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출연 한예리 감회 인터뷰

“‘미나리’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1/03/12 [16:05]

영화 ‘미나리’ 출연 한예리 감회 인터뷰

“‘미나리’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1/03/12 [16:05]

가족 지키려 애쓰는 엄마 ‘모니카’ 역 맡아 리얼 연기
“작품 함께하며 본 인간 윤여정의 모습 너무 좋았다”

 

▲ 배우 한예리. 

 

“영화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기에 스며들 듯 사랑해주는 것 같다.”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꼽히며 주목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는 “누군가의 유년 시절, 본인 또는 부모님의 이야기로 다들 조금씩 공감할 수 있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2월23일 화상으로 만난 한예리는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선댄스 영화제에서 봤을 때도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 이 영화에는 악역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떤 악행도 없다. 그게 사랑받는 지점인 것 같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신파적인 부분도 담담하게 그린다. ‘우리에겐 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넘긴다. 그런 표현 방식이 오히려 더 스며드는 것처럼 영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도시를 떠나 아칸소의 외딴곳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농장을 개척한다.


한예리는 영화 속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 ‘모니카’로 분했다. 아칸소의 생활이 반갑지는 않지만, 남편을 믿어주고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며 담담하고 묵묵하게 엄마의 자리를 지켜낸다.


한예리는 “번역본을 처음 받았을 때, 영화와 모니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감독님을 빨리 뵙고 싶었다”며 “감독님을 만났는데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감독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나의 유년 시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하고 단단한 내면의 모니카를 연기하면서 그 힘은 사랑이라고 여겼다. “모니카가 버티는 힘이 뭘까 생각했다. 왜 제이콥을 사랑할까, 왜 그와 함께 있을까. 가족이 해체되지 않는 힘이 모니카한테 있다고 봤다.”


“그 힘의 바탕은 사랑이다. 모니카가 가진 사랑의 힘이 커서 가족들이 함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제이콥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는 걸 지지하는 것이다. 모니카가 결국 힘들다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힘들다는 말이 오히려 붙잡아달라는 말로 들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걸 원치 않는 거다.”


남편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과는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연스러운 호흡이 생겼다고 했다.


“솔직하고 스위트한 사람이다. 자신은 모르는 게 많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영화가 본인의 이야기 일부분을 담고 있고, 열정도 많았다. 함께하면서 나도 부족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에너지가 생겼다.”


모니카의 엄마 ‘순자’로 열연을 펼친 윤여정과는 배우로서, 또 인간적으로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선생님이 ‘예리야,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신 차리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배우로 갔기 때문에 허투루 캐스팅한 게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인간 윤여정의 모습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속 깊은 큰딸 ‘앤’ 역의 노엘 케이트 조와 장난꾸러기 귀여운 막내아들 ‘데이빗’의 앨런 김과도 다정한 ‘케미’를 선보인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둘 다 연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낯도 가리지 않고 씩씩했다. 자연스럽게 모니카 엄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와 줘서 고마웠다.”


<미나리>가 “특별한 영화”라고 했던 한예리는 “좀 더 나 자신한테 집중하게 됐다.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영화는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감독의 지인들이 작품을 응원하고 도와주러 와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그들이 얼마나 이 작품과 감독님을 사랑하는지 그 힘이 내도 전해졌다. 함께 보냈던 그 시간 덕분에 내가 많이 건강해지고 영화와 작업을 더 사랑하게 됐다. 이 작품 자체가 나한테 특별하다.”


정이삭 감독과의 작업은 매 순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예리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똑똑한 감독님”이라며 “배우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 매번 촬영이 끝나고 난 후 오늘도 무사히 잘 해냈다는 감독님의 그 따뜻한 미소가 지금 불현듯 기억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예리가 부른 <미나리>의 OST <레인 송(Rain song)>은 제93회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1차 지명되기도 했다.


“영화 음악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어느 날 음악감독 에밀 모세리가 네가 불러줬으면 하는 곡이 있다고 했다. 데이빗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듯 부르면 좋겠다고 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경사스러운 일까지 생겨서 신기하고 기분 좋았다. 영광스러운데, 엄청 쑥스럽긴 하다.”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관객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 등 26개의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한예리는 오스카 수상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 “감독님은 뭐라도 꼭 하나 받았으면 좋겠다. 윤여정 선생님도 받았으면 한다. 지금도 선물을 받고 있지만, 큰 선물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지금도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감독님께 보람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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