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 전격 변신, 정진영 당당 인터뷰

“망신당하더라도 한번은 도전하고 싶었다”

김지은(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6/19 [12:22]

배우→감독 전격 변신, 정진영 당당 인터뷰

“망신당하더라도 한번은 도전하고 싶었다”

김지은(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6/19 [12:22]

영화 ‘사라진 시간’ 시나리오 직접 쓰고 메가폰 잡아
17세부터 ‘영화 연출가’ 꿈…40년 만에 “레디, 액션!”

 

▲ 배우 정진영은 17세부터 그리던 ‘영화 연출가’라는 꿈을 40년 만에 이뤘다.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 32년간 배우로 활동해온 정진영이 이번에는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17세부터 바란 ‘영화 연출가’라는 꿈을 40년 만에 이뤘다.


6월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진영은 “배우로서도 늘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연출에 시나리오까지 쓴 이야기로 평가받는 것이다 보니 정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의 꿈은 어렸을 때부터 연출자였으나, 감독 데뷔를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컸다. 용기를 낸 건 4년 전쯤이다. 가장으로서 아이를 다 키우고, 배우 인생을 돌아보니 문득 어릴 적 꿈꿨던 예술가의 삶이 떠올랐다고 한다.


“충무로에서 연출부 막내 생활을 했지만 거의 배우로 살았다. 나는 못할 것이다. 능력이 안 되는 일이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살았다. 그러다 아이가 고3이었을 때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 했다고 느꼈다. 내게 예술가는 외롭더라도 도전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안전한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망신당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었다.

 

아내도 용기를 줬다. 당신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잖아 이번에 안하면 평생 포기한다고 하더라. 꼭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가고 싶은 길이었다. 안 간다면 평생 후회할 여행지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형구(조진웅 분)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그를 설명하던 모든 것이 변해 있다.


‘인생이 뒤바뀌는’ 영화를 통해 정진영이 던지고 싶었던 이야기는 “타인이 보는 삶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 놓인 고독”이었다. 자신의 삶을 추적해 나가며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죠. ‘내가 생각하는 나’가 있고 ‘남이 생각하는 나’가 있는데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과 갈등하잖아요. 직장에서도 그렇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남들이 생각하는 나로 맞춰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어느 순간 서글퍼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의 파도를 타고 놀고 싶었고, 계속 다른 파도를 넘어가는 이야기 구조로 가고 싶었죠.”


정진영은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기존의 시나리오 작법을 흔들고 깼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지인 교사 부부와 이들의 비밀을 조사하는 형구가 하루 만에 인생이 뒤바뀌는 이야기가 나열되는데 뚜렷한 결론을 주지 않아 기묘한 꿈처럼 느껴진다. 남의 흉내 내지 말자고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선언’이라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었다고 한다.


“어렵다기보다 논리적인 해석과 다른 경로로 와 닿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기존의 어법이나 규칙을 따라가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그래서 특정 장르의 규칙이 없고, 계속 다른 파도를 타는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죠.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순간 이야기에 같이 따라가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형식의 낯설음도 있지만 대중들이 익숙한 뚜렷한 결론도 드리지 않고 어떤게 벌어진 일인지에 대한 답도 안주죠.”


영화 <사라진 시간>은 처음엔 독립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 예산을 많이 투자하게 되면 영화가 방향을 잃는다는 판단했고, 상업적 승산이 거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조진웅이 캐스팅되고, 다른 제작자가 투자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상업영화가 됐다.


“영화 <대장 김창수> 팀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조진웅이 “정 배우님 연출 데뷔 하십니다”라고 밝혔고,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제작을 맡겠다고 나섰죠. 결과적으로 조진웅이 장원석 대표를 끌어들였죠. 처음엔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될 거 같아서 제 사비로 만들려고 했어요. 공동제작에 제가 만든 다니필름 이름이 올라간 이유죠. 조진웅이 자신이 출연한다고 선언을 해버려서 이렇게 커졌어요. 하하. 제가 제작했으면 무척 힘든 일이 많았을 거예요.”


주인공 캐릭터는 처음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뒀다. 외형적 모습과는 다른 여린 면모가 가득하다는 판단이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읽고 하루 만에 출연하겠다고 확정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선배라서 수락한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조진웅은 '내가 미쳤냐'고 반문했다. 미묘한 이야기지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초고를 보여준 사람이 충무로에서는 조진웅이에요. 보내면서도 이걸 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5%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하겠다고 답이 왔죠. 정말 고마웠어요. 보통의 경우에 주연배우 의견 받아서 시나리오를 조금씩 고쳐주는데 조진웅이 ‘내가 나온 부분은 토씨 하나 바꾸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가 시나리오를 좋게 보고, 이야기를 믿어준다는 게 고마웠어요.”


조진웅을 캐스팅하고 다음으로 시나리오를 보여준 이는 이준익 감독이다. “다행히 좋은 시나리오라고 해주셨어요. 그러면서도 ‘영화를 만들어졌을 때는 평가가 분명히 엇갈릴 수 있어. 그건 네가 감당해나가야 해’라고 하시더군요.”


베테랑 배우지만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껏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켠에는 꿈을 이룬 후련함도 느껴졌다.


“오랜 꿈을 이룬 성취감보다 묘한 느낌이 들어요. 감개무량하지만 이상한 느낌도 들죠. 다음 작품 계획은 아직은 모르겠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작품 하나를 하는 건 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영화는 그런 마음 가지고는 할 수 없어요. 지금은 그냥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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