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가볼 만한 청정 여행지

햇살 한자락 목에 두르고 가을이 겨울을 부른다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1/27 [14:06]

초겨울 가볼 만한 청정 여행지

햇살 한자락 목에 두르고 가을이 겨울을 부른다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11/27 [14:06]

코로나19 습격 이후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세상이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도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안심하고 떠나는 비대면 여행, 자연과 가까워지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와 숙박업소를 피하고, 그 대안으로 미지의 청정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구의 간섭도, 재촉도 받지 않은 채 청정 자연 속에서 여행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친환경, 비대면 여행을 위해 11월에는 섬으로 떠나보라고 권했다. 싱그러운 해풍과 투명한 물빛, 다정스러운 둘레길이 있는 섬이 지금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칼같이 지키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늦가을과 초겨울의 낭만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덜 탄 우리 섬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죽도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꾸민 상화원 “그야말로 예술”
나무 사이 펼쳐지는 바다 풍광 웅장, 스며드는 바닷바람 청량

 

배미꾸미조각공원엔 조각가 이일호의 작품 80점 개성을 뽐내고…
공원 앞마당 갯벌이고, 천장은 푸른 하늘…예술의 섬으로 떠나보라!

 

1. 충남 보령 죽도


“가을이 겨울을 부른다/햇살 한자락을 목에 두르고/너에게 간다.”


서윤덕 시인의 시 ‘11월’을 읽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마음이 분주해진다. 유난히 축축하던 지난 여름, 화창한 가을날에 하고 싶은 일을 끄적거렸다. 아직 실천하지 못한 섬 여행을 계획한다. 긴 여행이 조심스러운 요즘, 육지에서 가깝고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만한 섬을 찾아본다. 늦가을 운치와도 어울려야 한다. 이렇게 고른 목적지는 죽도다.


충남 보령에 속한 죽도는 대나무가 많아 대섬이라고 불렸으며, 원래 해안에서 떨어진 섬인데 1990년대 후반 남포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죽도는 한국식 전통 정원 ‘상화원’으로 유명하다. 죽도의 자연미를 최대한 보존한다는 원칙 아래 섬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꾸몄다. 상화원은 4~11월 금·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 개방한다.

 

▲ 한국식 전통 정원 ‘상화원’으로 유명한 죽도. 


상화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령 200년 된 팽나무와 고풍스러운 한옥이 반긴다. 의곡당은 고려 후기나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화성 관아의 정자다. 화성시에 있던 건물을 이곳으로 이건했다. 정자를 옮겨 지을 때 낡아서 사용하지 못했으나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큰 기둥과 보는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회랑 중간중간에 전시 중이다.


상화원을 돌아보는 방법은 단순하다. 섬 둘레를 따라 조성한 회랑이 중심 탐방로다. 2km에 이르는 회랑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데, 지붕을 설치해 볕이 강하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편안히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회랑을 따라 걸어보자.

 

▲ 죽도의 자연미를 최대한 보존한 상화원. 


회랑 옆으로 해송과 죽림이 우거져 청정한 기운이 가득하다.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이 웅장하고, 스며드는 바닷바람이 청량하다. 회랑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회랑 입구와 출구 쪽에 우리나라 정원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전시한다. 입구 쪽에 취당 장운봉, 출구 쪽에 소치 허련의 후손인 임전 허문의 작품이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조형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언덕길 풀밭에 사슴 가족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표현한 ‘행복한 사슴 가족 옥돌상’,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반가사유상’, 사슴들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관음보살상과 열두 사슴들’ 등 예상치 않은 길목에서 만나는 조형물이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자연의 멋을 그대로 지키고자 한 상화원에는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다. 대신 입장객에게 떡과 음료를 제공한다. 회랑 입구와 약 450미터 떨어진 방문객센터에서 입장료 영수증을 보여주면 된다. 방문객센터 주변에 앉을 곳이 있다. 해송 아래 앉아 졸졸 흐르는 연못과 그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이런 경치에서 맛보는 떡과 커피는 단연 꿀맛일 수밖에.


