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현인’ 정세현, 평화·통일에 관한 격정 인터뷰

“평화통일 위하여 미국 설득하는 K-외교 필요하다”

인터뷰어/김충열(정치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0/05/22 [13:57]

‘한반도 문제 현인’ 정세현, 평화·통일에 관한 격정 인터뷰

“평화통일 위하여 미국 설득하는 K-외교 필요하다”

인터뷰어/김충열(정치전문 기자) | 입력 : 2020/05/22 [13:57]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통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여망으로 인해 1980년대 초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되었다.

 

특히 평통은 다변화하는 주변국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초당적·범국민적 차원에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진보정권인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수성·김민하 수석부의장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신상우·이재정·김상근 수석부의장이 맡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을 두 번 역임한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중책을 맡아 대통령의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17개 시·도, 이북 5도, 해외 5개 지역(일본, 중국, 아시아·태평양, 미주, 유럽·중동·아프리카) 124개국에 지역회의를 두고 있으며, 해당지역 출신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평통자문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실질적 조직을 이끌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 강화, 인도적 지원증가, 금강산 육로관광 착수,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남북 간의 급격한 상황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탄력적이고 내실 있는 자문·건의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흡수해 버린 와중에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항구적인 평화구축은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월19일 오후 평통자문위 수석부의장실(중구 장충단로)에서 ‘한반도 문제 현인’으로 불리는 정세현 수석부의장과 마라톤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강한 한미관계 정립하려면 시민들 일어나 정부와 국회 견인해야
트럼프, 분단 역사 모르기 때문에 상식 밖으로 방위비 분담금 요구
주한미군은 한국 지키는 면도 있지만 동아시아 헤게모니 위해 주둔

 

김정일 생전 주한미군 주둔 용인…김정은도 “북미수교 한다면 용인”
싱가포르 회담 결렬 후 불안감…미군철수는 불편한 진실 되고 말아
남북문제 풀려면 외교부 아니라 북한 잘 아는 통일부가 미국 설득을

 

▲ 정세현 평통 수석부의장이 5월19일 오후 평통자문위 수석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위독설’이 국내외를 강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잠행을 어떻게 보는가? 북측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인가, 아니면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가?


▲전체주의 국가들, 일당독재를 해온 중국·북한, 과거 소련 등에서 신비주의를 통한 우상화와 정치 공학적 퍼포먼스 일환으로 해온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대에 모택동이 뉴스에서 사라질 때 외신들이 변고(變故)로 기사화하곤 했다.

 

그러나 비웃기라도 하듯 불현듯 양자강에서 수영을 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등소평 또한 군부에 의한 실각설·피격설을 서구 언론이 내보낼 때 잠행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데 이용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언론은 속보 및 특종경쟁 속성으로 이런 현상들을 과대 해석해서 유고설·사망설을 내보내곤 했다. 북한의 경우 김일성·김정일 위독설·사망설 등이 자주 등장했고,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 위독설도 나돌았다.


이에 편승하여 네오콘(Neocons, 미국의 신보수주의 혹은 신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말) 세력들은 “북한 최고 권력자의 유고 시 급변사태, 내부 권력투쟁, 사망, 축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불을 지핀다. 국내의 보수언론은 이를 받아서 더욱 확대시켜 왔다.


이런 배경에는 평화유지군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의 급변사태를 흘리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 유고 시에도 북한에서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의 최고 실세가 사망·축출 등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동북아 평화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프레임은 틀렸음이 증명됐다. 그것은 국제정치 차원에서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남북 조용한 접촉 진행 중일 듯”


-남북정상 합의가 대북제재에 묶여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우리의 진단키트 제공 및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문제까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북한에서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일절 경축사에서도 “남북 보건분야의 협력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다.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보건의료(방역협력), 개별관광, DMZ 평화지대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출구전략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협력하는 것 같다. 남북이 방역 협력을 하면 시끄럽다. 보수언론은 “너무 많다”고 하고, 진보언론은 “이것 가지고 되겠냐? 너무 적다”고 한다. 그래서 어렵다. 과거 소련은 북한에 도와준 것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껏 조용히 원조를 해주고 공개하지 않는다. 중국 언론의 특징은 당국이 발표하지 않으면 기사화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에서도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이산가족 상봉, 개별관광, 보건의료 등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 아마도 국정원을 통해 문 대통령이 북측과 물밑 대화를 진행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꽉 막혀 있는 대북제재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정부는 독자적으로 해법을 찾고, 국익 차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언론의 협조를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보수언론은 반북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시장을 장악·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은 보수언론이 생산해낸 사설과 칼럼들을 바탕으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기득권을 유지·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극우 보수세력은 검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사건 등을 보수 유튜버들이 확대 재생산하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심지어 제1 야당이 이들에 휘둘려 지난 총선을 망치기도 했다. 

