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암에 관한 가장 획기적인 연구

“암 발생을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는 바로 단백질”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1/01/15 [14:17]

단백질과 암에 관한 가장 획기적인 연구

“암 발생을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는 바로 단백질”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1/01/15 [14:17]

1980년대 이후 암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심장과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심장질환과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떤 조치를 취하든 사람들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건강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돈이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국민의 3분의 2가 비만이고, 1500만 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은 부동의 사망 원인 1위로 자리 잡고 있으며,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암과의 전쟁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은 매주 처방약을 필요로 할 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다.

 

미국 영양학계의 석학 콜린 캠벨은 이런 배경에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중국의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수행한 ‘중국 연구(The China Study)’에서 단백질이 암 발생을 껐다 켰다 하는 ‘암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놀라운 것은 식물성 단백질은 암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만 그렇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열린과학)를 바탕으로 60년 가까이 영양과 건강에 관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캠벨 박사의 단백질과 암에 관한 획기적 연구를 간추려 소개한다.

 


 

현대 영양학은 단백질 영양학…필요 이상 섭취하면 되레 암 유발
고기·우유 등 동물성 식품 섭취 늘면서 암과 만성질환 폭발적 증가
식물성 단백질은 암을 부르지 않고, 동물성만 ‘암 발생의 방아쇠’

 

영양학·건강 40년 파헤친 캠벨 박사, 암 막는 해법은 ‘자연식물식’
‘중국 연구’ 8000가지 통계로 암과 성인병의 방아쇠 원인물질 규명
음식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문제는 되지만 암의 주요 원인 아니다!

 

식단 바꾸면 당뇨약 끊어도 되고…식이요법만 잘해도 심장질환 퇴출
동물성 단백질 섭취 줄이는 게 포화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
유제품이 전립선암 위험 높이고 과일과 채소의 항산화제는 치매 예방

 

▲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면서 암과 각종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진출처=Pixabay> 

 

“현대의 영양학은 단백질 영양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백질을 숭배한다. 몸보신, 영양식 하면 다들 단백질을 떠올리고, 육류, 가금류, 생선, 계란, 우유 등을 떠올린다. 단백질이 몸에 좋다는 것이 ‘상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이런 식품들과 단백질을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암을 비롯한 다양한 만성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다.

 

캠벨이 수행한 연구의 결론은 단백질이 암 발생을 껐다 켰다 하는 ‘암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섭취 칼로리의 10퍼센트를 넘게 섭취할 경우 암 발생이 증가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다양한 실험 및 역학연구를 통해 입증된 엄연한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식물성 단백질은 암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만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면서 암과 각종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우리나라는 살아 있는 증거다.”


작업환경의학·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이 콜린 캠벨 박사의 책 <무엇을 먹을 것인가> 감수의 글에서 한 말이다.

 

단백질 숭배 문제 있다!


실제로 한국영양학회의 일일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0.91g이다. 하지만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단백질 손실량은 1g당 0.3g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2배인 0.66g을 평균 필요량으로 권한다. 결국 한국영양학회는 WHO에 비해 단백질 섭취를 더욱 강조해왔다. 그 결과 암은 1980년대 이후 줄곧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심장과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심장질환과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두 종류 질환들만 피할 수 있다면 현재 사망의 50%를 예방할 수 있다.


이의철 사무국장은 “이런 건강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고 콜린 캠벨은 그 방법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캠벨 박사는 단백질, 특히 동물성 식품을 통한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들에서 대부분의 칼로리를 섭취한다면 암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여성혈관질환,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골다공증 등)을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현미의 경우 칼로리의 8퍼센트 가량이 단백질에서 나오기 때문에 현미밥으로 대부분의 칼로리를 섭취할 경우 추가적인 단백질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즉, 현미밥에 채소와 과일만 먹어도 단백질은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부족한 영양소 섭취를 위해 동물성 식품을 먹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암을 유발하지 않는 콜린 캠벨의 해법은 단순하다. 지금 무엇을 먹는지 확인하고 바꾸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식물식(wholefood, plant-based diet, WFPB diet)’이라는 새로운 식습관을 제안한다.

 

▲ 좋은 식습관은 질병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 증진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사진출처=Pixabay> 

 

왜 ‘자연식물식’인가?


캠벨의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기 전에 콜린 캠벨이 누구인지, 그가 왜 ‘자연식물식’을 부르짖게 됐는지 알아보자.


캠벨 박사는 미국 코넬대학교 명예 교수이며, 40년 이상 영양학과 건강 분야의 최전선에서 식이요법과 암 연구에 헌신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주요 업적인 ‘중국 연구(The China Study)’는 이제껏 행해진 역학 및 영양학 분야의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연구로 꼽힌다.


