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장편소설 제5회 <형제복지원-회색 구슬 속의 산 18번지 왕국>

난 그 사내를, 형제복지원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20/06/26 [11:39]

김영권 장편소설 제5회 <형제복지원-회색 구슬 속의 산 18번지 왕국>

난 그 사내를, 형제복지원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20/06/26 [11:39]

인간이 만든 인간 지옥…흉악스런 지옥원 실상 대부분 밝혀졌지만…
피해자들은 망가진 심신으로 지옥 사회 변두리를 고통 속에 헤매고…

 

“소년처럼 순수하던 저 눈이 충혈돼 마치 짐승새끼처럼 보이잖어유?”
거기서 인간은 영혼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한 두당 얼마짜리 짐승 취급

 

▲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복지원 생존자 최승우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위에 홀로 앉아 있다. <뉴시스> 

 

제2부<2> 슬픈 박쥐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댄 채 난 눈을 감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눈을 뜨고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다시 내리감았다. 인생이 영원하지 않기에 의식 가진 존재는 눈을 깜박거리는 걸 계속 반복하지 않을까 싶었다. 눈을 감은 채 그대로 한동안 묵상 속에 잠겨들었다. 영원과 닮은 상태를 그리워하며… 하지만 온갖 상념이 거품처럼 솟아올랐다가 꺼지곤 해서 쉽지 않았다.

 

현재 맡은 작업은 부산 형제(자매)복지원 사건이었다.


자매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 넣은 건 그곳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공공연히 수용됐기 때문이다. 좀 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선 아마 복지라는 낱말 또한 지옥으로 바꿔야 할 터였다. 인간이 만든 인간 지옥이라고나 할까.


만일 내가 진실 추구에 철저한 인간이라면 사실적인 견지로 접근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난 왠지 그러기 싫었다. 취재와 자료수집 등은 이미 오래 전에 대강 마무리 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곧 착수하지 못한 건 다른 일로 좀 바쁘기도 했지만, 그 사건 자체가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 지옥 생존자들의 처절한 수기를 비롯한 실록물뿐 아니라 언론보도 또한 넘칠 정도로 많았다. 아무리 소설 형식으론 아직 나오지 않았을지언정 식상할 게 뻔해 보였다.


만일 인기작가라면 상황은 꽤 달라진다. 정면으로 다루든 측면에서 다루든 일단 책이 나오면 세상의 주목을 불러일으킨다. 내용이 어떻든 인기작가 마니아들은 표지만 보고도 구매한다. 더구나 출판사에서 각종 문구를 곁들여 계속 광고를 해댄다면 베스트셀러 만들기 작전도 될뿐더러, 소재 자체만으로도 새로이 이목을 모아 약자인 피해자들에게 힘을 보태 줄 수가 있다. 그런데 왠지 아직 그런 시도는 없었다. 왜 그럴까? 바빠서 그럴 수도 있겠고, 이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스러져 버린 마당에 굳이 애써 판을 벌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 같은 무명작가로선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리라. 그래서 지난해에 취재와 자료수집을 거의 끝내 놓고도 여태껏 착수하진 못했던 것이다. 애당초 섣불리 덤벼든 듯싶다. 지난날의 어설픈 판단을 짓씹어 목구멍 속으로 삼킨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 밤, 지하철을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갈 때만 해도 회의감이 이토록 깊진 않았다. 흉악스런 지옥원의 실상이 대부분 밝혀졌다곤 해도 아직 피해자들은 사죄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망가진 심신으로 지옥 사회의 변두리를 고통 속에 헤매고 있었다.


그들의 내면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붉은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 가슴 따스한 사람들에게 수혈해 주고 싶었다. 단순한 사실을 넘어 진실의 엑기스를….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국회의사당 앞 길가에 허름한 비닐 천막이 가설돼 있었다. 백짓장에 써 붙여 놓은 ‘국정 조사! 진실 승리!’ 같은 글귀가 펄럭거리며 혈서처럼 보여 마음을 심란케 했다.


