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박 3일 중국 출장 막후

코로나 검사 3번 받고 출장…반도체 전쟁 해법 찾았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22 [12: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박 3일 중국 출장 막후

코로나 검사 3번 받고 출장…반도체 전쟁 해법 찾았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5/22 [12:0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을 둘러싼 검찰수사가 종착점에 다다른 양상이다. 삼성의 전·현직 고위급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끝났다. 검찰이 조만간 경영권 승계의 당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가 검찰발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 조사와는 별개로 지난 5월6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깜짝 회동을 한 데 이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세 차례나 받아가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지방정부 최고 책임자들을 만나 사업·투자와 관련한 협조를 구하고 긍정적인 약속도 받아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 검사도 마다 않고 중국으로 달려간 진짜 이유는 뭘까?

 


 

미국과 중국 갈등·검찰 소환조사 등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경영 행보
산시성 최고 책임자 만나 사업·투자 협조 구하고 긍정적 약속 받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월17일부터 19일까지 중국 출장을 다녀와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2박 3일간의 짧은 출장이지만 출국과 입국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세 차례나 받아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박 3일 중국 출장이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17일 오전 중국 시안으로 출국해 5월19일 오후 2시 서울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2박 3일간의 짧은 출장이지만 출국과 입국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세 차례나 받아야 했다. 출국 전 건강 상태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한 차례 검사를 받았고, 중국 입국 직후 호텔 객실에서 대기하며 코로나 검역 절차를 거쳤다. 또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음성판정을 받고 귀국했다.

 

시안 공장으로 달려간 까닭


이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 시안으로 달려간 것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해외 생산기지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길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박학규 반도체·부품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동행했다.


5월17일 중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를 통해 현지 일정을 소화했다.


그동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격히 퍼진 탓에 해외 현장을 찾지 못했으나 한국과 중국 정부가 5월부터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는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입국절차 간소화를 한 덕분에 전격 방문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5월17일 오후 중국에 도착한 뒤에도 지방정부 지정 시설에서 격리돼 유전자 증폭·항체 검사를 받았다. 이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호텔 방에서 대기했고, 음성 판정을 받은 뒤부터 중국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날인 5월18일 오전 8시 시안 반도체 2공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임직원을 격려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현황과 대응책을 점검했고, 절박한 위기의식도 드러냈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과거에 발목을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시안 공장 회의실에서 현지 임직원과 만난 이 부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사장, 박학규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시안 방문 당시 산시성 당국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응 및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 중국 <산시일보>가 5월19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5월18일 후허핑 산시성 위원회 서기, 류궈중 산시성장 등과 면담을 가졌다고.


이 자리에서 후허핑 서기는 ‘삼성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방역 물자를 지원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허핑 서기는 또한 “우리는 삼성의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보장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력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교류를 심화해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과 산시성 당국자 면담을 마친 이 부회장은 2박 3일간의 중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5월19일 오후 2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흰색 마스크와 위생용 장갑을 착용한 채 여행 가방을 밀면서 출입 통제선이 쳐진 입국장을 통과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이 미국 공장 증설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을 쏟아냈지만 “고생하세요”라는 답만 남기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김포공한 인근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했다.


이후 임시 시설에 배정된 방에서 진단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했고,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확인한 후 귀가했다.

 

이재용 반도체 전쟁 해법은?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인의 첫 중국 방문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또 대국민 사과 이후 첫 해외 행보이자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는 시점에서의 중국으로 달려간 행보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중국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국내 사업장을 잇달아 찾아 현장 경영을 지속했다. 앞서 지난 2월20일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심장’과 같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라인을 방문한 데 이어 3월3일에는 구미사업장에 들렀다. 3월19일에는 충남 아산사업장을, 3월25일에는 수원 삼성종합기술원도 방문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5월6일 경영권 승계 논란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이후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어 다음 행보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시안 출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비한 도전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이 부회장은 5월 마지막 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소환 시기는 원래 5월 셋째 주로 잡혀 있었지만 중국 출장 등을 이유로 일주일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 재개는 검찰 소환조사를 끝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의 변수로 등장한 반도체발(發)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할 미국 투자 확대 등의 전략적 결정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증설 이슈는 고용창출 등 미국 경제 살리기의 일환이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이슈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도 화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중국 이외의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만 TSMC와 인텔 등 일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벌써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중국 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주문한 점도 이 같은 경쟁 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물론 삼성전자는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주요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이미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CMO) 공장을 확대하도록 돕는 방안에 미국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오스틴 사업장 인근 부지까지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현재 2개인 오스틴 사업장 내 공장을 추가로 총 5개까지 확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대만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미국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스틴 공장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 부회장이 조만간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을 직접 점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오스틴 사업장을 찾게 된다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자연스레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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