1970년대 초반 중국의 최고 권력자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암 투병 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전국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2400개의 지역과 중국 전체 인구의 96퍼센트에 해당하는 8억8000만 명을 대상으로 12종류의 암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만도 65만 명이나 되었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생의학 연구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주요 암의 지역별 편차가 무려 100배나 되었던 것이다.


한편, 2002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는 유방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수년 동안 연구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의 비율이기에 이런 법석이 났을까? 조사결과 롱아일랜드 두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주 평균보다 10~20퍼센트 높았을 뿐이었다. 중국의 암 발생률이 지역에 따라 100배(10,000퍼센트)나 차이가 나는 중국의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이 역시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영양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던 캠벨 박사는 중국은 유전적인 면에서 동일한 편이므로 이런 차이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왜 중국의 일부 농촌지역에서만 암이 많이 발생할까? 왜 중국은 미국보다 암의 발생률이 현저히 낮을까?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포괄적인 음식과 생활방식 그리고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콜린 캠벨 박사는 1983년 CIA와 중국 정부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중국의 최고 전문가들과 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옥스퍼드의 리처드 페토 교수 등을 영입하여 세계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것이 냉전시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처음으로 시도된 공동 프로젝트다.

 

<뉴욕 타임스>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진 이 연구를 “역학의 그랑프리”라고 평가하며 영양학 분야에서 식습관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업적이라고 보도했다.


캠벨 박사는 이 획기적인 ‘중국 연구’에서 무려 8000가지 이상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고, 핵심은 농촌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국인은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의 15~16퍼센트가 단백질이고 그 대부분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는다. 하지만 암 발병률이 낮은 중국 농촌에서는 전체 칼로리의 9~10퍼센트만을 단백질에서 얻고 그 가운데 10퍼센트만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캠벨 박사는 암과 많은 성인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원인물질을 규명해 내기에 이르렀다.


1983년에 시작된 캠벨의 중국 연구는 35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암협회상을 비롯해서 수많은 상과 <뉴욕 타임스> <USA 투데이> 등 미국 주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 어떤 단백질을 섭취해야 암을 일으키지 않을까? 캠벨 박사는 “그 해답은 밀이나 콩에서 얻는 식물성 단백질에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출처=Pixabay> 

 

영양과 건강에 관한 새 기준


“영양과 건강 연구에 평생을 바쳤건만 건강 정보를 향한 대중의 갈증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건강 정보를 다룬 책은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잡지마다 영양에 판한 조언을 특집으로 다루고 신문들도 정기적으로 기사를 내보내며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끊임없이 식습관과 건강 문제를 논한다. 인터넷에서는 당신의 마음에 드는, 설득력 있는 건강에 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를 볼 때 당신은 건강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캠벨 박사의 자신의 책 서문에서 던진 질문이다.


살충제에 노출된 식품을 피하기 위해 유기농 표시가 붙은 식품을 사야 할까? 화학물질은 암의 1차적인 원인일까? 아니면 건강은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일까? 탄수화물은 정말 우리를 살찌게 만들까? 우리가 심취하는 지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아니면 단순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에만 신경을 쓰면 월까? 비타민을 복용해야 한다면 어떤 비타민을 선택해야 할까? 섬유질이 첨가된 식품을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생선을 먹어야 할까? 그러면 얼마나 자주 먹어야 할까? 콩을 먹으면 심장질환을 막을 수 있을까?


캠벨 박사는 계속해서 세상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 뒤 “추측컨대, 당신은 이런 질문에 확실한 대담을 못한 것이다. 정보를 많이 알고 의견은 풍부해도 건강해지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꼬집는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영양과 건강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제 사람들은 영양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 하등 관련이 없거나 심지어 해로운 정보인 쓰레기 과학, 유행 식이요법, 식품산업의 광고 같은 것들 아래 파묻혀 있다.


캠벨 박사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서 “영양과 건강에 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 혼란을 없앨 수 있는 기본 들을 제시해 질병을 예방하고 현대인이 더욱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60년 동안 영양과 건강에 판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끌었으며, 연구와 정책 수립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끝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지 알게 되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연구와 건강에 관한 정책 수립을 위해 공적 자금을 부담하는 납세자로서, 사람들이 식품과 건강 그리고 질병에 관해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 있는 합성 화학물질과 환경은 문제가 되지만 암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10가지 주요 사망 원인 중에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유전자 연구로 새로운 치료약을 개발한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현재 쓰이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소홀하게 만든다. △탄수화물, 지방, 콜레스테롤, 오메가-3 지방 같은 한 가지 영양소를 잘 섭취한다고 건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비타민과 영양제는 절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다. △약품과 수술은 죽음에 이르는 질병의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의사는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현대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캠벨 박사는 40년 동안 생화학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좋은 영양소’를 다시 정의하고 올바르게 먹는 일이 우리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결과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해준다고 귀띔한다.