‘단식 3일째’라는 표식이 내걸린 비닐 출입문을 톡톡 두드린 후 안으로 겨우 기어 들어갔다. 좁은 투명 텐트 안엔 세 명의 사람이 웅크려 앉은 채 담요 한 장을 나눠 덮고 있었다. 세 남자 모두 머리와 수염이 텁수룩하고 꾀죄죄한 몰골이었으며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가 2020년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현관 캐노피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모습.


그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굳이 오셨으니 몸이나 좀 녹였다가 가세요. 전화상으로 말씀드렸지만, 보시다시피 저희들은 알려 드릴 게 별로 없어요. 바로 이것 자체가 현실이죠 뭐.”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하하, 됐습니다. 우리 얘긴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고요. 꼭 쓰고 싶다면 기존 자료를 갖고 쓰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입에서 더 어떤 증언을 들어 보려고 하진 마세요.”


“왜죠?”


“….”


사내는 입을 꾹 다물곤 침묵을 지켰다.

다른 두 사람 쪽을 돌아보자 그들도 묵묵히 외면했다.


민망스런 마음을 누른 채 점퍼 주머니에서 선감도 청소년 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내 소설책을 꺼내 내밀었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후 박정희 정권을 거쳐 전두환 시대까지 존속하며 어린 소년 소녀와 청소년들을 마구 잡아들여 강제 수용한 채 능욕한 지옥의 이야기였다.


사내는 무심한 손길로 받아 표지와 판권란 따윌 슬쩍 살펴보았다. 속 내용을 열어 읽으려다가 닫곤 스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세상 곳곳에 지옥이 숨겨져 있는데도 사람들은 모른 체하니….”


“그러니 가능하면 더 깊이 파서 밝혀야지요.”


“너무 피곤해서 대꾸도 못하겠어요.”


“그래도….”


난 좀 아쉬웠다.


“이보세유, 우리 아우님을 너무 괴롭히지 말아 줘유, 이때껏 너무 힘든 일을 혼자 떠맡고 있걸랑유. 원래 소년처럼 순수하던 저 눈이 충혈돼 마치 희귀한 짐승새끼처럼 보이잖어유? 진실을 위해 애쓴 게 저 꼴이유. 지금두 몸살이 심해 당장 병원엘 가야 하는데 그냥 고집을 부리구 버틴다우.”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중년 사내가 좀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만 일어나 떠나야 할 분위기였지만 난 마지막 한 끗을 바라며 버티고 있었다.

그 사내가 손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문득 틀니를 빼냈다. 그러고는 합죽해진 입으로 말했다.


“잘 보시우. 이게 내 말… 아니, 우리들의 증언이라우. 이제 겨우 사십대 초반인데 청춘은 잃어버리구 이 꼴이 됐으니….”


“악몽을 꾸면서 틀니를 갈기두 한다우.”


이부자락을 턱밑까지 끌어 덮고 있던 검은 얼굴의 백발 노인이 이죽거렸다.


“죄송합니다.”


난 긴 한숨을 내쉬곤 맥없이 기어 비닐 천막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외투 깃으로 막으며 담뱃불을 붙이려는데 젊은 사내가 다가섰다.


“추운 길에 오셨는데 별 도움을 못 드려 미안스럽습니다. 제 마음 같아선 이것저것 겪은 일을 들려 드리고 싶은데… 저 형님들하구 약속이 돼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답니다.”


“아니 왜…?”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허연 입김이 한겨울 냉기 속에 흩날렸다.


“…인간 종족에 대한 불신이나 배신감 때문이겠죠 뭐. 생각하기도 무섭고 징그러운 피해를 당했으니까요. 하지만 꼭 그 지옥에서 겪은 고통 때문만은 아니에요. 쇠창살을 벗어나 사회에 나와서도… 고통의 콜타르 바닥을 괴상스런 벌레처럼 헤매며 기어다니는 꼴이니까요.”


