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헤로인 한지민 신중한 인터뷰

“가슴 아린 ‘조제’ 역할…배우로서 흥미로웠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12/11 [15:19]

영화 ‘조제’ 헤로인 한지민 신중한 인터뷰

“가슴 아린 ‘조제’ 역할…배우로서 흥미로웠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12/11 [15:19]

‘조제’ 연기는 모험이자 도전…그 과정은 배우에게 특별한 기회

 

▲ 영화 ‘조제’의 얼굴로 돌아온 배우 한지민.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가슴이 많이 아렸다.”


한지민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영화 <조제>의 얼굴로 돌아왔다. 지난 1985년 발간된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 원작이며, 2003년에 제작된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가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한지민은 지난 12월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담감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시작했다”며 “원작의 색감을 가져오면서 김종관 감독만의 화법으로 그려낼 조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연인의 사랑과 이별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관계의 끝이 아닌 또 하나의 변화, 성장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끌려서 선택하게 됐다. 조제의 세계와 언어, 감정을 눈빛과 절제된 표현으로 전해야 했기에 어려웠지만, 그 과정은 배우로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조제>는 대학 졸업을 앞둔 영석이 우연히 자신을 ‘조제’로 불러 달라는 한 사람을 만나며 함께한 순간을 그린 영화다. 평범한 일상과 거리가 있는, 책으로 세상을 접하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아온 조제가 영석과의 만남을 통해 남들과 같은 삶과 사랑을 고민하며 변화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지민은 “한국적 색채를 담아 변화를 주려 했고, 리메이크이지만 우리만의 것을 담고 싶다고 감독님이 말했다”며 “나 역시 조제를 나만의 것으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눈빛으로 말하는 조제 캐릭터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지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밑그림만 있는 기분이었다”며 “장면마다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했다”고 떠올렸다.


“조제의 세계가 독특하고 물음표가 생기는 지점이 있었는데 감정 지문이 많지 않다 보니 배우로서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 모험이자 도전이었고, 숙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이 배우에게 특별한 기회였다. 이번 작품은 늘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잘 표현하고 있는지 불안감도 있었지만, 빛과 음악으로 풍부하게 채워준 것 같다.”


조제가 오랜 시간 쌓아올린 울타리 같은 세상에, 영석은 천천히 들어온다. 한지민은 “마당에서 거실로, 요리하는 부엌, 조제가 좋아하는 위스키 창고와 결국 방까지 들어온다”고 말했다.


“많은 책으로 쌓인 조제의 방은 울타리라고 생각했다. 그 공간에 영석을 들였을 때 조제의 마음이 굉장히 커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에 밀어내려 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영석의 손이 얼굴에 닿았을 때의 묘한 떨림과 낯섦, 설렘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는 20대 후반에 처음 봤다고 떠올렸다. 한지민은 “꾸미지 않은 조제만의 사랑스러움과 매력이 있었다. 온전히 영화에 몰입해 두 사람의 사랑에 공감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며 “원작이 주는 여운이 강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한 번쯤 생각 나는 멜로 영화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한지민은 몸이 불편한 연기를 위해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찾아보고 움직임을 연습했다.


“그분들의 삶을 찾아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작업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익숙해 보이는 자세를 찾고자 했고, 그 뒤에는 집에 휠체어를 두고 계속 연습했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서 하반신에 힘을 빼는 게 가장 어려웠다.”


부스스한 머리에 낮게 깔린 목소리, 낡은 옷차림은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조제를 드러낸다.


한지민은 “조제가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건 닫힌 울타리 같은 것”이라며 “거친 피부 결이나 잡티는 만들었는데, 영석을 만나면서 조금씩 덜어냈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감정이 변화된 느낌을 미세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석 역의 남주혁과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한지민은 “이 친구가 갖고 있는 연기의 결이나 열정을 이미 알고 있고, <눈이 부시게>에서 짧게 만난 아쉬움을 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의사소통도 잘되고, 나이대보다 성숙하다. 박학다식한 친구여서 내가 배우는 것도 많다. 칭찬하고 싶은 건 꾸밈이 없다. 맑고 투명하고, 숨기지 못하는 게 매력이자 앞으로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다.”


한지민은 <조제>를 통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제는 배우로서의 성장통이고, 또 찍은 후 인간으로서의 성장통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겪으면서 조제가 생각났다. 조제처럼 나도 올해 할머니를 떠나 보내게 됐는데 그 순간에 조제를 많이 떠올렸다. 슬픔을 가족들과 나누고 위로하는데, 그것조차 표현하지 못했던 조제가 안쓰러웠고 그만큼 영석의 존재가 컸다고 생각했다.”


조제와 영석처럼 가슴 아프고 시린 사랑도 해봤다고 답했다. 한지민은 “지나고 보니 나는 이별을 아파하고 겁내더라. 남녀 간 이별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다시 못 본다는 것 자체가 그 시간에 익숙해지는 데 느린 편”이라며 “이별의 시간이 아프지만 돌이켜 보면 최선을 다했다”고 미소 지었다.


“아픔의 시간으로 좋았던 때를 잊고 싶지는 않다. 이별을 잘하고 싶어 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옆에 누가 있든 없든 요즘에 외롭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요즘 새롭게 느끼는 감정을 마주하며 자신을 많이 비우는 노력을 하고 있어다.”


<조제> 촬영 이후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어 그 여운이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캐릭터는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눈이 부시게>는 짧았지만 김혜자 선생님과 함께해 의미 있고 애틋한 작품이고, <봄밤>의 이정인은 당당하고 감정에 솔직한 닮고 싶은 캐릭터다. <미쓰백>은 강렬한 존재로 남아 있디.”


한지민의 현재 목표는 ‘늘 지금 여기를 살자’다. 그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집착을 많이 했던 성격이었다. 그전에는 변화에 대한 겁도 두려움도 많았지만, 사람이 변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더라. 지나고 나면, 없어진 후에 소중함을 많이 느끼다 보니 지금을 즐기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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