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가볼 만한 뉴트로 여행지

전주난장에 가면 지나온 20세기 추억 ‘그득’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4/17 [11:32]

조심스레 가볼 만한 뉴트로 여행지

전주난장에 가면 지나온 20세기 추억 ‘그득’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4/17 [11:32]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을 따르느라 석 달 가까이 외출을 자제한 채 집안에 콕 박혀 지내고 있다. 울긋불긋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대궐을 이뤘지만 ‘봄꽃 명소’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제발 올해는 꽃구경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꽃구경을 하러 남녘으로 떠났던 여행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음놓고 외출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위로와 재충전의 낭만 여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4월에 조심스레 가볼 만한 뉴트로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상상 이상으로 볼거리 많고 ‘새로운 복고’ 온몸으로 체험
포니차 폼나게 서 있고 그 옆엔 양장점…복고의 ‘끝판왕’

 

슬레이트 지붕 인 집, 낡은 가게 봄볕 아래 졸듯 서 있고
오래된 골목에 젊은 여행자들 줄이어 SNS ‘핫 플레이스’

 

1. 전주의 봄날


“와~ 이거 테트리스 아냐? 갤러그도 있네. 어릴 때 이 오락 진짜 많이 했지.” “아, 재미있겠다. 나도 해볼래요.”


추억의 전자오락 게임기를 보며 향수에 젖는 7080 세대와 촌스러운데 왠지 새롭고 재미있다는 아이들. 전주한옥마을의 히든 플레이스, 전주난장에 가면 지나온 20세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어른들끼리 가도 재미있고 아이와 함께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상상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복고’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세기 후반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전주난장. 


전주난장은 개인이 25년간 모은 수집품을 옛 건물 10채에 주제별로 전시한 체험형 테마 박물관이다. 20세기 후반 풍경이 담긴 소품 하나하나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춘다. 관람 동선은 70여 개 테마 존을 빠짐없이 돌아볼 수 있도록 물 흐르듯 이어진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구멍가게다. 운동회 날 박을 터뜨릴 때 쓰던 오자미를 한눈에 알아봤다면, 노란색 롯데 껌 진열대를 보는 순간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로 시작하는 CM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면 7080 인증.

 

▲ 그때 그 시절 학교 앞 구멍가게. 


실내로 들어가면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공간이 나타난다. 실제 학교 건물에 재현한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와 여자상업고등학교 교실이다. 난로 위 양철 도시락, 수동 타자기, 신발장과 흰 실내화, 교탁과 풍금이 정겹다.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서너 배 많던 시절, 교실 끝까지 빼곡하던 구닥다리 책걸상이며 운동회 때 쓰던 청군·백군 모자도 향수를 자극한다.


‘엄마 시절’ 테마 존의 1960~1970년대 살림집에는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앉은뱅이책상, 재봉틀, 다이얼로 채널과 음량을 조절하던 브라운관 TV를 보면 ‘옛날에 이랬구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부터 ‘둘도 많다’까지,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터지는 그 시절 표어도 눈길을 끈다.


‘놀이 문화’를 주제로 한 테마 존은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좋아한다. 비디오 대여점, 만화방, 전자오락실, 노래방까지 없는 게 없다. 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와 노래방 기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만화책을 얼마든지 읽어도 좋으며, 전자오락도 질릴 때까지 할 수 있다. 물론 모두 무료다. 신나는 음악과 조명이 있는 고고장에 들어가 한바탕 신나게 흔들어도 좋다.


전시는 미로처럼 이어진 건물을 따라 계속된다. ‘이제 끝인가?’ 하는 순간 다른 테마 존이 나온다. 약속다방, 군대 내무반, 기차역과 역전우동, 물레방앗간을 지나면 ‘읍내 상점’ 테마 존이다. 벽지 가게, 연탄 가게, 미싱 상회, 이발관, 도장 파는 집, 악기사, 사진관이 좁은 골목에 빼곡하다. 거리 하나를 통째로 옮긴 듯하다. 막걸릿집 안주와 김치는 너무 실감 나서 슬쩍 집어 먹고 싶을 정도.


그곳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옥상에 시골 장터가 펼쳐진다. 생선 가게, 푸줏간, 대장간, 구멍가게, 석유곤로에 부쳐 먹음직스러운 녹두빈대떡까지 ‘시골 장터가 딱 이랬지’ 싶은 모습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포니 자동차 한 대가 폼 나게 서 있고, 주변에 양장점과 그릇 가게, 국밥집, 양조장이 늘어섰다. 극장 1층 정면에는 추억의 영화 간판이 걸렸다. 시쳇말로 복고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이 모든 것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사진 찍을 곳도 많아 두 시간 이상 넉넉히 잡고 관람하는 것이 좋다.


전주난장은 전주한옥마을 제2유료공영주차장과 가깝다. 관람 후 전동성당, 경기전, 전주향교 등 한옥마을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자.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가 순교한 전동성당(사적 288호)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건축물로 꼽힌다. 호남 지역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 영화 〈약속〉 〈전우치〉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 호남 지역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전동성당. 


경기전(사적 339호)은 전동성당 맞은편에 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역사적인 장소로, 대나무와 은행나무, 회화나무 등이 울창해 사진 찍기 좋다. 향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려·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다. 전주향교(사적 379호)는 1603년(선조 36)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고 알려진다.

 

이때 심은 것으로 추정하는 은행나무가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에 두 그루씩 있다. 은행잎으로 뒤덮인 가을에 특히 아름답지만, 요즘도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 기와지붕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주한옥마을 전경. 


