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문에서 찾아낸 내 몸을 지키는 식사법

“잘못된 건강 지식이 당신 몸을 망친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05 [10:45]

과학 논문에서 찾아낸 내 몸을 지키는 식사법

“잘못된 건강 지식이 당신 몸을 망친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6/05 [10:45]

인터넷상에는 먹을거리와 관련된 건강 정보가 수없이 많다. 비타민, 효소, 오메가3, 항산화제, 유익균 등등. 몸에 좋다는 기적의 성분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케토제닉 다이어트, 거슨 요법, 간헐적 단식 등 소위 최강의 비법도 넘쳐난다. 암과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각종 질병을 척척 고쳐줄 뿐 아니라, 심지어 노화까지 막아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은 무엇을 바탕으로 하는 걸까? 확실한 근거는 있을까?

 

40년 이상 과학계에서 연구활동에 전념한 타이완의 의학자 린칭순 박사는 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그 답을 찾는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을 포함한 60여 개 의학 학술지에서 논문을 심사해 온 과학자의 날카로운 감식안으로 무엇이 우리의 건강을 돕고 어떤 것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지를 낱낱이 밝혀낸다. 린칭순 박사의 책 <식사에도 과학이 필요해>(원더박스)를 바탕으로 ‘과학 논문에서 찾아낸 내 몸을 지키는 식사법’을 소개한다.

 


 

이 세상에 무병장수 가능케 하는 식품이나 영양소 존재하지 않아
암 고치고 노화 막는다는 건강정보…대부분 단점 감추고 장점 부각

 

“더 높은 영양 위해 유기농 식품 구매하는 것은 돈 낭비” 지적
돼지 껍데기든 콜라겐 보충제든 피부에 콜라겐 보충해주진 못해

 

“어떤 음식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으니 먹지 말라고 말하는 보건 전문가는 최신 정보에 어두운 사람일 것이다. 반대로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도 상관없으니 마음 놓고 먹으라고 말하는 보건 전문가는 아마도 최신 정보에 중점을 뒀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최신 정보의 절반을 잘못 이해했다. 정리해 보면, 우리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을 두려워하고 피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에 계란 3개에 스테이크 3접시를 먹어 치우며 과잉 섭취를 해서도 안 된다. 건강을 위한다면 다양하고 적당히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40년 넘게 과학계에 몸담으며 200편이 넘는 학술 논문을 발표한 타이완 의학자 린칭순 박사의 말이다. 

 

▲ 타이완 의학자 린칭순 박사의 책 표지. 

 

건강 정보와 상술의 발현


60여 개 의학 학술지에서 논문을 심사해온 과학자의 날카로운 감식안으로 무엇이 우리의 건강을 돕고 어떤 것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지를 낱낱이 밝혀낸그는 “이 세상에 무병장수하게 해주는 식품이나 영양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인터넷상에, 혹은 서점가에 떠도는 온갖 미사여구가 붙은 건강 정보는 상술이 발현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비타민 연구로 정평이 난 라이너스 폴링 연구소에서 재직했으며 캘리포니아 생물의학 연구소 선임연구원,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학대학원(UCSF) 교수 등을 거친 린칭순 박사는 교수직에서 퇴임 후 ‘과학적인 영양과 건강’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해 잘못된 건강 지식을 바로잡는 데 힘쓰고 있다.


“잘못된 건강 지식은 내 몸을 망친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건강 지식은 과학적으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등등. 몸에 좋다고 믿어왔던 상식의 근거를 파헤치는 린칭순 박사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건강 지식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사실 암을 고치고 노화까지 막아주는 등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건강 정보는 과학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포장한 것이거나 단점은 감추고 장점만을 부각한 것이 상당수다.

 

그럴듯해 보이는 정보들


린칭순 박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바로잡는다.


-코코넛오일이 알츠하이머를 예방해 준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유행한 코코넛오일이 이제는 알츠하이머까지 예방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사실이며, 코코넛오일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이 건강에 좋다?


▲농약을 덜 사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유기농 식품의 영양이 더 높은지는 별개 문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소아과학회는 “현재로서는 유기농 식품에 건강 증진이나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2012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는 “더 높은 영양을 위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것은 돈 낭비”라는 파격적인 논조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칼로리가 0인 설탕 대용 감미료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칼로리가 낮은 설탕 대용 감미료는 얼핏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저칼로리 감미료가 인체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또한 설탕 대용 감미료는 2형 당뇨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비타민D 보충제를 먹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낮아진다?


▲대장암 환자에게서 비타민D 수치가 낮게 나타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비타민D 보충제를 먹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낮아진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비타민D 수치가 낮은 것’과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동시에 발생해 상관관계가 있지만 인과관계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자가 후자를 발생시켰거나 후자가 전자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비타민D는 영양소가 아닌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이고, 모든 스테로이드에는 양면성이 있다. 비타민D는 장기 석회화, 심장병, 신장병 등 여러 질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아스피린을 매일 적당량 복용하는 것은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천공성 위궤양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도 있다.

