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쿠오카’ 출연, 권해효 담백한 인터뷰

“‘해효’란 이름으로 연기…위험하지만 낯선 기분”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8/28 [14:19]

영화 ‘후쿠오카’ 출연, 권해효 담백한 인터뷰

“‘해효’란 이름으로 연기…위험하지만 낯선 기분”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8/28 [14:19]

“영화 <후쿠오카>는 장률 감독과의 작업이라는 점,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윤제문 배우와 함께한다는 점이 좋았다. 윤제문 배우와 연극은 같이 해봤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배우 권해효가 영화 <반도>에 이어 <후쿠오카>로 극장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났다. 그는 8월2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 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었다. <경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 장률 감독의 도시 3부작의 마무리 격 작품이다.

 


 

후쿠오카 뒷골목에서 작은 술집 운영하는 ‘해효’ 역할로 출연
“윤제문은 볼수록 귀여운 배우…박소담은 묘한 느낌의 연기자”

 

▲ 권해효는 영화 ‘후쿠오카’에서 작은 술집 ‘들국화’를 운영하는 ‘해효’ 역을 맡았다. 

 

권해효는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 출연과 관련한 연락을 받고 놀랐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만나 기회가 되면 같이 작품을 하자고 했지만, 사석에서 술 한잔 나눠본 적도 없었다. 전화를 받고, 시나리오를 보기 전 출연을 결정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촬영 몇 개월 전에 대충의 개괄적인 내용만 들었다. 어떤 작품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하며 접하지만 이번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번 영화는 흥미로운 작업”


<후쿠오카>는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장률 감독 특유의 시선과 색채가 담겼다. 권해효는 “내가 무언가 해야겠다는 것보다 장률 감독이 나를 어떻게 쓸까 궁금함만 있었다”며 “하나 확실한 건 배우가 바뀌면 공기가 달라진다. 내가 시나리오 내용에 질문하거나 의문을 가진 적은 없다.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궁금함만 있었다”고 말했다.


권해효는 극 중 후쿠오카 텐진의 뒷골목에서 작은 술집 ‘들국화’를 운영하는 ‘해효’ 역을 맡았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첫사랑 ‘순이’를 잊지 못해 그녀의 고향 후쿠오카에 와서 살고 있다. 28년 차 앙숙 ‘제문’ 역의 윤제문과 티격태격 만담 케미를 선보인다.


“참 이상하다. 어른들의 대화인데 듣고 있자면 유치한 게 아이들 대화같고, 꿈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세월이 지나도 나이만 먹을 뿐 변하지 않는다. 내가 대본을 받고 질문하지 않은 것도 (캐릭터를) 규정짓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극 중 배역에는 실제 배우들의 이름이 사용됐다. 권해효는 해효, 윤제문은 제문, 박소담은 소담이다.


“굉장히 생경하고 의아하다. 윤제문 배우가 해효 형이라고 부르는, 일상과 가까우면서도 배역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생경함이 있다. 그 속에서 묘한 긴장도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배우의 실제 이름을 쓴다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낯선 기분이었다.”


윤제문과는 연극 외에 영화로 첫 호흡이다. <타짜: 원 아이드 잭>에 같이 출연했지만, 함께 등장하는 신은 없다.

 

▲ 영화 '후쿠오카' 한 장면. 


권해효는 “윤제문은 좋아하는 배우이고 대학로 무대에 같이 서기도 했지만, 영화는 첫 작업”이라며 “개인적으로 귀여운 배우다. 매 영화, 매 장면마다 공기를 바꿀 수 있는 배우가 몇 명이나 있을까. 정말 팬이다. 보고 있으면 아이 얼굴같기도 하고 광인 느낌도 있고 기분을 알 수 없는 그 미묘함이 다 담겨 있다”고 극찬했다.


제문의 헌책방 미스터리한 단골손님 소담 역의 박소담과도 처음 만났다. 그는 “묘한 느낌이 있다. 소녀같기도 하고 중성적인 느낌도 있다. 여러 색깔을 갖고 있다”며 “두 남자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에, 연기하며 가장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효는 대부분 후쿠오카 현지 촬영을 했다. 24년 동안 장시간 아내와 떨어져 있었던 건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혼자만의 특별한 시간에 즐거웠다고 했다.


“24년 동안 아내와 길게 떨어져 본 게 4일 정도였다. 그런데 12일 정도 떨어지니 걱정했다.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저렴한 숙소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각자 떨어져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혼자 장을 보고 요리하고 밥 먹고, 특별한 기억이 생겼다. 촬영 시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장시간 혼자 있어 봤는데, 내 인생에서 그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다.”

 

“극장 찾는 분들, 고마울 뿐”


권해효는 지난 7월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반도>, 9월에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또 JTBC 드라마 <언더커버>를 촬영 중이며, 영화 <보고타> 등에도 출연한다.


<반도>에서는 극 중 폐허 속에 아이들과 함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김 노인’ 역을 연기했다.


“노인 역은 처음인 듯하다. 이렇게 조금씩 지나가나 보다. 어느 날 삼촌을 하고, 그러다 아버지 역을 하고. 김 노인 역이 좋았다. 내가 노인이 됐다는 게 재밌었고, 실제 흰머리 그대로 촬영하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재미있으면 하고, 특별한 선택 기준은 없다. 하나 있다면 그동안 해왔던 일과 다르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30년 경험에 지금까지 후회하는 작품들은 '권해효를 생각하며 썼다'는 것들이었다. 그건 이전에 내가 했던 역할을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상수 감독과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등 호흡을 여러 번 맞춰왔다. 권해효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마에스트로와의 작업이라는 점”을 출연 이유로 꼽으며 “함께 작업하면 자극받고 치료받는 느낌이 든다. 자유롭고 즐겁다. <후쿠오카> 역시 그랬고, 모든 게 다 좋았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영화계에 대한 걱정도 했다. <후쿠오카>도 올해 초 개봉할 예정이었다가 연기되어 8월27일이에 극장에 간판을 걸었다.


“예전에는 당연했지만, <반도> 시사회 때 극장에 사람들이 가득한 게 괜히 뭉클했어요. 영화 (흥행) 결과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관객들을 만날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극장을 찾아오는 분들께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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