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떻게? 전문가 진단 2]문정인 대통령특보

“바이든 미국 행정부, 북한에 고위급 특사 파견하고 북미대화 나서라”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1/02/01 [12:23]

[남북관계 어떻게? 전문가 진단 2]문정인 대통령특보

“바이든 미국 행정부, 북한에 고위급 특사 파견하고 북미대화 나서라”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1/02/01 [12:23]

“북한이 5~6개월 자극적 행동 않을 땐 미국도 대화에 나설 가능성”

“북한의 대미·대남 메시지는 외교협상 의지 있다는 것 강력히 표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강력한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가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이 꾸려지고,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5~6개월간 북한이 인내심을 갖고 자극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1월14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별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 한 해 한반도 정세 및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문 특보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3년 8개월간 문 대통령의 멘토로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했으며, 2월15일 세종연구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강력한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연초 8일간 진행됐던 북한의 노동당 8차 대회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선하게 나오면 선하게 대응하고, 남측에 대해선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이행하면 얼마든지 3년 전 봄날로 갈 수 있다고 했다”며 “북한의 대미·대남 메시지는 외교적 협상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명시하고, 핵추진 잠수함과 군사정찰위성,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밝힌 것에 대해선 자위력 강화는 물론이고 향후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 시설과 발사대 폐기 용의를 밝혔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거부당했다”며 “그렇다면 미래 전략 자산을 갖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이 꺼내든 카드를 심각하게 생각하면 외교 협상에 빨리 나올 것이고 과소평가하면 시간을 끌 수도 있다”며 “북한은 지금까지 ICBM이나 6차 핵실험 등 설마 했는데 해냈다. 북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北 자극적 행동 없으면 美 협상” 

문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선(先)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강경파, 단계적·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의해 본격적인 군비통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협상파, 북핵 문제의 안정적 관리파의 세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핵심 인사들은 북핵의 안정적 관리에 관심이 있다”며 “북핵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려우니 한편에선 억제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시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 특보는 “바이든이 어떤 정책을 결정할지는 북한하기 나름”이라며 “북한이 인내심과 자제심을 갖고, 향후 5~6개월 동안 자극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 측에서 협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만약에 미국과 동맹에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강경론으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정적 관리로 갈 경우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가 되살아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북한과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류 세력은 동맹을 상당히 중요시할 것이므로 문재인 정부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당장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정세를 가르는 시험대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남북 합의사항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남북관계 개선과 전시작전 통제권 조기 전환 사이에서 선택이 쉽지 않은 딜레마 상황이다.

 

지난 2018년에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이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연기·축소됐다. 문 특보는 “당시 한미연합훈련이 이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움직였다”며 “한미가 조율을 잘해서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긍정적이면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우리가 먼저 북한과 접촉해 북한 의도를 파악하고,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북미 대화를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코로나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하게 조율하고, 접점을 찾은 후 북측과 접촉하는 방법 이외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선 “당위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양 선언에서 김 위원장이 서면으로 약속한 사항으로 마땅히 답방해야 한다”며 “그러나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반대급부 없는 답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혼자 북미협상으 북핵 해결 어려워”

문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해선 “바텀업(bottom-up)으로는 아무런 진전을 못 본다”며 “바텀업과 톱다운(Top-down)을 조율한 절충형 접근이 필요하다. 1999년 페리 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페리프로세스를 시작하고, 북미 관계의 반전을 가져왔던 사례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북한에서 거부 못할 고위급 인사를 특사로 임명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내정자,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 존 케리 기후담당특사 등 바이든 당선자와 바로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안 만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 특보는 과거 ‘6자 회담’의 성격을 바꿔 한국·미국·러시아·중국·일본·북한의 수장들이 한자리에서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6자 안보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교훈은 미국과 북한이 양자 협상을 통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안전 보장을 담보해준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을 못 믿으면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이 담보해준다면 가능성이 있다. 6자 안보정상회담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혼자서 북핵 문제를 못 푼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하니 해볼 만하다. 중국은 찬성이고, 일본 역시 반대할 이유는 없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고, 미국이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차관보급 6자 회담을 부활할 경우 책임 있는 논의가 어려운 만큼 정상이 만나는 6자틀을 만들어 북핵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 미·러 갈등 해소, 북일 정상회담 등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미국과 담판을 원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6자 틀 안에서 북한이 미국과 양자 접촉을 하면 된다”며 “북한도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 6자 정상회담이 잘되면 김 위원장이 동아시아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다자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나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블링큰 국무장관 내정자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 방안으로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과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언급한 데 대해선 “미국이 JCPOA를 준비하듯이 북한과 핵협상을 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유럽연합(EU)이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문 특보는 “당시 미 에너지부 장관과 국무장관이 제네바에서 19일 동안 이란 측과 협상을 했고, 에너지부에서 200명의 인력을 동원해 15만 페이지 이상의 문건을 준비했다”며 “이란이라는 협상 모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도 그런 자세로 나서면 북핵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대중 인식 차이 있어”

문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전략적 경쟁에 따른 반중(反中) 노선 동참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바이든 당선자가 2013년 12월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찾아 연세대 강연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하라'라고 한 적이 있다”며 “커트 캠벨 신임 백악관 아시아 총괄 담당관도 그런 선택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더욱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본다”며 “경제적 탈동조화와 기술 동맹에 대해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지정학적으로도 대중 봉쇄 정책을 트럼프처럼 몰아세우진 않을 것이다. 대신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는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고, 미국은 동맹”이라며 “동맹이 전략적 동반자보다 중요하지만 중국을 내치는 것은 국민 정서에 허용이 안 된다. 한미 간에 대중 위협 인식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이어 “양자택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현명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대해선 “한일이 협력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처럼 북핵 문제나 중국의 부상, 경제 문제에 선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 특보는 일본이 강제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 등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데 대해선 “일본이 한국을 청와대 만능의 박정희 시대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사법부, 입법부의 판단과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해 왔다”며 “일본도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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