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쟁점 둘러싼 잠룡들의 설전 집중분석

2022년 대선 화두로 판 커지자…여야 잠룡 의견 백가쟁명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12 [13:53]

기본소득 쟁점 둘러싼 잠룡들의 설전 집중분석

2022년 대선 화두로 판 커지자…여야 잠룡 의견 백가쟁명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6/12 [13:53]

전 국민에게 일정금액을 월급처럼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화제다. 최근 차기 대권 유력 주자들이 잇따라 관련 논의에 뛰어들면서 기본소득 도입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5월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된 후 영세 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등 ‘약발’이 먹히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전향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여야 잠룡들도 너나없이 기본소득 논의에 뛰어들었다. 여권 잠룡들 중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고, 최근에는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등도 기본소득 논의에 가세했다.

 

야권 잠룡 중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가장 전형적인 의견을 내고 있고,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본소득제 이슈’는 2022년 대통령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빵 먹을 자유’ 김종인 드라이브에 정치 담론 중심부 진입
잠룡들 경쟁하듯 의견 표명…‘기본소득’ 다음 대선 화두로…
이재명 ‘적극’ 이낙연 ‘신중’…박원순 ‘유보’ 홍준표 ‘반대’

 

▲ 이낙연 민주당 의원.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커져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먼저 불을 댕기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번 더 점화시키면서 기본소득제 논의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기본소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 기본소득제에 대해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지지층에서는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미래통합당 등 보수진영 지지자들은 반대가 높아 대조를 이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월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뒤 그 결과를 6월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기본소득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8.6%, ‘반대한다’는 응답은 42.8%로 오차범위 안에서 찬반이 갈렸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등 범여권에서는 찬성 여론이 높고,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다는 대목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65.0%,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66.2%, 정의당 지지층에서 63.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층 중 ‘찬성한다’는 응답은 24.7%, 무당층에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25.1%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41.9%였다. 중도층에서는 찬성이 48.7%, 반대가 42.3%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이 같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은 4.6%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소득제 부르짖는 이재명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듯 기본소득제는 ‘진보의 의제’로 통했다. 그런데 보수 정당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띄우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이후 여야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백가쟁명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고, 각 진영 내부에서도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와 지급 규모, 재원마련 방안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기본소득제 이슈’가 2022년 대통령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제를 부르짖은 사람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2016년 성남시장 시절 기본소득 개념을 담은 ‘청년배당’을 도입했던 이 지사는 지난 4월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을 맞아 전 세계 사회운동 단체 대표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본소득 얘기를 꺼내자 다음날 크게 반색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정작 세계화의 이득에서 소외됐던 이들이 그 피해를 두 배로 크게 당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고려할 때일지 모른다”며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은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피할 수 없는 경제정책이자 복지정책”이라며 “교황께서도 기본소득 도입 주장…기본소득 멀지 않았습니다”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기술적으로도 일부를 낙인찍으며 골라내 지원(기초생활 수급자)하기보다, 모두에게 지급하고 일부를 골라 조세정산으로 환수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합니다”라며 “지급금 수준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참작할 때 월 50만 원 정도가 적정합니다. 노동회피 우려를 하지만 월 50만 원 받는다고 일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요?”라고 반문했다.


이 지사는 재원 조달과 관련해선 “부동산 불로소득의 일부인 15조 원 가량을 국토보유세로 걷어도 선진국 토지보유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 이를 걷어 전액 국민에게 지급하는 경우 국민의 95%는 국토보유세를 아예 내지 않거나 내는 국토보유세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습니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토보유세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만 해도 연간 50만 원 이상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고 이것이 자산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판 키운 김종인


그리고 두 달 후 통합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확대가 정치의 목표”라며 진보진영 의제였던 기본소득 논의를 보수진영으로도 끌어들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6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본소득’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6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기본소득제 도입을 한 번 더 공론화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기본소득제 도입의 핵심 사항인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우클릭’을 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방안을 집중검토 하겠다”는 말로 김 비대위원장의 기본소득 도입에 동조하며 숟가락을 얹었다.