가벼운 휴식 후 다시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종전 회랑으로 가는 길, 다른 하나는 아래쪽 석양정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석양정원은 종전 회랑 시작점에서 500~800미터에 해당하는 구간 아래쪽에 추가한 길이 350미터 회랑이다. 이곳 회랑은 바다와 가까워 넘실거리는 파도, 각양각색의 갯바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에 마련된 나무 벤치에 앉아 잠시 쉬자. 상화원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을 질 무렵에는 만족도가 극에 달한다.


석양정원 일대에는 바다를 벗 삼아 책을 읽는 해변독서실과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는 명상관이 있다. 해변독서실에는 의자와 책상, 전기스탠드를 비치했다. 미처 책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무인 판매대를 이용하자. 단편 〈목걸이〉 〈크리스마스 선물〉 〈세월 속 삶의 무늬들〉을 실은 문고판 책자를 판매한다. 명상관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잠시 눈을 감고 바닷바람을 느끼며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바닷바람을 느끼며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는 명상관. 


석양정원 회랑이 끝나는 지점에 한옥마을이 자리한다. 산언덕에 고풍스러운 한옥이 층층이 앉았다. 일반 가옥부터 동헌이나 객사까지 보존 가치가 있는 전국의 한옥을 이건·복원했다. 섬의 자연미를 살리고 정자와 연못을 더해 한국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살렸다. 한옥이 계단식으로 배치돼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산과 한옥,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한옥이 수려하게 어우러진다. 한옥 지붕의 고운 선을 따라 바다가 이어지는 풍광이 그만이다.

 

▲ 보존 가치가 있는 전국의 한옥을 이건·복원한 상화원 내 한옥마을. 


상화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보령9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대천해수욕장이 있다. 조개껍데기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잘게 부서진 패각분 해변이 특별하다. 곳곳에 다채로운 조형물과 포토 존을 설치했으며, 야간에는 조명이 운치를 더한다. 서해안 낙조를 볼 수 있고 야간 경관도 매력적이라 저녁에 찾는 이들도 많다. 대천해수욕장은 스카이바이크와 짚트랙, 카트 등 체험할 거리가 다양하고, 숙박 시설과 음식점, 카페 같은 편의 시설을 갖춰 사계절 관광지로 사랑받는다.


보령 충청수영성(사적 501호)도 상화원에서 멀지 않다. 조선 시대에 설치한 석성으로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을 보호하고, 서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는 역할을 했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경관이 수려해 예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성내 정자인 영보정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근사하다. 충청수영성은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주목받았다.


‘우유창고’는 최근 보령에서 뜨는 명소다. 유기농 우유 생산업체 보령우유가 운영하는 체험장 겸 카페로, 우유를 먹고 보고 즐기는 공간이다. 목장과 우유 가공 공장 한쪽에 우유갑 모양으로 꾸민 우유창고가 눈길을 끈다. 목장 견학, 유기농 치즈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생산하는 우유를 활용한 음료와 빵도 판매한다.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2. 인천 옹진 신시모도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있는 신시모도는 예술을 품은 섬이다. 섬 한쪽에 예술 작품이 가득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바닷가 공원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번갈아 떠오르는 중견 조각가 이일호 선생의 초현실주의 작품 80여 점이 개성을 뽐내며 전시된다.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생과 사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진다.