전주한옥마을 전경을 보고 싶다면 오목대에 오른다. 길 건너 자만벽화마을은 SNS용 사진 촬영지로 인기가 높은 만큼 아기자기한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대가 높아 한옥마을을 조망하기 좋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국립무형유산원도 지척이다. 전동성당과 국립무형유산원은 방문 전에 개방 여부를 확인하자. 전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주남부시장도 추천한다.

 

<글·사진/이정화(여행작가)>

 

2. 대전의 봄날


봄이다. 날씨가 한결 따뜻해졌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떠나기 좋은 날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딸과 함께 길을 나서보면 어떨까. 예쁜 봄옷 골라 입고 카페에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말이다. 대전 소제동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이름하여 엄마와 딸의 뉴트로 여행.


소제동은 대전역에서 5분 거리다. 번잡한 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 낡은 가게와 이발관, 세탁소 건물이 봄볕 아래 졸듯 서 있다. 최근 이 오래된 골목에 젊은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SNS에서도 ‘핫 플레이스’로 떠올라 ‘#소제동’으로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대전은 ‘철도 도시’다. 대전역 앞 은행동은 가장 번화한 상권이지만, 소제동은 1905년 대전역이 영업을 시작할 때 지은 철도청 관사가 남아 1920~1980년대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시 북관사촌과 남관사촌으로 나뉘었지만, 한국전쟁 때 많이 사라지고 지금은 동관사촌이던 소제동에 건물 40여 채가 있다. 영화 〈쎄시봉〉 〈제8일의 밤〉 등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허름해 보이는 골목으로 한 발자국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난다. 서울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곳곳에 숨어 있다. 울창한 대밭을 정원으로 삼은 찻집, 마당에 눈부시게 흰 돌을 깔아 우유니 소금 사막을 연상케 하는 식당…. 이런 장소마다 젊은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는다. 요즘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온 기분이다.


엄마와 딸이 소제동에 가면 찾아볼 만한 곳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운드’다.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의 벽과 천장, 기둥 구조 등은 그대로 두고 실내를 멋스럽게 꾸몄다. 메뉴도 신선하고 알차다. 부여방울토마토소스가지롤, 천안배에이드, 서천김페스토파스타, 예산표고트러플크림파스타 등 모두 충청도에서 난 재료를 사용한다. 메뉴마다 산지까지 거리를 표시한 점이 재미있다. 식당 한쪽에는 빗자루, 가위 등 충청도의 공예품을 파는 코너도 마련했다.

 

▲ 뉴트로 여행을 하기 좋은 대전 소제동의 레스토랑 ‘파운드’. 


주변의 다른 가게도 지방색을 내세운다. 카페 ‘볕’은 충남에서 생산한 밀가루로 팬케이크를 만든다. ‘관사촌커피’는 양탕국이라는 커피를 판다.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왔을 때 색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다고 해서 양탕국으로 불렸다. 이 집 커피는 강하게 볶아 쓴맛이 난다. 비정제 설탕과 연유가 함께 나오는데, 취향에 따라 넣어 먹으면 된다.


소제동의 이런 변화는 공간 기획 스타트업 ‘익선다다’가 이끌었다. 2014년 서울 익선동을 리모델링한 회사다. 익선다다는 2017년부터 소제동 프로젝트를 진행, 빈집을 이용해 멋진 공간을 만들었다. 소문은 빨랐고, 소제동은 순식간에 대전에서 가장 ‘힙한’ 공간이 됐다.

 

▲ 소제동 곳곳에서 개성 있는 카페를 만난다. 


소제동 골목은 돌아보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지나간 가게 앞으로 다시 가고, 오래된 담장의 벽화 앞에서 괜히 발걸음이 맴돈다. 어깨에 내려앉는 햇살이 한결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말이 문득문득 나오는 것도 다정하고 따스한 이 풍경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소제동은 엄마와 딸이 손잡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 엄마와 딸이 손잡고 여행하기 좋은 소제동. 


소제동에서 시작한 시간 여행은 테미오래로 이어진다. 중구 대흥동에 자리한 충청남도지사공관(대전문화재자료 49호)과 대전 충청남도청 구 관사(국가등록문화재 101호)를 시민의집, 역사의집 등 테마에 따라 꾸몄다. 도청이 홍성군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관사촌이 비어 시민에게 개방한 것. 테미오래는 ‘테를 둘러쌓은 작은 산성’을 뜻하는 테미와 ‘마을의 구역’을 뜻하는 순우리말 오래를 합친 이름이다.


부촌으로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충청남도지사공관은 한눈에도 최고급 주택이다. 1층에는 온돌과 벽난로가, 2층에는 다다미가 있어 한식과 양식, 일본식이 어우러졌다. 집 뒤쪽의 넓은 정원도 운치 있다. 지금은 시민의집으로 불린다. 1호 관사는 역사의집으로, 논산 출신 박용래 시인의 시와 책 등을 전시한다. 행정부지사가 사용한 2호 관사는 재미있는집으로, 국내 만화를 전시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테미오래에서 약 1km 떨어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국가등록문화재 18호) 건물이다. 2012년 도청이 이전하고, 이듬해 10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도지사 집무실이 개방되고,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간 대전의 역사와 발전상, 원도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테미오래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관 중이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대전 뉴트로 여행의 종착지는 대동벽화마을이다. 피란민이 살던 달동네에 2007년 당시 문화관광부 지원 사업으로 벽화가 그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마을 벽 곳곳을 아기자기하고 예쁜 벽화가 장식해 방문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글·사진/최갑수(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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