안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이슈를 제기한 직후인 6월4일 “어려운 계층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이재명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 김 비대위원장의 기본소득 드라이브를 받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6월4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이나 안철수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청년계층이나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하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기본소득 이슈는 삽시간에 정치 담론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여야 잠룡들도 경쟁하듯 기본소득에 관한 의견을 내놓으며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가 다음 대선의 화두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신중론, 박원순 유보


우선 여권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기본소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취지를 이해한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도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6월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제에 대한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 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이처럼 기본소득에 관한 찬반 논의는 환영하되 자신의 입장은 똑부러지게 밝히지 않은 것은 향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특유의 신중론으로 읽히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그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본소독 도입과 관련해 유보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박 시장은 이재명 지사가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데 대해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 시장은 6월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가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면서 ”반대로 대기업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끄떡없다. 모두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어 “우리에게 24조 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성인인구는 약 4000만 명이다. 그리고 최근 연간 실직자는 약 200만 명이다”라며 “전 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24조 원으로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 원씩 지급한다. 1년 기준 6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24조 원으로 실직자에게 월 100만 원씩 지급한다. 1년 기준 12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히고 있고, 이대로 가면 이번 코로나19 이후 훨씬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며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24조 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 ‘실직자에게 월 100만 원씩 지급’하는 사례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월 5만 원씩 지급’하는 사례를 비교했다.

 

그러면서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매월 5만 원, 월 1000만 원 가까운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매월 5만 원을 지급받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인가”라며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적 복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시장은 6월11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전 국민 기본소득에 대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고 반문하며 “10만 원씩만 전 국민에게 준다고 해도 62조가 들어간다”고 비판을 가했다.


대권주자이자 당권 도전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시장과 결이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6월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 우선돼야 할 것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라며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의 전도”라고 기존의 복지체제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당장 닥친 코로나 위기에서 기본소득 지급은 대증요법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기본소득은 ‘코로나 이후’라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잠룡 저마다 다른 의견


보수진영은 기본소득제의 이념성을 둘러싼 대립이 치열하다.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기본소득이 보수진영 주요 의제라는 입장과 사회주의적 제도라는 비판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야권 대선주자들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홍준표 무소속 의원.


기본소득제 도입에 가장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잠룡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다.


홍 의원은 6월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칙에 불과한 경제민주화가 헌법상 원칙인 자유시장 경제를 제치고 원칙인 양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보수진영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 드라이브를 건 김 위원장을 겨냥한 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또한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되는 것을 국민들이 수용해야 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데, 현명한 스위스 국민들이 왜 기본소득제를 국민 77%의 반대로 부결시켰는지 알아나 보고 주장들 하시는지 참 안타깝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경제적 기반이 붕괴되어 가는 것을 회생시킬 생각은 않고 사회주의 배급제도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는 지금의 정치 현실이 참 안타깝다”며 “중요한 것은 아무런 실익 없는 기본소득제 논쟁보다 서민복지의 강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미래통합당 내 잠룡들 중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기본소득제에 가장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며 서울시장에서 내려왔던 그가 안심소득제에 대해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6월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심소득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 김 전 의원은 이날 “(오 전 시장은) 일률적으로 기본소득을 주는 것, 똑같은 액수를 주는 것은 반대라면서 부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주는 방안을 공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 전 시장은 6월 말 개소를 목표로 하는 미래연구소에서 안심소득제에 대해 연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전 세계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부유층, 가난한 계층 다 같은 액수를 지급하자는 것”이라면서 “기본소득의 보수 버전인 ‘안심 소득’은 하후상박이 원칙”이라고 기본소득 개념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 소득 이상이면 세금을 내고 덜 받아가고, 그 밑은 세금은 안 내고 많이 받아가게 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 유승민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기본소득제 논의에 불이 붙은 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연세대 특강에서 “기본소득제는 황당한 발상 같지만 유럽에선 투표도 했다”고 소개하며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고민해볼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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