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면 딱 좋은 가을바다 여행지 2곳

해녀처럼 바닷속 누비노라면 ‘코로나 걱정’ 싹~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9/25 [15:36]

지금 가면 딱 좋은 가을바다 여행지 2곳

해녀처럼 바닷속 누비노라면 ‘코로나 걱정’ 싹~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9/25 [15:36]

2020년 여름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두 달 가까이 징그럽게 내리던 장맛비가 물러가자 초대형 태풍이 닷새가 멀다 하고 몰려들어 이 땅을 할퀴고 갔다. 태풍이 지나간 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을 마주할 겨를조차 없이 가을이 훅 치고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함이 느껴지고 가을바람도 솔솔 분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에서 위협하고, 수도권은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취해졌지만,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적 드문 곳을 찾아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1년에 딱 한 번뿐인 여름휴가마저 장마에 빼앗긴 채 집에 콕 틀어박혀 지낸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을 만끽하고파 몸이 근질거릴 것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조금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바다가 있는 가을마중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가을날의 정취에 푹 젖어들더라도 어딜 가든 마스크는 꼬박꼬박 쓰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방역 권고를 따박따박 지키도록 하자.

 


 

테왁 어깨에 메고 걸어가는 체험객 모두 해녀 된 마음으로 물질
용눈이오름은 오르기 쉽고 방목하는 소와 말 있어 목가적 분위기

 

용두해수욕장은 바다 여행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최적 휴가지
바닷물 따뜻해 가을까지 해수욕 가능…다양한 해양 레포츠 무료

 

1. 제주의 바다


푸른 바다에 주홍색 테왁이 점점이 떠 있고, 가만히 귀 기울이면 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는 ‘휘오이~’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곳. 제주 바다를 더욱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해녀 물질 체험에 나서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를 배우고, 해녀와 함께 바다에서 소라나 전복 같은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제주 동북부에 위치한 하도리는 현직 해녀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다. 이곳 어촌계가 운영하는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 해녀 물질체험을 진행한다.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은 날을 제외하고 언제든 체험이 가능하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부력이 있는 잠수복을 입고 체험하므로 수영을 못해도 겁낼 필요가 없다.

 

▲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 해녀 물질 체험을 하러 바다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체험 전에 잠수복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20~3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잠수복에 물을 붓고 팔과 다리를 넣으면 입기 훨씬 수월하다. 여기에 오리발을 챙겨 들고 허리에 납 벨트까지 착용하면 체험 준비가 끝난다. 납 벨트는 해녀가 잠수할 때 부력으로 뜬 몸이 가라앉기 쉽게 도와준다.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는 이처럼 해녀와 똑같은 복장으로 체험에 나선다.

 

▲ 잠수복에 납 벨트까지 착용하고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 


일렬로 서서 간단히 준비운동을 한 뒤, 각자 테왁을 하나씩 들고 바다로 향한다. 테왁은 물질할 때 가장 중요한 도구다. 둥근 스티로폼에 원형 망사리를 달아 채취한 해산물을 담기도 하고, 물 위에서 숨을 고르며 쉴 때도 이용하고, 바닷속에 잠수하는 해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부표가 되기도 한다. 테왁을 어깨에 메고 걸어가는 체험객 모두 해녀가 된 마음으로 물질에 나선다.


바다에 들어서면 몸이 생각보다 물에 잘 떠서 놀란다. 테왁을 두 손으로 잡고 엎드리는 자세로 몇 번 물장구를 치면 앞으로 쑥쑥 나간다. 보통 해녀 한 명당 5~6명이 팀을 이뤄 체험객이 해산물을 골고루 채취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바다에서는 조금만 고개를 숙여도 물안경 너머로 바닥까지 훤히 보인다. 햇살이 아롱지는 바위틈에 자란 해초가 물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볼 만하다. 해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작은 물고기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해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큼지막한 소라와 전복이 눈에 들어온다. 크게 심호흡하고 머리를 물속에 넣은 뒤 몸을 구부려 힘껏 발장구 쳐보지만 잠수하기가 만만치 않다. 잠수에 성공한 체험객이 소라를 건져 물 밖으로 꺼내자, 여기저기서 부러움 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 직접 채취한 소라를 들고 포즈를 취한 체험객. 