“너무 그리 비관하지 마세요. 인생은 돌고 돌며… 지나고 나서 보면 피장파장이란 얘기도 있잖아요.”


“후후,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인 것 같네요.”


“아, 죄송해요…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요?”


“아녜요. 잘 돌고 돌지도 않고 삐걱거리는 인생의 수레바퀴 때문이겠죠 뭐.”


“저 비닐 천막 속의 형님들은 가끔 나를 사람이 아닌 흉한 짐승처럼 바라보더군요.”


“아니, 오해예요. 속마음은 정직하고 다정한 분들인데, 그저 슬쩍 한번 떠보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워낙 속다 보니… 또 요즘은 워낙 요상스런 작가도 많으니까요.”


그는 씁쓸히 미소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사기꾼 작가란 말씀이죠? 허 참….”


“그리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식한 면도 있지만, 사실 요즘 작가라는 이름으로 한탕 잡아 보려는 자들도 많잖아요.”


“….”


유구무언이랄까.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불어 와 심장을 갈퀴질하곤 지나갔다.


“저는 무식해서… 작가분들이란 사람의 고통과 억울함을 풀어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오해했어요. 우리 형님들도 순진하게 그리 믿었고요… 헌데 그렇지 않더군요.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 떨면서도 꿈과 희망을 갖고… 어느 유명한 여류작가에게 억울한 이야기를 좀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어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버렸다면서….”


“음….”


“그래서 우리 생존 피해자들끼리 머릴 맞댄 채 구슬픈 이야기를 풀어내어 책을 한 권 냈어요. 그런데 출판사는 애초 약속과 달리 계약금도 인세도 아직 일전 한푼 보내지 않았어요. 책 한 권 내준 것만도 고마워하란 투였지요. 나 참… 얼마 전엔 어느 영화사에서 인터뷰하러 와선 알맹이만 쏙 빼먹고 가더니 쌩까 버리더라구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긴 하지만 스토리는 요즘 세상에 맞게 전혀 새로 재구성한다면서… 흐흐, 우리가 겪은 생지옥의 고통은 양념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고 말예요.”


“돈 아끼려 그러는 거겠죠 뭐. 전에 나에게도 선감도 수용소 관계로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얘기만 실컷 듣고 나선 함흥차사예요. 원작료 절약하려는 셈속이겠지만, 어쨌든 나로선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좋겠어요.”


“네….”


“아무튼 힘겨운 단식 중인데 아무런 도움도 드릴 수 없어 유감이군요. 불쑥 찾아와 몽땅 털어 가려 한 욕심도 미안스럽구요. 목적이 이뤄지길 마음으로나마 빌게요. 그럼 이만….”


“휘유, 제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네요. 모쪼록 오셨는데 빈걸음으로 돌아가시게 해서 언짢군요. 훗날 언젠가 상황이 좀 더 좋아져서 다시 뵙게 되길 바랍니다.”


그는 허연 담배 연기에 한숨을 섞어 허공으로 내뿜었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쳐 와 흔적 없이 흩어 버렸다.

난 허무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2019년 11월6일 홍익표(왼쪽 두 번째) 의원과 이재정(왼쪽)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지하철 입구 지붕 위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농성 중인 형제복지원 관계자를 설득하고 있다.  


난 그 사내를, 피해당한 그들을, 형제복지원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냉기 속에 흩어지는 한숨처럼 기억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 눈빛이 슬픈 사내의 이름은 한종선.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1984년 가을, 하교 길에 집 부근에서 경찰관에게 잡혀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되었다. 가난하나마 셋방과 가족이 있는 아홉 살짜리 어린 아이가 왜 그런 지상 지옥으로 빠져들게 됐을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이해하려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 필요가 있다.


