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헤로인 김혜수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덕분에 위로가 됐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11/20 [14:21]

‘내가 죽던 날’ 헤로인 김혜수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덕분에 위로가 됐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11/20 [14:21]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의 흔적 추적하는 형사로 변신해 열연
“이정은·김선영…연기 잘하는 배우 만나 많은 것 느끼고 배웠다”

 

▲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형사로 변신한 배우 김혜수. 

 

“<내가 죽던 날>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굉장히 강렬했다.”


배우 김혜수가 지난 11월12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혜수는 이번에 또다시 형사 역을 맡아 한 소녀의 흔적을 추적하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11월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이라는 영화 제목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이야기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제목보다 와닿았다. 시나리오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현수’와 실제 나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같은 느낌도 있었다.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상처나 고통의 순간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다들 상처가 있고, 그건 그 사람만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김혜수는 극 중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 분)의 흔적을 추적하며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형사 현수로 분했다. 현수는 오랜 공백 후 복직을 앞두고 맡게 된 한 소녀의 자살 미스터리를 살펴보며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한다.


김혜수는 이 작품을 택했을 때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위로가 간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혜수는 지난해 모친의 ‘빚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내 가족 문제가 알려진 게 작년이었는데, 내가 처음 알게 된 건 그 몇 년 전이었다. 힘든 일은 늘 예상할 수 없는 것 같다. 영화 속 세진의 대사 중에 ‘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다. 몰랐던 것도 잘못인 거다. 벌 받나 봐요’라는 말이 있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때 만난 작품이어서 좀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많은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좋은 배우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다”며 “작품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느냐도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한 축복인데,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건 제일 좋은 환경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충격과 상처를 받지만, 큰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정은씨는 좋은 배우이고 따뜻한 인격을 가졌다. 마음으로 사람을 품는 게 있는데, 그런 배우를 만난 건 큰 축복이다. 김선영씨는 영화 속에서 내 친구였지만, 처음부터 나이를 떠나 친구처럼 내 곁에 있는 느낌이었다. 촬영 때도 힘이 되고 위안이 됐지만 지나고 나니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극 중 무언의 목격자 섬마을 주민 ‘순천댁’으로 분한 이정은과 함께 감정을 나누고 호흡을 맞춘 장면은 “완벽했다”고 떠올렸다.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역으로 영화에서 말없이 표정과 몸짓, 필체로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나한테는 운명의 순간이다. 극 중 중요한 장면이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착장에서 수레를 끌면서 이정은씨가 오는데 정말 ‘순천댁’이 오는구나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이정은씨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둘이 말없이 손 잡고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주변의 모두가 기다려줬다. 실제 장면은 그만큼의 감정 분출을 하진 않았지만, 그때 완벽한 순간처럼 느껴지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경이로웠다.”


김혜수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현수가 관객 자신처럼 다가갈 것 같다. 나의 고통, 절망, 상처를 자신 곁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순천댁의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결정적으로 말해준다.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순천댁이 우리 영화의 살아 있는 메시지다.”


김혜수는 어느 새 50대로 접어들었지만, 나이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숫자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고 주어진 상황에 살아가는 거다. 50대를 새로 살아가지만 50이 된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과거 지향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 지금의 나에게 충실하고 이 시간, 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한다.”


이번 작품에 함께한 배우 다수가 김혜수와 연기하고 싶어 출연했다는 말에는 “놀랐다”고 답했다.


“감사하다. 나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배우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된다는 게 생경하면서도 놀랍다.”


함께 꼭 작품을 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김혜자를 꼽으며 수줍게 웃었다. 김혜자가 출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당시 촬영장에 용기를 내어 찾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말하는 것도 떨리는데, 김혜자 선생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선생님의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주차장에서 잠깐 인사를 드리고 차에서 10분 정도 함께 있었는데,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말 대단한 배우지만 선생님의 눈이 너무 깨끗하고 순수했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크게 와닿았다. 선생님과 작품에서 만난다는 건 꿈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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