잠수에 성공해도 숨을 참고 물속 깊숙이 내려가 바위에 붙은 소라를 떼어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몇 번 시도 끝에 아기 주먹만 한 소라를 쥐고 물 밖으로 나와 거친 숨을 몰아쉰다. 숨이 차도 내 손으로 캐냈다는 희열이 가슴속에 차오른다. 어느 정도 잠수에 익숙해진 체험객은 물질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물속과 물 밖을 오간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체험하는데, 시간이 다 가도록 아무도 바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망사리에 넣어둔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 각자 채취한 것 외에 뿔소라 400~500g을 얹어주니 많이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잡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경험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해녀 물질 체험은 보통 하루에 두 번(오전 11시, 오후 2시 전후) 진행한다. 물때에 따라 시간이 바뀌기도 하니 체험 당일은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체험비는 3만5000원, 전화 예약이 필수다.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해녀박물관이 있다. 제주 해녀의 역사와 생활 풍습을 이해하기 쉽게 꾸며놓아, 함께 둘러보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된다. 제1전시실에 해녀가 살던 옛집을 실물 그대로 전시하고, 제2전시실에는 해녀들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자세히 소개한다. 제주 3대 항일운동 가운데 하나인 해녀들의 항일운동 역사도 빼놓지 말고 관람하자.


제3전시실에는 한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해녀들의 삶을 인터뷰 영상으로 보여준다.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오랜 세월 이어 내려온 제주의 해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해녀박물관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시간대별로 관람객 인원을 제한하며, 홈페이지에서 관람 하루 전날 오후 4시까지 예약해야 한다.

 

▲ 목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과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비자림, 천연기념물 374호)도 가까워 하루 일정으로 묶기 좋다. 용눈이오름은 제주에서 인기 있는 오름 가운데 하나다. 탐방로가 정상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쉽고, 곳곳에 방목하는 소와 말이 있어 목가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정상에 서면 밭과 주변에 있는 오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맑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까지 보인다.


평대리 비자나무 숲은 오솔길을 산책하며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적으로 숲을 이루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알싸한 비자 향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이곳 비자나무는 보통 수령이 500~800년에 달하는 고목이다. 그중에도 ‘새천년비자나무’는 고려 명종 때 심은 아름드리 거목으로, 지금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숲길 안쪽에 두 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는 연리목도 있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2. 보령의 바다


‘늦캉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비대면(언택트)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붐비는 성수기를 피해 안전하게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충남 보령 용두해수욕장은 바다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늦캉스족에게 최적의 휴가지다. 바닷물이 따듯해 가을까지 해수욕이 가능하고, 다양한 해양 레포츠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완만한 해변은 아이들 물놀이 장소로 좋고, 유흥 시설은 고사하고 노래방 하나 없는 가족 친화적인 주변 환경도 용두해수욕장의 자랑이다.


용두해수욕장은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IC로 나오면 대천해수욕장을, 무창포 IC로 나오면 무창포해수욕장을 지나야 닿는 위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니 이보다 불운할 수 있을까 싶다.

 

▲ 용두해수욕장에서 엄마와 카누를 타는 아이. 


한데 최근 몇 년 사이 용두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부쩍 늘었다. 인적 드문 해변으로 입소문을 탄 덕도 있지만, (사)대한수상안전교육협회 충남지부가 해양수산부와 충청남도, 보령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해양레저스포츠무료체험교실’의 인기가 톡톡히 한몫했다. 지난해 5000여 명이 다녀간 해양레저스포츠무료체험교실은 용두해수욕장을 해양 레포츠 메카로 우뚝 세운 일등 공신이다.