 

▲ 중견 조각가 이일호 선생의 초현실주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된 신시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 


배미꾸미조각공원은 주변 환경도 특별하다. 공원 앞마당이 갯벌이고, 천장은 푸른 하늘이다. 가끔 바다 위로 비행기도 날아다닌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예술의 섬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다.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마실 가듯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선착장까지 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경사가 완만하고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와 도로 덕분에 도보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해안도로도 있어 섬을 둘러보기 쉽다. 과거에는 신도와 시도, 모도가 떨어져 있었으나, 다리가 세 섬을 하나로 연결해 ‘삼형제 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배미꾸미조각공원에 가려면 신도와 시도를 거쳐야 한다. 신도는 소박한 섬마을 풍경이 좋고, 시도는 신시모도의 중심 역할을 한다. 북도면사무소와 북도면종합운동장 등 행정기관과 각종 시설이 시도에 있다.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연도교에 진입하면 왼쪽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바다를 향해 달리는 소년(‘Dream on 1’)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는 듯한 소녀(‘Dream on 2’) 조형물로, 역시 이일호 작가의 작품이다.


다리를 지나 왼쪽 길을 따라가면 배미꾸미조각공원이 나온다. 배미꾸미는 땅이 배 밑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옛 지명으로, 공원 이름도 여기서 가져왔다. 2003년 모도로 여행 온 이일호 작가가 섬의 황량한 분위기에 반해 이곳에 작업실을 냈고, 완성한 작품을 하나씩 마당에 전시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공원에는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을 형상화한 작품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된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해안에 설치된 ‘버들선생’이다. 철재로 만들어 바람이 세게 불면 소리가 난다. 파도 높이에 따라, 물때에 따라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만조에는 작품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커다란 손을 형상화한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사랑받는다. 원래 손 위에 계단이 있었으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지금은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 만조에 ‘버들선생’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작품에는 제목이나 설명이 따로 없다. 작품명이 궁금하면 공원 내 카페에서 물어봐야 한다. 공원에는 ‘모도와 이일호’라고 새겨진 커다란 화강암이 작가의 존재를 알려준다. 여행자는 작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를 상상하며 자유롭게 공원을 둘러본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람,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이일호 작가는 자신의 삶과 작품이 어우러진 <어디만큼 왔니, 사랑아>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예술가들은 서로 외로운 섬에서 각자의 신호를 보낸다. 조각은 내가 식별하는 세상의 이야기이고 더불어 소통하는 다리다. (…) 가련한 한 덩어리의 육신이 삶의 본능적 의지로 대자연과 소통하고 있으니 내 육신은 정신보다 위대하다. (…) 정신의 명징한 직관과 몸의 단순한 삶을 믿고 따라야 한다.”


작업실 공간은 현재 카페와 펜션으로 사용된다. 작품과 어우러진 카페는 여유롭게 차 한잔 하기 적당하다. 건물 외부에도 작품과 자연 속에서 차를 즐길 만한 공간이 있다. 음료뿐만 아니라 해초를 듬뿍 넣은 해초비빔밥이 인기다. 카페에 작가의 책과 도록이 있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배미꾸미조각공원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해외에서 이곳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도 꽤 있다.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에는 오른쪽 해안을 따라 걸어보자. 기기묘묘한 바위와 한적한 해변이 이어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갯벌에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모도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박주기다. 땅이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낚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신시모도의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빨간색 조형물로 사진 명소가 된 모도 박주기. 


시도는 풍광이 아름다운 수기해변이 손꼽힌다.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백사장이 펼쳐지고, 바다 건너 강화도 마니산과 동막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 언덕에 올라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면 마니산 참성단도 보인다. 2004년 송혜교와 비가 출연한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한때 유명세를 치렀다. 전에는 세트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남았을 뿐이다.

 

▲ 다 건너 강화도 마니산과 동막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도 수기해변. 


신도에는 걷기 좋은 구봉산(178미터)이 있다. 산길이 완만하게 이어져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트레킹하기 적당하다. 정상에 이르기 전에 아담한 구봉정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영종도와 인천대교가 내려다보여 가슴까지 시원하다. 신도선착장에 오면 대합실 안을 살펴보자. 섬에서 채취하고 기른 김과 굴, 단호박 등 특산품을 판매한다. 신선하고 값도 저렴해 양손은 무거워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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