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는 입 안 가장 안쪽에 자리한 세 번째 어금니. 보통 18∼25세에, 가장 늦게 나오는 치아다. 일반적으로 사랑니는 가급적 뽑는 것이 좋다고 여겨졌다.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고 제 기능을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다른 치아에 비해 퇴화·위축 현상을 보일 때가 많아 정상적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밖으로 잘 나온 사랑니는 꼭 뽑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사랑니로 빠진 어금니를 대체하는 교정치료법이 효과가 좋다는 임상결과가 발표돼 시선을 끌기도 했다. 어느 경우에 사랑니를 뽑아야 하고, 또 어떤 상태면 그냥 두어야 하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식생활 변화로 맹출 공간이 부족해져 발생한 ‘사랑니’
전문의 사이에서도 분분한 발치…염증 생기면 뽑아야[주간현대=김민경 기자] 사랑니는 사춘기 전후로 맹출하는 가장 뒤에 있는 어금니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wisdom teeth(지치), 의학 용어로는 제 3대구치 또는 8번으로 표기한다. 사랑을 알 만한 나이에 나오는 치아. 멋진 이름이지만 사랑니 때문에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애초에 똑바로 나오지 않아서 사람을 괴롭히나”라고 투덜거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고 누워서 나는 이유는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맹출 공간이 부족해 졌기 때문이다. 19세기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식생활은 이전의 생식,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화식, 육식 위주로 바뀌었다. 즉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이 이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이가 아픈 환자가 “김치조차도 먹을 수가 없다”라며 울상 짓지만 생야채를 그대로 먹는 김치나 깍뚜기는 매우 씹기 힘든 거친 음식이다. 맛 좋은 고기는 바라지도 않고 소박한 김치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오히려 구운 고기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은 분이 영양 섭취하기에 좋다.
이런 식의 부드러운 음식 섭취는 성장기의 턱뼈 부위의 운동량을 저하시켜서 크기 감소를 야기했다. 결국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니는 나올 공간이 모자라서 수평으로 나기도 하고 아예 못 나오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식생활이 씹는 식감이 강한 등심 부위보다는 지방이 많고 부드러운 차돌박이, 삼겹살 쪽으로 선호도가 이동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몇 백년 후에는 현재 제 2대구치(이하 7번 치아)라고 불리는 치아가 사랑니로 불릴 날이 올 가능성도 있다. 불과 몇 백년 전까지 인류에게는 4개의 대구치가 있었다는 점과 현재 젊은 사람 중 사랑니가 아예 없는 사람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제법 높은 이야기다.
고민되는 발치사랑니에 대해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발치여부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뽑아 두는 것이 좋다’가 아니라 ‘꼭 뽑아야 한다’에 들어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랑니가 있는 부위가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경우. 또 하나는 사랑니와 7번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무척 아프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후자는 환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7번 치아를 완전히 망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7번 치아는 음식을 씹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발치 시 임플란트 외에 다른 방법의 수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에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치아 중 하나다.
세간에는 ‘정상적으로 맹출한 사랑니는 뽑을 필요가 없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수평으로 맹출되었느냐 보기 좋게 맹출 되었느냐는 발치 여부에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 사랑니는 다른 치아에 비해 크기나 형태 또한 매우 다양하고 맨 뒤쪽에 있기 때문에 칫솔이 닿지 않아 칫솔질이 힘들다. 이런 경우 사랑니나 주변 치아에 충치가 생기고 주변의 잇몸에도 염증이 잘 생긴다. 이런 문제를 유발하는 사랑니는 발치가 원칙이다.
특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여성은 발치를 하는 것이 좋다. 아직 뼈가 무른 20대 초반까지는 사랑니 발치가 비교적 수월하고 합병증 위험도 매우 낮다. 만약 잘못 난 사랑니를 방치하면 임신과 출산을 겪는 과정에서 고생하고 그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구강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위험한 부작용사랑니 발치 시술 중에는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치아 뿌리의 심한 만곡이나 골 유착 등의 원인으로 치아 뿌리 부위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남아 있는 치아 뿌리가 감염되었던 상태이면 완전히 제거하도록 하고 하치조신경 손상의 위험이 있거나 상악동 천공의 위험이 있다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그대로 남겨 놓고 치료를 마칠 수 있다.