해양레저스포츠무료체험교실은 카약, SUP 패들보드, 서핑으로 구성된다. 인터넷으로 원하는 종목을 예약하면 현장에서 장비를 받는다. 체험에 앞서 보드에서 중심 잡기나 패들 사용법 등 초보자 눈높이에 맞춘 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사)대한수상안전교육협회 충남지부는 원활한 체험을 위해 카약 20대, 패들보드 10대, 서프보드 10대를 구비하고 있다.

 

▲ 계류장 역할을 하는 바지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본격적인 체험은 스펀지처럼 폭신한 모래벌판을 지나 바지(barge)에 오르며 시작한다. 계류장 역할을 하는 이곳에 체험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갖춰졌다. 체험 시간을 썰물에 맞춘 건 일반 피서객을 배려한 것인데, 덕분에 초보자나 어린이도 어른 허벅지 높이 바다에서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보호자 동행 아래, 중학생부터 개별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이 진행되는 동안 베이스캠프 격인 바지에 전문교육을 받은 안전 요원이 상주한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2020 해양레저스포츠무료체험교실’은 9월 한 달 동안 주 3일(금~일요일) 진행. 1일 체험 횟수는 5회. 인터넷 예약이 원칙이지만, 회당 체험 인원 미달 시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체험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발열 체크를 통해 체온이 37.3℃ 이상이면 참여가 제한된다.


용두해수욕장에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한 뒤에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으로 가자. 이곳의 명물로 떠오른 짚트랙을 놓칠 수 없다. 해수욕장 북쪽 끝 분수광장에 있는 짚트랙은 높이 52미터 타워에서 맞은편 착륙장까지 와이어에 의지해 하강하는 익스트림 레포츠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613미터 거리를 최대 80km/h로 지난다. 네 팀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짚트랙은 와이어 하나에 최대 두 명까지 탑승한다. 착륙장에서는 무료로 운행하는 카트를 타고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다. 짚트랙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 높이 52m에서 맞은편 착륙장까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천해수욕장 짚트랙. 


개화예술공원은 물놀이로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공간이다. 성주천을 끼고 자리한 18만 ㎡ 부지에 미술관, 조각공원, 허브농장 등이 있다. 예쁜 산책로를 따라 멋진 조각 작품을 감상하거나, 아담한 연못에서 페달보트를 타보자.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낚시 체험장은 아이들도 좋아한다.


개화예술공원에서 성주천을 조금 거슬러 오르면 보령 성주사지(사적 307호)가 나온다.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성주사가 있던 자리다. 백제 시대 오합사로 창건한 뒤 백제 멸망과 함께 사라졌으나, 통일신라 때 당나라에서 유학한 무염대사가 다시 산문을 열었다.

 

신라와 고려 시대를 거치는 동안 번성한 성주사는 임진왜란을 겪으며 쇠퇴해 17세기 말 결국 폐사됐다. 현재 성주사지에는 낭혜화상 무염의 업적을 기리는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국보 8호), 석탑 4기(보물 19·20·47·2021호)와 석등(충남유형문화재 33호) 등 유물과 건물 초석이 있다. 금당 터 앞 오층석탑은 현재 석탑 보존 처리를 위해 가림막을 설치해 관람이 불가하다.

 

▲ 건물 전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전망이 좋은 ‘갱스커피’. 


성주산 자락에 있는 ‘갱스커피’는 옛 탄광 목욕탕을 리모델링했다. 향 좋은 커피만큼 전망이 아름다워 보령의 ‘뷰 맛집’으로 통한다. 테라스에 물을 채운 독특한 설계가 인상적이다. 건물 전면을 큼직한 통유리로 마감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서해까지 한눈에 담긴다. 갱스커피 제2주차장 옆에 있는 냉풍욕장도 잠시 들러보자. 폐탄광을 이용해 꾸며서 한여름에도 13℃ 내외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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