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가면 딱 좋은 가을바다 여행지 2곳

장마에 빼앗긴 여름 그립다면 ‘짜릿한 바다’로 떠나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9/11 [13:23]

9월에 가면 딱 좋은 가을바다 여행지 2곳

장마에 빼앗긴 여름 그립다면 ‘짜릿한 바다’로 떠나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9/11 [13:23]

2020년 한여름은 실종되고 말았다. 두 달 가까이 징그럽게 내리던 장맛비가 물러가자 초대형 태풍이 닷새가 멀다 하고 몰려들어 이 땅을 할퀴고 갔다. 태풍이 지나간 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을 마주할 겨를조차 없이 가을이 훅 치고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함이 느껴지고 가을바람도 솔솔 분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에서 위협하고,  수도권은 ‘준 3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취해졌지만, 인적 드문 곳을 찾아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1년에 딱 한 번뿐인 여름휴가마저 장마에 빼앗긴 채 집에 콕 틀어박혀 지낸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을 만끽하고파 몸이 근질거릴 것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조금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가을마중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가을날의 정취에 푹 젖어들더라도 어딜 가든 마스크는 꼬박꼬박 쓰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방역 권고를 따박따박 지키도록 하자.

 


 

삼척 장호항 반달 모양 해안선에 옴폭 안긴 바다 맑고 투명
에메랄드빛 물 위에 카누 타고 스노클링하는 사람들 점점이…


피서객 사라진 해변, 잔잔하던 파도 점점 높아지며 서퍼 유혹
서핑하는 젊은이, 패들보드 타는 연인, 해수욕 즐기는 가족 가득

 
1. 장호항의 가을바다


9월 바다가 좋다. 한여름 바다만큼 요란스럽거나 늦가을 바다처럼 스산하지 않으니 말이다. 적당한 활기와 평온함으로 채워진 9월, 동해안으로 떠나본다. 유유자적 투명카누를 타고 유영하고, 인어처럼 스노클링으로 물 위를 누비기 좋은 강원도 삼척 장호항이 목적지다.

 

▲ 물이 맑고 투명해 스노클링 즐기기 좋은 장호항.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장호항에는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으레 붙는다.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히는 나폴리에 비유된다는 건 그만큼 장호항이 아름답고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는 뜻이다. 반달 모양 해안선에 옴폭 안긴 바다가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군데군데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바다의 여백을 채운다. 에메랄드빛 물 위에 카누를 타고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떠 있다.


장호항은 고기잡이배가 드나드는 항구지만, 지금은 어촌체험마을로 더 유명하다. 2001년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되고 나서 전통어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2008년 무렵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체험을 도입하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투명카누, 스노클링 체험이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었다. 이국적인 풍경과 체험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는 장호항. 


‘장호항의 꽃’ 투명카누는 전체가 유리처럼 투명하다. 노만 저으면 되니 초보자도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다. 부표로 안내된 안전구역에서 자유롭게 투명카누를 탄다. 노를 젓는 손보다 구경하는 눈이 바쁘다. 쪽빛 바다와 방파제 위 등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광을 바라보다가 상공 위를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에 눈길을 빼앗긴다. 아래쪽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투명한 배 밑바닥을 유심히 보다가 물고기 떼가 지나는 광경을 목격한다. 투명카누는 2인승과 4인승이 있어 친구와 연인, 가족 모두 즐기기 좋다.

 

▲ 초보자도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투명카누. 


물속을 더욱 생생하게 관찰하고 싶다면 스노클링을 추천한다. 열대 바다에서 만나는 형형색색 물고기는 없어도 모래와 돌, 해초가 어우러진 맑은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그 속을 헤엄쳐 다니는 치어 떼가 스노클링의 맛을 살린다.


장호어촌체험마을은 안전 문제로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체험 구역을 구분했다. 앞바다에 우뚝 솟은 둔대암과 육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부근에 경계선이 있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둔대암 아래와 맨발체험장 앞쪽 바다다. 둔대암 아래는 갯바위가 파도를 막아 잔잔한 천연 해수 풀장을 만들어준 덕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체험객이 많다.

 

▲ 천연 해수 풀장처럼 아늑한 둔대암 아래. 