 

과학 논문에서 답 구해보니


이처럼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 정보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거나, 좋은 부분만 과도하게 강조한 경우가 많다는 게 린칭순 박사의 분석.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린칭순 박사는 “그것은 바로, 떠도는 건강 정보를 꼼꼼히 살피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살피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습관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는 것. 내 몸을 살린다는 건강식품이 오히려 내 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비타민 과잉 섭취는 아주 흔한 현상이 돼 버렸다. 미국 독극물 통제센터 협회에 보고되는 비타민 중독 사례가 매년 6만 건이 넘는다. 협회에 보고해야 할 만큼 심각한 중독이 6만 건이니, 이보다 덜한 중독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과학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을까? 40년 이상 의학계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해온 린칭순 박사는 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그 답을 찾는다. 정식 과학 논문 한 편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험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물론 동료 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근거는 자연히 배제된다.


“법적으로 의약품은 시중에 판매되기 전에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지만 영양제 제품은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영양제 제조 및 판매 기업은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그들의 상품이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과대광고하기 일쑤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린칭순 박사는 이렇듯 세계보건기구, 각국 보건기구와 의사협회 등 신뢰도 높은 단체에서 발표한 내용도 근거로 삼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의사의 말이라도 개인의 견해는 과학적인 근거로 볼 수 없으므로, 공신력 있는 여러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그리고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올바른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 지식을 폭넓게 검증한다. 먼저 식재료와 관련해 떠도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퍼진 영양제의 효능에 대해 파헤치며 암과 알츠하이머, 심장병 등 주요 질병과 먹을거리와의 관계를 살핀다.


“의학계가 ‘비타민D는 영양소’라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지난 50~60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아직까지 비타민D 보충의 필요성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뇨나 암 같은 골격 이외 질환에 대한 연구는 잠시 미뤄 두자. 어차피 비타민D가 골격 이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사실 비타민D가 골격에 주는 영향도 불분명하긴 마찬가지다. 2010년, 미국 의사협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는 비타민D 과다 섭취가 골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E 영양제와 베타카로틴 영양제는 사망률을 5% 증가시킨다. 또한 비타민C 영양제는 유익한 영향이 없고 오히려 유해한 영향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수명에 끼치는 영향뿐 아니라 대다수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조사에서 항산화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유해하기만 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브로멜린 등 특수한 몇 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 아미노산은 장에서 흡수되고 혈액에 섞여 온몸의 세포에 전달된 후, 각 세포의 필요에 의해 헤모글로빈 등 새로운 단백질로 합성된다.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은 애초에 먹었던 단백질과는 전혀 다르다. 돼지 껍데기든 콜라겐 보충제든 당신이 먹은 콜라겐은 결국 다른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당신의 피부에 콜라겐을 보충해 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잘못된 건강 지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식품 중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심장협회와 미국 심장학회의 공동 조사 연구 결론과 같은 의견이다. 콜레스테롤은 과잉 섭취 시 주의를 요하는 영양소가 아니다.”


“케토제닉 과정에서 세포 수분이 유실되기 때문에 체중 감량 요인이 지방 분해가 아니라 탈수 증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쯤에서 다시 궁금해진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지 않을까?


종합해 볼 때 케토제닉 식단은 매우 특이하고 잠재 위험이 다분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시도해 보고 싶다면 함부로 따라 하지 말고 반드시 관련 분야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길 바란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은 그냥 떠도는 말일 뿐이니 절대 맹신하지 말자.”

 

▲ 비타민, 효소, 오메가3, 항산화제, 유익균, 유기농 식품 등등. 몸에 좋다는 기적의 성분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사진출처=Pixabay> 

 

식사에도 과학이 필요해!


사실 돌이켜 보면 수많은 건강식품이 반짝 인기를 누린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는 한 새로운 건강식품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몸에 좋다는 건강 지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질 것이다.


린칭순 박사는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특정 식품이나 영양소를 치켜세우지 않는다. 몸을 살린다거나 완벽하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언컨대 이 세상에 불로장생의 꿈을 이뤄주는 식품이나 무병장수하게 해주는 영양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쏟아지는 건강 정보, 그중에 먹을거리와 관련된 정보는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오히려 당신의 몸을 위협한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 지식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습관이다. 몸에 좋다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한 번 더 따져 물어야 몸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수십 년간 의학계에서 연구 활동에 힘써 온 린칭순 박사의 조언을 새겨들어 온갖 건강식품에 연연하지 말고 슬기로운 식사 생활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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