 

▲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교부 루트가 아니라 북한을 잘 알고 있는 통일부가 적극 나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 다르다”


-혹자는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종속관계로 보기도 한다. 이는 국력의 차원인가, 역대 권위주의 정부 탓인가?


▲미일동맹은 미국이 태평양전쟁 승리 후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 8월)에서 비롯됐다. 미일 안보협력 관계는 미국의 동아시아 헤게모니 수단이다. 그에 반해 한미동맹은 북한 남침을 방어하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요청하여 체결되었다. 한반도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목적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성격이 다르다.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여겨지는 주한미군 지위협정인 소파(SOFA) 제5조에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대신,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50% 강요는 전혀 논리적 타당성도 없고 불합리한 것 아닌가?


▲일본은 시설과 부지에 대한 지가(地價)를 계산하고 물가상승에 연동하여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처음부터 지가를 빼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돈을 내고 주둔해야 한다. 그 이유는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주일미군이 힘을 받는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관계는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 관계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남지나해 해양 진출을 막기 위해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화 전략 차원에서 대륙세력을 방어하고 중동 석유 수송선 감시 등을 위해 최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동맹국인데 미국이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이고 이치에도 맞지 않다.


소파 협정을 개정하려면 미국의 세계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그것은 곧 일본처럼 미국의 말을 잘 듣는 졸개가 돼야 한다는 얘기와 맞닿아 있다. 일본은 지금껏 NO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들은 NO라고 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NO라고 한 적이 있다. 소파 협정 개정은 곧 한미동맹 격하를 의미한다. 김일성의 남침(1950년 6월25일)으로 사흘 만에 한반도를 거의 점령했다. 이승만은 큰 소리를 쳤지만 한국군 능력만으로 공산군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전시작전권을 송두리째 미국에 넘겨주었다.


분단의 책임이 일정부분 미국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과 소련이 태평양전쟁 연합 승전국으로서 전리품을 나눈 차원에서 한반도를 점령함으로써 38선이 그어졌다. 중요한 것은 당시 우리가 나라를 독립적으로 이끌어 갈 의지와 플랜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설득하는 K-외교 정립을”


-건강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라도 21대 국회에서 주한미군 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민여론이 크게 일어나지 않은 이상 국회 비준동의를 처음부터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얘기만 나오면 정치권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패배주의적 발상을 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원동력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주 세력이 아니었다. 시민운동 차원에서 민초들이 거대한 들불처럼 일어나 정의로운 의협심의 발동으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관료주의자들은 미국이 시키면 시킨 대로 한다.


미국 입장에선 관료들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즉, 시민들은 무서워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과 시민의 개념조차 혼동하고 있었다. 시민을 대구시민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국민이란 개념은 일제 강점기에 황국신민의 줄임말로, 국민이 탄생되었다.


건강한 한미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일어나 정부와 국회를 견인해야 한다. K-팝, K-한류, K-방역이 세계를 열광시켰듯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K-외교를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여론이 대세를 이루면 정부도 국회도 움직이고,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탄핵’ 후 극우보수 세력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4·15 총선도 부정선거로 규정, 선관위나 청와대가 아닌 미국의 백악관에 접수하여 성토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인가? ‘박근혜 석방’을 위해 태극기를 드는 것도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그런데 왜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가? 불법선거를 가려주기 위해 미국의 백악관에 접수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미국의 속국 노예근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국내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걸 미국에 기대야만 하는가? 그들은 “한국은 경제적인 것은 잘 해결하지만 70년 식민통치의 결과 일제 황국신민화 교육을 받아서인지 미국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하여 주한미대사나 한·미 워킹그룹에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했다. 우리 통일부와 청와대 그리고 국회에서 주권 침해적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이 총독이나 통감 행세를 하는 데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주한미군 동아시아 헤게모니용”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환수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은 65만 명이다. 주한미군은 2만8000여 명이다. 일부 국민들은 미군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환상·착각 상태에 빠져 있다. 6·25 이후 초기에는 북한군 재침략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이 주둔했다. 그러나 1980년대 북한경제는 몰락했다. 1990년대에는 북한 침략과는 상관없이 관성의 법칙 아래 주둔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군사대국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동북아 군사적 헤게모니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동아시아 전초기지로서 대륙세력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 예비역 장성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만 나와도 “한국이 곧 공산화된다”고 보는 게 보수세력의 시각이다. 전시작전권이 회수되어도 대미 의존성은 더 강해질 것이다. 강해진 군부의 성향상 종전선언, 정전협정 폐기는 전쟁 발발 우려가 있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미국이 우리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지 않은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을 위해 차관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협조를 구해 한일협정을 맺게 하여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받는 수교로 정리했다.