맨발체험장 쪽은 갯바위가 병풍처럼 에워싼 코발트블루 바다에서 한적하게 스노클링 하기 좋다. 체험객은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체험 구역 내에 머물러야 한다. 스노클링 장비는 대여하거나 본인 것을 가져와도 된다.


씨워커(sea walker)는 장호어촌체험마을의 새로운 체험 거리다. 산소가 충전된 헬멧을 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수중 세계를 탐험하는 이색 프로그램으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단 올해는 방역 문제로 운영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투명카누와 스노클링은 9월에도 매일 체험 가능하다. 기상 악화로 체험하지 못할 때는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장호항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투명카누나 스노클링 체험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입장 가능하다(단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매표소 앞에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확인을 거친다). 방문객은 바다를 따라 산책하거나 둔대암 정자에 올라가 쉴 수 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숨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전망 포인트에서 장호항을 한눈에 내려다봐도 좋다.


갓 잡아 온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어판장도 놓치지 말자.


장호항 바로 남쪽에 있는 갈남항은 한적한 어촌의 정취를 간직한 곳이다. 방파제가 감싼 내항이 아늑하고, 지척에 마주 선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포근하다. 아담한 해변 앞에 크고 작은 갯바위가 솟아올라 비범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 뒤쪽으로 해송이 아름다운 월미도가 보인다. 물빛이 맑고 한적해 조용하게 스노클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모든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도 있다.


지난해 개통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장호항에서 멀지 않다. 이 일대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 덕분에 해금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삼척의 비경으로 꼽혔다. 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 해서 일반인은 접근하기 쉽지 않았는데, 삼척시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를 개설해 누구나 편하게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초곡용굴, 전국적으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와 닮은 듯 다른 초곡 촛대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출렁다리와 전망대, 포토 존이 재미를 더한다.


삼척항과 삼척해수욕장을 잇는 이사부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포함됐다. 새천년해안도로라고도 알려진 이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데, 비취색 바다와 기암괴석, 소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길 중간중간에 소망의탑, 비치조각공원, 정자 등 쉴 만한 공간이 있다. 주차장도 마련돼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닷바람을 쐬며 걸어도 좋다.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2. 양양의 가을바다


가을은 서핑의 계절이다. 북적북적하던 피서객이 사라진 해변이 평화롭고, 잔잔하던 파도가 점점 높아지며 서퍼를 유혹한다. 동해와 남해, 제주 등 해변에서 서핑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서핑은 1990년대 후반 제주 중문색달해변과 2000년대 초반 부산 송정해변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선구적인 서퍼들이 수도권에서 가깝고 파도가 좋은 양양의 해변에 정착하며 서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 죽도해변에서 거친 파도를 타는 서퍼들. 


서핑의 메카로 통하는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일대에는 서핑 관련 숍이 30여 개나 있고, 카페와 퍼브, 클럽 등이 모인 거리는 ‘양리단길’이라고 부를 정도로 핫 플레이스가 됐다.


서핑은 중독성이 강하고 서퍼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 서핑의 매력을 찾아 양양으로 떠나보자.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은 야트막한 죽도산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두 해변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죽도산에 올라야 한다. 죽도산은 예전에 작은 섬이었는데,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다.


인구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죽도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죽도산 입구에 자리한 성황당은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 풍어제를 올리는 마을의 신성한 장소다. 성황당부터 울창한 솔숲이 이어진다. 솔숲 군데군데 대나무가 자란다. ‘죽도’는 대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10분쯤 오르면 철골 구조가 세련된 죽도전망대가 나온다.


키 큰 솔숲에서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전망대를 높이 세웠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야 비로소 전망대 꼭대기다. 시야가 활짝 열리면 와~ 탄성이 먼저 나온다. 멀리 내륙 쪽으로 우리 국토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까운 바다 쪽은 인구해변에서 죽도산을 지나 죽도해변, 동산해변까지 모래밭이 펼쳐진다. 해수욕장 세 곳이 이어진 길쭉한 해변이 국내 서핑의 메카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서퍼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울창한 솔숲에 들어앉은 죽도정을 만난다. 1965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정자다. 죽도정을 지나 더 내려오면 거대한 바위가 즐비한 해변이다. 부채처럼 펼쳐진 부채바위, 신선이 앉았다는 신선바위 등 재미난 바위가 많다. 바위 지대를 지나면 죽도해변이 보인다.

