그렌상 수상 얼떨떨…저작권 소송 끝까지 간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0/04/10 [15:54]

아동문학계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국인 첫 수상
“들려주고픈 이야기 많아…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고민”

 

▲ 백희나 작가. 

 

“아, 너무 좋다기보다는 아직도 이게 진짜인가 싶고 얼떨떨합니다. 이 상은 스웨덴 국민이 세상에 주는 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의 중요성을 알리고 종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만든 상.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 지쳐 ‘살아만 있자’는 심정이었는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깊은 것 같아요.”


창작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백 작가는 4월1일 “어제 오후 갑자기 전화 받고 알게 됐다. 그 이후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다. 정신없이 쫓기다 보니 오롯이 이 기쁨을 만끽할 시간이 아직 없었다. 그래서 너무 좋다기보다는 이게 진짜인가 싶고 얼떨떨하다”고 전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이자 스웨덴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고자,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만든 상이다.


주최 측은 백 작가에 대해 “경이로움으로 통하는 문” “감각적이고 아찔하다” “시각적으로 풍부할 뿐 아니라 모든 감각을 안배시키는 능력도 놀랍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 작가의 작품 표현방식은 여타 그림책과는 사뭇 다르다. 직접 주인공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종이나 판자를 이용해 주인공의 집, 배경을 갖춘다. 원하는 장면을 설정해놓은 뒤에는 빛을 이용해 입체감을 더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그림책 속 한 장면이 탄생한다.


백 작가에게 이러한 표현방식을 구축하게 된 계기를 묻자 “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아이들을 위한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해봤다. 아이들을 위한 자료를 만들다 보니 시각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제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걸 깨달았다. 장인정신을 갖고 혼자 일하는 쪽이 나와 더 맞겠다 싶어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교육공학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다 보니 물감과 종이에만 한정되지 않고 각종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백 작가는 또 “애니메이션 전공이 필름학부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만드는 관점에서의 스토리텔링에도 접근하게 됐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면 더 재밌게 들려줄 수 있을까, 텍스트와 그림을 갖고 보다 재미있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나온 표현법이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이러한 백 작가의 표현법에 주목해 그의 작품을 ‘영화화된 그림책(filmic picture books)’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백 작가의 이야기 속에 담긴 풍부한 상상력을 추켜세우며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단이 찬사를 보내며 언급한 작품은 <구름빵>과 <달샤베트>다. 표현법도 표현법이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구름빵>은 구름으로 만든 빵을 말한다. 먹으면 몸이 구름처럼 가벼워지고 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고양이 남매가 아침에 허둥지둥 나간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주러 집을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달샤베트>는 무더운 여름날 달마저 녹아버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달이 더위에 녹는다는 설정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상상력을 채워줄 정도로 기발하다. 여기에 무분별한 전기사용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의 소중함까지 담은 작품이다.


백 작가는 이러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묻자 “어떻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머리를 쥐어짜낸 것”이라며 웃었다. 장고 끝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경우는 없었단다. 백 작가는 “정말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나온 작품들”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백 작가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특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단이 언급했던 <구름빵>과 <달샤베트> 때문이다.


<구름빵>은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돼 세계적 인기를 끌었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됐다. <구름빵>의 가치는 4400억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에게 돌아온 수익은 185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저작권을 일괄 양도한다는 계약상 내용 때문이었다. 백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인 <구름빵>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 것이 너무도 억울했다.


그렇게 소송을 진행했으나 1심과 지난 2월 치러진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백 작가는 해당 소송 건에 대해 “당시 저는 신인으로 일하면서 출판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잘못 보이면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인다는 얘기도 있어서 노력했다. 계약 수정을 이야기하니 ‘신인이라 분위기 파악 못 한다’, ‘뭘 모른다’고 하더라. 오로지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얘기해주겠지’하고 있었는데 그 계약이 저를 15년 동안 괴롭히리라곤 생각 못했다”고 털어놨다.


백 작가는 “작가와 기업의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싸움밖에 안 되겠지만, 내가 질 때 지더라도 ‘악’ 소리는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신인 작가들과 후배들이 이런 걸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더라도 끝까지 해야겠다’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 작가는 “이 상이 스웨덴 국민이 주는 상이라고 하더라.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의 중요성을 알리고 종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만든 상”이라며 “그래서 더 뜻깊다”고 전했다.


<달샤베트>는 백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데, <구름빵> 건으로 인해 힘겨울 때 독립출판사로 내놓은 책이다. 저작재산권, 상표등록 등은 마쳤지만 이번엔 난데없이 걸그룹 ‘달샤벳’이 나타났다.


백 작가는 자신의 작품명 앞에 ‘그림책’을 붙여야지만 뜻이 통한다는 것이 싫어 대응했지만 결과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였다.


백 작가는 “<구름빵>으로 인한 상처가 커 7년간 창작을 못 하다 겨우 독립출판으로 내놓은 책이었다. 상표등록, 저작권 등 다 해놨는데 걸그룹 이름으로 쓰이니 이 책도 뺏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걸로 끝이더라”고 밝혔다.


백 작가는 해마다 한 작품을 내는 걸 목표 삼았는데 지난 1년간은 소송으로 인해 창작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항소심 패소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태국행을 결심했다. 본래 4월 중 귀국하는 게 목표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더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확진자일까 봐 한국에 못 돌아가겠다. 괜히 들어갔다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킬까 봐”라며 웃는 백 작가의 말에서는 타국에서 수상의 기쁨을 전해들은 데 대한 아쉬움을 넘어 작품의 주인임에도 권리를 빼앗긴 서러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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