△식단을 바꾸면 당뇨 환자가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식이요법만 해도 심장질환을 고칠 수 있다. 식이요법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일 수 있는데, 이는 포화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치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결정된다. △유제품 섭취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는 노인의 치매를 예방한다. △신장결석은 건강한 식사로 예방할 수 있다. △어린이가 걸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질병 제1형 당뇨병은 유아기의 식생활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결과는 좋은 식습관이 질병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 증진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우리는 왜 사회가 잘못된 정보에 지배당하며, 식습관과 질병을 연구하는 방법과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삼시세끼 때문!


어떤 조치 강구하든 사람들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건강관리에 쏟는 돈이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국민의 3분의 2가 비만이고 1500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은 여전히 첫 번째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고,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암과의 전쟁은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미국인의 절반은 매주 처방약을 필요로 할 만금 건강에 문제가 있다. 최근 들어 그 규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소추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7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안고 살고 있다.


캠벨 박사는 “이런 문제는 모두 세 가지로 귀결된다”면서 “우리가 매일 먹는 아침·점심·저녁”이라고 역설한다.


“오랫동안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은지 따위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 사람들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먹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맛있거나 먹기 편한 음식, 아니면 부모님이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준 것을 먹는다. 우리는 음식을 비롯하여 생활습관이 나름대로 정해진 문화의 테두리 안에 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유가 삶의 중심이었던 낙농장에서 자랐다. 학교에서 우유가 뼈와 이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배웠다. 우유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음식이라고 했다. 농장에서는 식량의 대부분을 밭이나 목장에서 직접 길러 먹었다.”


이후 캠벨은 코넬대에서 소나 양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좋은 영양소’라고 알고 있었던 동물성 단백질의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연구였다. 켐벨은 고기, 우유, 계란을 많이 섭취해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초기 연구생활은 지금까지 발견된 화학물질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과 아플라톡신(Aflatoxin)에 몰두했다. MIT에서 처음 연구한 것은 닭의 사료 문제였다. 사료에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한 해에 수백만 마리의 닭이 죽었기에 화학물질을 분리해서 그 구조를 알아내야 했다. 2년 반을 연구한 끝에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다이옥신을 찾아냈다.


MIT를 떠나 버지니아공대 교수로 재직할 때는 필리핀의 영양 결핍 아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술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특히 높은 어린이 간암 유병률을 조사했다. 간암은 대개 성인에게 발생하는 병이었는데, 땅콩과 옥수수에서 발견되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플라톡신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캠벨 박사가 10년 동안 진행된 필리핀 연구 프로젝트의 일차적인 목표는 가난한 아이들의 영양 결핍을 해소하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후원을 받았다. 덕분에 필리핀 전역에 약 110개의 영양교육센터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캠벨 박사 팀의 목표는 아주 간단했다. 어린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단백질을 먹이는 것이었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어린이 영양 결핍은 단백질 부족, 특히 동물성 식품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간주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대학과 정부는 개발도상국의 ‘단백질 부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단백질과 간암, 어두운 비밀


그러나 캠벨 박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어두운 비밀을 밝혀냈는데,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아이들이 간암에 걸리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면서 “간암에 걸린 아이들은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었다”고 털어놨다.


다음으로 캠벨 박사의 주의를 끈 것은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인도의 연구 보고서였다고 한다. 인도의 과학자들은 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연구했는데, 한 집단에는 암을 일으키는 아플라톡신을 투여한 다음 단백질을 20퍼센트 함유한 먹이를 주었다. 서구인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양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또 다른 집단에는 같은 양의 아플라톡신을 투여하고 단백질을 5퍼센트만 함유한 먹이를 주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단백질을 20퍼센트 함유한 먹이를 먹은 쥐는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간암에 걸렸지만, 단백질을 5퍼센트만 섭취한 쥐는 단 한 마리도 간암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영양소가 화학적인 발암물질, 심지어 아주 강력한 발암물질까지도 억제한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결과였다. 이런 정보는 그간 캠벨 박사가 배운 모든 사실에 위배되었다. 단백질이 암의 형성을 촉진한다는 생각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캠벨 박사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일찍부터 그런 도발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실사 ‘건실한 과학’의 시험대를 거쳤다고 할지라도 단백질과 동물성 식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단아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었다.


캠벨 박사는 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암의 발생에서 영양소의 역할, 특히 단백질의 역할을 조사하기 위한 심층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동료들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가설을 수립했고, 방법론에 정확성을 기했으며, 그 결과를 해석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암 형성의 생화학적인 세부사항들에 대해 매우 기초적인 과학 수준에서부터 시작했다. 단백질이 암을 촉진하는 원인뿐 아니라 어떻게 촉진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건실한 과학의 규칙들을 세심하게 따름으로써,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따르는 거부 반응 없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무사히 연구할 수 있었다.