30여 년 전, 바로 이 땅 이 거리에서 군사 쿠데타로 대한민국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정의사회 구현이니 뭐니 번쩍거리는 플래카드를 내세우며 국민(인간) 개조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삼청교육대였다. 깡패나 부랑자뿐만 아니라 멀쩡한 국민들 중 반체제적인 사람을 으슥한 산기슭 군부대로 끌고 가 마구 패 조졌다고 한다.


언젠가 그 ‘악마 지옥대’에서 살아 나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술 몇 잔에 알딸딸해지자 울부짖듯 말했다.


“삼청이 아니라 삼악도였달까. 인간의 마음과 몸과 삶을 깨끗이 재생시킨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짐승보다 더 저급하게 추락시켰지. 사람을 얼음 절벽 아래 벌거벗겨 둔 채 기어 올라가라고 억박지르며 마구 후려친다면 어떻게 될까? 맞아 죽는 놈도 있고, 안간힘을 쓰며 반쯤 기어 오르다가 미끄러져 비명횡사하거나 떨어져 반병신이 되는 자도 있고… 아, 거짓과 사기술로 왜곡해 정권을 찬탈한 놈들! 흐흐, 그런데 그 얼음 절벽을 바락바락 기어올라 마침내 살아남은 증명 도장을 받은 사람들은 어찌 됐을까, 응?… 흐흐흐, 나도 그 중의 한 놈이지만… 인간의 심성이 청청해졌다기보다 도리어 괴물처럼 변해 버린 것만 같아. 살인적인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본성의 한계를 잃어버리곤 괴인 꼴이 된 셈이야. 자기를 초월하여 우화등선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이 파괴당해 슬픈 폐인으로 추락했달까.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 중엔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정신이상이 돼 자살한 경우가 많아. 사람이 사람을 곡괭이로 찍어 죽이고 생매장하는 모습을 본 인간이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가 있을까?”


죄 없는 국민을 살해하며 대통령으로 등극한 전 마두는 자기 죄악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쇼로 반사회적인 깡패와 창녀들을 잡아들였는데, 그 속엔 막걸리 몇 잔에 취해 전 마두를 욕한 농어민들과 체제 비판적인 멀쩡한 교사, 은행원, 기자도 끼여 있었다고 한다.


삼청 교육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진짜 범죄자들은 더 악독해지고, 억울하게 잡혀 들어간 일반 민간인들은 심신을 망쳐 더 이상 인간답게 살 수 없었다.


형제복지원은 현세 현생의 지옥이라는 점에선 비슷하면서도 무척 다른 수용소였다.


삼청대가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직접 운영한 곳이라면, 형제원은 박인근이란 개인(괴인)이 자신의 영원한 꿈과 의지를 투여해 세운 일종의 거대한 사설왕국이었다. 조그마한 벽돌 건물로 시작된 부랑인 수용소가 그토록 번창케 된 건 국가 지원금 덕분이었다.


인간은 마음과 영혼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한 두당 얼마짜리 짐승으로 취급당했다. 그러기에 형제원 측에 고용된 인간 사냥꾼들은 무리수를 써서라도 마구 잡아들였고, 경찰관은 실적에 따라 수당과 승진 기회가 높아지므로 일순 승냥이로 변했다.(도둑 3점, 강도 2점인 데 비해 형제원에 한 명 잡아 보내면 5점의 근무평점을 받았다.) 정의를 배신한 일부 경관들은 형제원의 뇌물을 받곤 사람 사냥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부랑자가 아닌 일반 서민 중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이 막 잡혀 들어간 건 그런 연유였다.


죄 없는 어린 아이 한종선이 운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지옥으로 끌려간 것도 그런 시기였다. 얼마 후엔 아버지마저 붙잡혀 성인 소대에 수용되었고, 어여쁘던 누나 또한 여자 소대에 감금돼 성폭행당한 뒤 정신이상이 되고 말았다.

 

<다음호에도 ‘슬픈 박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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