 

그러나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미해결의 굴욕적 한일회담은 지금까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한일관계가 꼬이고 있다. 서독광부, 월남파병 등은 돈이 필요해서 우리가 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을 상식 밖으로 청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은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2007년 4월1일)를 주장했다. 당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은 네오콘으로 대북 강경론자였다. 그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대적할 수 있기에 전작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부시 정부의 주한미군 성격은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시아 질서를 미국 중심의 질서로 구축하기 위해 존재했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키는 면도 있지만 동아시아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서 주둔하고 있다.

 

“김정일·김정은 주한미군 용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길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유엔사의 지위가 바뀐다. 주한미군 해체가 뒤따라 나올 것이다. 유엔군 창설은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21개국이 참전하여 만들어졌다. 유엔사령부가 곧 미국이다. 문제는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그런데 북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면서 유엔사 모자를 쓰고 유엔사령부가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유엔에 가입했다고 해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끝내야 한다. 유엔사 모자를 벗어야 한다. 1990년대 초에는 북측이 북미수교를 맺어주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다고 했다. 2000년 10월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백화원초대소에서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그렇게 밝혔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때 “북미수교 해준다면 선대 유훈이기에 따르겠다. 핵무기까지 포기를 하겠다”고 해서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통일독일 이후 NATO군이 서독에 주둔하듯이 동북아 질서를 안정화시키는 차원에서 ‘사우스 코리아’에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용인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불안감 때문에 미군철수는 금기시되어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 대북공포증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나.


▲북한은 단계적 동시행동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후 경제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의 개념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3~4정도라면 한반도 비핵화는 10정도다. 중국도 동조하고 있는데 북한은 괌에 있는 주일미군과 전략 핵무기를 더 무서워한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기다릴 게 아니라 톱다운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 한다. 특사를 파견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명분(보건의료, 식량지원 등)을 만들어 서울을 방문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1월 트럼프 재선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로 가는 길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아니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가?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대한 미국 조야의 시각은 트럼프가 김정은에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외톨이로 내몰렸다. 정전협정 체제가 평화협정 체제로 변경될 경우 동아시아 헤게모니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북미 관계개선의 평화체제 구축을 원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다르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한 후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은데 꽉 막힌 남북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철도, 도로연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미국의 압력에 남한정부가 독자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우리의 문제를 누가 해결해 주겠는가?

 

-최근 통일부에서 5·24 대북제재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함의는 무엇이라고 보나.


▲5·24 조치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에 대해서 대북제재를 내린 것을 말한다. 제재의 내용은 한 대여섯 가지다. 한국이 북한에 못 가게 만들었고, 북한 선박도 한국에 못 들어온다, 인도적 지원도 굉장히 어렵게 만들어 놨다.


사실상 그렇게 해놓고도 이명박 정부하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풀어줬다. 그다음에 바로 종교인 방북을 허용한 것이 그 예다. 5·24 대북제재는 사실상 어떤 점에서는 별로 구속력이 없는 것이었다. 그 후 박근혜 정부에서 이걸 해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쪽의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맨 처음에 취했어야 될 조치가 바로 5·24 조치 해제다. 이 조치는 그냥 해버리는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연설 형식으로 발표한 5·24 조치의 법적 성격은 행정명령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또 한 번 연설해서 ‘5·24 조치는 오늘부로 해제한다’고 하면 됐는데 3년 만에 늦게 나왔다.


이번 조치로 우선 통일부가 비로소 분단국가의 통일부로서 역할을 했다.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금년 초부터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또 보건의료 협력을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는 일종의 자가당착이었다. 이번 통일부 입장 발표로 문 대통령의 제안이 실질적으로 실천될 수 있는 우리 내부의 제약을 스스로 풀었다고 본다.


그런데 앞으로 북한의 반응이 문제다. 실질적으로 5·24 조치 해제 이후 우리 쪽에서 5·24 조치와 관련됐던 여러 가지 제약들을 뛰어넘는 정치적 조치라든지 또는 민간의 움직임을 정부 당국이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지원하는 후속조치가 소급해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보건의료 협력이라든지 또는 생명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제의에 호응을 해올 것이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와 통일부에 한마디 한다면.


▲코로나19로 남북·북미 관계가 교착상태다.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기존의 외교부 루트가 아닌 북한을 잘 알고 있는 통일부가 적극 나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북한 시장을 잘 알고 있는 통일부가 나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고, 미국도 좋아할 것이다.

 

hpf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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