 

▲ 죽도해변에서 패들보드를 즐기는 사람들. 


죽도해변에는 서핑하는 젊은이, 서서 노를 젓는 패들보드를 타는 연인,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이 가득하다. 죽도해변에서 양양군청의 소개로 죽도마을 토박이인 씨맨서프하우스 황병권 대표를 만났다.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이 서핑의 메카로 자리 잡은 이유가 궁금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핑 친구들인 외지인이 우리 마을에 들어오는 데 제가 가교 역할을 했어요. 마을과 외지인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기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쪽에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 양양이 서핑 명소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죽도마을 토박이 황병권씨. 


죽도마을 토박이 황병권 대표 역시 서퍼다. 과거에는 원양어선을 탔는데, 스포츠를 좋아해서 죽도해변에 다이빙 숍을 차렸다. 어느 날부터 해변에 서퍼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고, 우연히 서프보드를 탔다가 서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서핑에 매진해 전문가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죽도해변에 씨맨서프하우스를 열고 서핑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초보자가 서핑에 입문하기는 어려울까. 생각보다 쉽다. 대다수 서핑 숍에서 초보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전 교육, 육상 훈련, 실전 훈련 등을 두 시간쯤 받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개인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의 핵심은 서프보드에서 일어서는 ‘테이크 오프’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테이크 오프는 3단계로 나뉜다. 첫째, 서프보드에 배를 깔고 누워 두 팔로 수영하듯 앞으로 나가는 패들링. 둘째, 서프보드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푸시 업. 셋째, 서프보드에서 일어서는 스탠드 업.

 

▲ 바다에서 서핑 실전 훈련을 하는 가족. 


교육은 먼저 모래밭에서 푸시 업과 스탠드 업을 연습한다. 자세는 간결할수록 좋다. 충분히 연습했으면 물에 들어가 실전 훈련을 한다. 적당한 파도가 올 때 강사가 수강생의 서프보드를 밀어주고, 수강생이 푸시 업과 스탠드 업을 잘하면 파도 위에 선다. 이때 짜릿하면서 희열이 솟구친다. 이 짜릿함을 맛본 사람은 대개 서핑에 푹 빠진다.


서핑을 마치고 양양의 명소를 둘러보자. 인구해변에서 약 900미터 떨어진 휴휴암(休休庵)은 바닷가에 자리한 암자다. 번민을 바다에 던지고 쉬고 또 쉬라는 넉넉한 이름이다. 이곳의 명물은 ‘연화법당’이라 불리는 너럭바위로, 그 위에 발가락바위와 발바닥바위, 광어바위 등 각양각색 작은 바위가 있다. 광어바위 근처에 황어 떼가 산다. 사람들이 물고기 밥을 던져주면 황어 떼가 몰려든다. 황어 떼는 가을에 따뜻한 곳으로 갔다가 봄이면 휴휴암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하조대는 휴휴암에서 차로 10분쯤 걸린다.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즐겨 찾은 곳으로, 두 사람의 성을 따 이름을 붙였다. 예전에는 주로 정자에서 기암절벽과 노송을 감상했지만, 최근에는 하조대전망대를 찾는다. 전망대는 하조대해변 오른쪽 끝에 있다. 야산 한쪽에 등대 모양 전망대를 세웠다. 바다 쪽으로 스카이워크가 있어 사람들이 바다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스카이워크에서 드넓은 하조대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쪽에는 하조대둘레길이 반대편 해변으로 이어진다.


양양 시내에 있는 양양전통시장은 끝자리 4·9일이면 오일장이 선다. 영동 북부 지방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옛 명성은 퇴색됐지만,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시내가 제법 활기차다. 설악산에서 자란 송이버섯을 비롯해 각종 버섯과 약초가 내려오고, 동해에서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온다.


시장 좌판에서 산과 바다의 특산물이 만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정겹다. 떡집에서 강원도 감자로 빚은 감자떡, 먹거리 장터에서 고소한 냄새 풍기며 부친 메밀전, 과일 좌판에서 새빨간 자두를 샀다. 왠지 뿌듯한 맘으로 시장을 총총 빠져나와 양양 여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진우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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