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최저가 강요 갑질하다 과징금 철퇴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05 [14:46]

‘요기요’ 최저가 강요 갑질하다 과징금 철퇴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6/05 [14:46]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2013~2016년 최저가 보장제 시행…전화주문 할인 막고 ‘수수료’ 챙겨
입점 음식점이 요기요보다 싸게 팔면 제재…공정위 “거래상 지위 남용”

 

▲ 요기요 PR 장면과 로고. 

 

“우리보다 싸게 팔지 마!”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배달앱) 시장 2위 업체 요기요가 ‘갑질’을 하다가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하는 동안 음식점 전화주문 할인을 막아놓고 점주들에겐 주문 건당 12.5%라는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기다가 수 억언의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요기요와 입점 계약을 한 음식점을 대상으로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저가 보장’ 요구 행위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위법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DH는 최저가 보장제를 통해 요기요 입점 업체가 전화주문이나, 배달의민족 등 다른앱 주문을 통해 음식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SI(Sales Improvement)팀을 운영하며 최저가 보장제가 준수되는지 관리했다.


DH는 전 직원에게 “최저가 보장제를 위반하는 음식점이 있으면 제보하라”고 요청하고, 일부 직원에게는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음식점에 가격을 문의하는 ‘미스터리 콜’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요기요 가격이 다른 경로보다 비쌀 경우 그 차액의 300%를 보상하겠다”고 했다.


DH는 이 제도를 시행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최저가 보장제를 위반한 음식점 144곳을 적발했다. 소비자 신고 87건, 자체 모니터링 55건, 경쟁 음식점 신고 2건 순이다. DH는 위반 음식점에 요기요 가격 인하, 다른 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따르지 않은 음식점 43곳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요기요의 이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된다며 시정(향후 행위 금지) 명령과 과징금 4억68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결정문을 보면, 요기요는 요기요에서 주문한 음식의 가격이 다른 경로를 통해 주문한 가격보다 비쌀 경우 소비자에게는 차액의 300%(최대 5000원)를 쿠폰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광고 마케팅을 하면서, 음식점에는 자체적인 모니터링과 일반 소비자들의 신고를 통해 ‘최저가 보장제’를 위반한 업체를 적발하여 ‘요기요의 가격 인하’, ‘타 배달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다.


요기요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다른 앱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와 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 주문할 경우 앱 수수료를 할인받을 기회마저도 박탈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DH가 배달앱 2위 요기요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입점 음식점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본 것이다.


배달앱 업체가 음식점과의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가 인정돼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H 측은 “최저가 보장제는 배달앱 초창기이자 요기요 서비스 출시 초기인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됐던 소비자 보호 제도”라며 “가격 차별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배달앱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했던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요기요의 최저가 보장제로 음식점이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음식점은 요기요의 높은 건당 주문 수수료(12.5%)에 부담을 느껴, 전화주문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인데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요기요 앱에서 소비자들이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은 터치주문과 전화주문으로 나뉜다. DH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전화주문은 달갑지 않다. 소비자들이 전화주문을 하면 입점 음식점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DH 측은 전화주문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저가 보장제’를 도입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DH 관계자는 “요기요 앱에 전화주문 방식을 도입한 시기는 2015년 6월이고, 최저가 보장제는 그보다 앞선 2013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의도한 것이 아니다”면서 “최저가 요기요 소비자들이 똑같은 품질의 음식을 주문하고도, 다른 대우를 받지 않도록 소비자 후생 방지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H는 지난 2014년부터 요기요 입점 음식점들에게 배달주문 건당 일괄 수수료 12.5%를 받고 있다. 배달앱 업계 최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6월3일“공정위가 음식점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권을 제한하고 경영 활동에 간섭한 요기요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을 환영한다”면서“소비자의 가격 선택권을 제한한 결과를 가져온 요기요의 최저가 보상제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단체는 또한, “현재 배달앱 2위 사업자와 국내 배달앱 1위 사업자의 기업결합 심사 중으로 배달 플랫폼 시장이 독과점으로 간다면 소비자 선택권의 제한 등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안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숙고하여 배달 앱 독과점 시장체제에서의 소비자 후생과 편익이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H는 지난 2017년 매출액 기준 음식 배달 앱 시장의 26.7%를 차지한 2위 사업자다. 지난 2014년 배달통에 이어 최근 배달의민족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배달앱 1~3위를 모두 독차지하게 된다. 이로 인한 수수료 인상 등 독과점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DH는 현재 공정위 M&A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공정위는 “요기요에 대한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규율한 것일 뿐, 기업결합 승인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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