인접 치아가 손상되는 케이스도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는 뽑는 치아와 인접해 있는 치아가 흔들리게 되는 경우, 인접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 인접 치아가 밀려나오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 엉뚱한 치아가 발치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단단하게 자리잡은 사랑니를 뽑다가 턱뼈가 부러지는 등 턱관절이 손상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사랑니를 뽑을 때 이 뿌리가 깊거나 턱뼈가 얇을 경우 등에는 턱의 구멍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이 뿌리가 턱뼈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잇몸 및 점막에 상처가 생기고, 마취가 풀린 후 입술이나 혀 주위의 감각 이상이나 통증이 발생하며 신경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뽑고 난 후에 생기는 합병증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발치부위의 출혈이 문제가 된다. 1차적인 출혈은 뽑은 부위에 지속적인 출혈이 있는 경우로, 이 경우는 압박 지혈을 하면 괜찮아 진다. 문제는 2차적인 출혈인데 이를 뽑은 자리의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혈액 응고가 되지 않아 혈관이 부식하면서 발생한다. 이때는 항생제를 복용하며 치과에 가서 내부소독과 지혈을 따로 해야한다. 또한 점막이 곪아 붓고 터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그리고 격심한 통증이 들이 따라오게 되는데, 이 뽑은 자리에 이물질이 끼거나 음식물이 남아 부패하면서 주위의 턱뼈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심한 통증이 올 수 있다. 이때는 온찜질을 하고 따뜻한 식염수로 이 뽑은 자리를 세척해줘야 한다. 또한 이 뽑은 후 3~5일 정도부터 발생하고 밖으로 퍼지는 듯한 통증이 발생할 때가 있다. 이를 치조골염이라고 하는데, 그대로 두면 2주 넘게도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하므로 치과를 조속히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치 후, 수많은 부작용 존재해 전문의들도 치료 꺼려
사랑니 뽑는다 해서 얼굴 작아지지 않아…잘못된 속설이처럼 사랑니를 뽑는 치료는 생각 이상으로 어려워 치과의사들도 꺼리는 시술 중 하나이다. 고도의 정밀 기술 및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술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한다. 발치 수술시 극히 좁은 시야, 때에 따라 강한 힘을 사랑니에 가해야할 때도 있고, 고회전력의 절삭 기구를 사용할 때 인접 연조직(볼, 혀)에 상처를 발생시킬 확률도 많다. 턱뼈 내의 치조 신경과 가까운 사랑니를 뽑을 때 불가피한 신경손상으로 인한 안면 감각 이상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발치 후 출혈, 부종, 동통 등 증상으로 많은 고통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치과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니의 외과적 발치는 고도의 기술 및 숙련도를 요하는데 비해 의료보험수가가 낮게 평가돼 있어서 달갑지 않은 시술로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때에 따라 수술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걸려 한두 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이 사랑니 뽑기를 점점 기피하는 것도 사실이다. 동네 개인의원에서 대학병원으로 발치수술을 의뢰시키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려면 예약 후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럴수록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치과의사와 사랑니 발치 시술 자체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환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사랑니 발치는 치과의료 시술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분야다. 결국 믿음으로 이해해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사랑니 속설들어느 질환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랑니에게도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속설들이 있다. 일단 ‘사랑니 때문에 앞니가 삐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사랑니가 자라면서 계속 앞으로 밀면 앞니가 삐뚤어진다는 말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사랑니의 미는 힘이 앞니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사랑니의 맹출 시기는 대략 20대 중반 정도이고 이 시기를 지나고나면 전진을 멈추거나 속도가 둔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앞니가 삐뚤어지는 이유는? 치아는 사용 중에 닳는 것을 보상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맹출 방향과 몸의 중심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맹출 방향으로의 이동은 반대편 치아(대합치)에 가로막혀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몸의 중심 방향을 향한 이동은 공간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면서 이가 삐뚤어지는 것이다. 이것 역시 식생활의 변화로 기존보다 치아가 적게 닳는데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랑니 발치 여부와 앞니가 삐뚤어지는 현상 간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사랑니를 발치하면 7번 치아가 뒤쪽으로 기울어지는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된다. 치아는 몸의 중심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뒤쪽 치아를 뽑았다고 해서 앞의 치아가 뒤로 기울어지는 일은 드물다.
다른 속설로는 ‘사랑니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두면 쓸곳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랑니는 교정치료나 다른 이를 상실했을 때 사랑니를 뽑아서 해당 치아의 자리에 식립하는 등의 술식에 이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줄기 세포 배양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환자의 관리 능력이 좋고 당장 이상 징후가 없는 사랑니는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중요한 7번 치아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사랑니의 가치가 높지는 않다. 사랑니를 꼭 뽑아야하는 상황임에도 어떻게든 안 뽑을 수 없느냐고 간청하는 환자도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비싸게 팔릴지도 모르는 강아지 한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또 다른 속설은 임신 중에 사랑니 발치에 대해서다. 사실 20대 중 후반의 여성 환자라면 관리 능력에 관계 없이 일단 사랑니 발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후에 있을 임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임신 중 사랑니가 염증을 일으키면 난감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랑니 발치가 태아에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는 해도 엑스레이(X-ray)촬영이나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투약시에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의학 근거는 없지만 별 문제 없던 사랑니가 임신 시에 있는 호르몬 변화 등으로 인해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자주 있다. 임신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랑니를 뽑으면 얼굴이 작아진다’는 속설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미용 목적으로 사랑니뿐 아니라 다른 이까지 뽑으려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겠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치과 의사들은 밝히고 있다.
사랑니를 뽑고 나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 것은 통증과 불편함으로 식사량이 줄어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픈 사람 특유의 혈색 없는 얼굴 역시 얼굴이 작아 보이는데 한몫 한다. 세간에 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에 현혹되어서 대가 없이 고생만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랑니 시술의 경우는 같은 환자, 같은 사례를 놓고도 발치 여부에 대한 의사의 진단은 제각각이다. 외과적인 시술을 선호하는 의사라면 안전하게 뽑아 두자는 진단을 많이 내릴 것이고 신체에 외상을 가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걸 선호하는 의사라면 관리를 잘 하도록 환자에게 교육시킨 후 예후를 지켜보자는 진단을 많이 내릴 것이다. 따라서 의사 간에도 발치 여부가 다를 정도로 진단이 어려운 사랑니에 관해 자가 진단을 내리지 말고 가까운 치과를 방문해서 상담하는 것을 전문의들은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