결국 국립보건원과 미국암학회, 미국암연구소 등 가장 권위 있는 조직들이 27년간 캠벨 박사의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연구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여러 곳에 발표되었고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저단백질 식단은 암 발생 억제


“저단백질 식단은 아플라톡신에 의한 암의 발생을 억제했다. 실험동물에게 발암물질을 얼마나 많이 투여했는지에 관계없이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암이 발생한 후에도 저단백질 식단은 암의 성장을 눈에 띄게 저하시켰다. 즉, 저단백질 식단을 통해 발암성이 매우 높은 화학물질에 대한 암의 생성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사실 단백질의 영향력은 매우 커서 단백질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암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쥐에 투여한 단백질의 양은 우리가 평상시 섭취하는 수준으로, 다른 발암물질을 연구할 때처럼 많은 양의 단백질을 투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캠벨 박사는 모든 단백질이 이런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아냈다. 그러면 어떤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암의 유발을 촉진할까? 우유 단백질의 87퍼센트를 차지하는 카제인은 모든 단계에서 암의 발생을 촉진했다. 그러면 어떤 단백질을 섭취해야 암을 일으키지 않을까? 밀이나 콩에서 얻는 식물성 단백질이었다!


연구의 그림이 구체화되면서 캠벨 박사 소중히 품고 있던 믿음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동물실험 연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화학 연구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포괄적인 식습관과 생활방식, 그에 따른 질병 연구가 시작되었다. 코넬대, 옥스퍼드대, 중국 예방의학 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연구>로 잘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결국 다양한 식습관과 질병 사이의 8000가지 이상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을 찾아냈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식생활과 질병 사이에서 발견된 수많은 연관성이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즉,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은 사람은 만성질환에도 자주 걸렀다. 심지어 동물성 식품을 적게 섭취한 사람도 나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건강하고 만성질환에도 강한 저항력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동물성 단백질의 영향에 대한 초기 동물실험 연구에서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 형태에 따른 대규모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구 결과는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즉, 동물성 영양소와 식물성 영양소에 대한 인체의 건강 상태는 매우 달랐다. 동물 실험과 중국에서 시행한 대규모 연구로부터 매우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그것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연구자들의 임상연구 결과를 찾아보았다. 그들이 얻은 전파는 심장질환, 당뇨병, 비만이 건강한 식단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등 지난 50년간의 그 어떤 연구들보다도 흥미로웠다.

 

또한 암, 자가면역질환, 뼈, 신장, 노인의 시력과 뇌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이 식습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질병들을 극복하고 예방하는 식단은 동물실험과 <중국 연구>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것처럼 ‘자연식물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주는 희망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혼란을 느낀다. 심장질환이 피할 수없는 질병이라고 생각해서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방암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유방을, 심지어 딸의 유방을 절제하기를 원하는 여성들도 있다. 그들은 수술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다.


캠벨 박사는 “그 이유는 건강 정보가 어떻게 생성, 소통되고 누가 그런 활동을 통제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나는 오랫동안 건강 정보가 생성되는 현장에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실태를 보았으므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세상을 향해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먹는 음식을 바꾸어라”


실제로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60년 가까이 영양과 건강에 관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이끌어 온 캠벨 박사는 식품의 영양소와 질병 간의 관계를 밝히며 식생활과 건강에 대한 전망과 현실을 보여준다.

 

식습관이 질병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 증진에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식단을 둘러싸고 정부와 학계, 관련 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과학계, 의학계와 기업, 대중매체가 건강보다 이윤을 추구하고 음식보다 기술을, 진실보다 혼란을 촉진한다. 영양과 관련된 혼란은 대부분 비밀에 부쳐진 채 합법적으로 만들어져 연구자, 정치가, 저널리스트에 의해 의심받지 않고 퍼트려진다. 따라서 우리는 왜 사회가 잘못된 정보에 지배당하는지,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캠벨 박사는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답게 학계, 의료계 그리고 정부가 어떻게 축산업계의 입김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 본인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들을 예로 보여준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여러 과학적 사실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런 어두운 현실을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서로 상충하는 많은 정보들 속에 결국 최종적인 선택은 우리 스스로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벨 박사는 2012년 첫선을 보인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통해 영양과 건강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수많은 근거 없는 믿음과 잘못된 정보를 떨쳐버리게 하는 동시에 간결하고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했다. 서구식 식생활로 유행병처럼 번지는 비만과 성인병의 위험에 처한 현대인들에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건강하기를 원한다면 먹는 음식을 바꿔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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