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시장 죽 쑤던 롯데 신동빈 야심 찬 반격

중고나라 이어 이베이·바이오…신사업 찾기 분주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3/26 [17:20]

‘e커머스’ 시장 죽 쑤던 롯데 신동빈 야심 찬 반격

중고나라 이어 이베이·바이오…신사업 찾기 분주

송경 기자 | 입력 : 2021/03/26 [17:20]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더니 최근에는 IT 업체인 SK텔레콤까지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그룹의 양대 축을 떠받치던 유통·화학 사업부문이 모두 휘청거렸다. 유통부문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19% 줄었고, 화학부문 흑자는 73%나 곤두박질을 쳤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신사업 찾기가 더욱 분주해졌다.

 


 

2020년 코로나 직격탄 맞아 유통·화학 양 날개 ‘고전’
‘중고나라’ 품고 한 해 20조 ‘이베이’ 인수전 뛰어들어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협력방안 논의 중

 

▲ 서울 송파구에 자리 잡은 롯데월드타워 모습.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계열사 전체 임원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때 신 회장은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및 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의 이 발언이 최근 가시적인 움직임으로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바이오 산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유통 부문에서 속절없이 밀리던 롯데가 서서히 반격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가닥?


유통BU(Business Unit)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은 3월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물론 이 발언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유통업계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가 지난 3월16일 예비입찰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간보기’ 수준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금으로 거론되는 약 5조 원을 두고 롯데그룹 내부에서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네이버와 신세계가 협업하는 등 온라인 유통 시장을 놓고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자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 신동빈 회장.  


롯데쇼핑이 3월16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 13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흩어져 있던 백화점·마트·하이마트 등 이커머스 부문을 통합하기 전인 2019년보다 2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948억 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매출은 줄고, 적자는 늘어나는 전형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거래액은 약 7조6000억 원이었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5%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 내부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외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원이었다. 네이버(27조 원), 쿠팡(22조 원)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롯데가 이베이코라아를 인수하면 단번에 네이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e커머스 사업부 대표를 최근에 경질했을 만큼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 시작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 부회장은 주총에서 e커머스 사업부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선점


롯데가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는 최근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의 95%를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거래 금액은 1150억 원이며, 롯데쇼핑 투자금은 2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투자자 중 롯데쇼핑만 전략적 투자자로,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했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며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자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노린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 자체가 롯데 유통의 힘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걸 활용해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국에 포진한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이 중고거래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게 지난해 20조 원으로 커졌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 명, 월 사용자 1220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대인 5조 원이었다.

 

유통·화학 넘어 바이오로 가나


롯데지주는 3월23일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는 했지만, 재계에선 바이오 사업 진출을 부인하지 않은 만큼 공식 선언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지주는 바이오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과 지분 인수,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 7월 설립된 신약 개발 회사다. 녹용에 들어 있는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후보물질 EC-18을 개발 중이다. 업계는 엔지켐생명과학과 신약 개발, 위탁 생산(CMO) 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이 분야에서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적인 CMO 회사로 키워냈고, SK는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통해 신약 개발과 백신 사업을 성공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롯데그룹의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과는 결이 다른 미지의 분야”라며 “그동안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롯데가 바이오를 중·장기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발굴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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