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골목상권 1009곳 코로나 그 후 매출 변화 대해부

도심 식당가 파리 날리고…동네 치킨집 불났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3/26 [17:23]

서울지역 골목상권 1009곳 코로나 그 후 매출 변화 대해부

도심 식당가 파리 날리고…동네 치킨집 불났다!

송경 기자 | 입력 : 2021/03/26 [17:23]

주거지 생활권과 가까운 금천·은평·동대문·양천 상권 ‘선방’
관광객 상대로 하거나 회사 많은 마포·용산·종로·중구 ‘쇼크’


코로나19 이전 대비 골목상권 총매출 2조→1.6억 19.6%↓
거리 두기로 식당 ‘충격’…집콕 늘면서 식자재·가구점 ‘쏠쏠’

 

▲ 한 음식점 앞에서 배달대행 업체 직원이 포장 음식을 나르고 있다. 

 

# 서울 도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여행사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색 있는 인테리어와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성수기에도 공실이 없을 만큼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투숙객과 매출이 급감했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 서울 외곽 주택가에서 15년 넘게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L씨 부부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주문이 급증해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튀김기를 추가로 구입하고 장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점심시간에도 배달주문이 증가해 최근에는 점심메뉴를 새롭게 출시해 추가수익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공습 이후 지난 1년간 서울의 골목상권 매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금천·은평·동대문·양천구 등 주거지 생활권과 가까운 상권일수록 ‘선방’을 한 반면, 마포·용산·종로·광진·중구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하거나 회사가 많은 도심 골목상권은 매출 하락으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가 서울 골목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울시가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정책연구센터와 함께 서울시내 전체 총 1009개 골목상권의 월 평균 매출 빅데이터(신한카드 매출데이터 기준)를 분석한 결과를 3월18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 이전 대비 골목상권 총매출은 약 2조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19.6%↓) 줄어들었고, 월 평균 점포당 매출도 1900만 원에서 1700만 원으로(13.8%↓) 감소했다. 골목상권 10곳 중 6곳(58.7%)은 매출이 하락한 반면, 4곳(41.3%)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상승했거나 현상유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거지나 생활권에 가까울수록 매출 상승·유지를 한 골목상권이 많았다. 이들 골목상권에는 중고가구, 조명, 식자재 같은 ‘소매업’ 비중이 41.5%로 가장 컸다. 반면, 도심에 가까울수록 매출 감소 폭이 컸는데 이들 골목상권은 ‘외식업’ 비중이 65.3%로 가장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 소비가 위축되고, 집콕 시간이 많아지면서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거나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수요는 커진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골목상권과 업종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각 상권별 차이가 나타난 원인을 파악하고,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골목상권의 매출은 코로나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총매출은 2019년 10월 약 2조 원에서 2020년 12월 1조6000억 원으로 19.6% 감소했다. 월평균 점포당 매출액도 13.8% 감소(1900만 원→1700만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보면 월간 총매출액이 코로나19 1차 지역 확산 국면이던 작년 1~3월까지 감소하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4~5월엔 일부 반등했다. 이후 작년 하반기 지역 확산 시기 때마다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붐비던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 


골목상권 중에서도 월평균 매출액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큰 상권과 매출액에 큰 변동이 없는 상권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타격이 상권에 따라 다르게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출이 상승했거나 매출을 유지한 ‘선방’ 골목상권은 417개소로 서울시 골목상권의 41.3%였다. 매출액 감소가 상대적으로 컸던 ‘충격’ 골목상권은 592개소(58.7%)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골목상권별 매출액 추이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살펴보기 위해 잠재프로파일분석(Latent Profile Analysis, 통계적으로 집단을 구분하는 방법론 중 하나로 모델 적합도를 이용하여 하위집단의 분류 적절성과 적정 집단 수를 판단)을 실시, 전체 골목상권을 ‘선방’ 상권과 ‘충격’ 상권으로 구분했다.


‘선방’ 골목상권의 평균 매출액은 약 1928만 원(2019.10.)에서 2086만 원(2020.12.)으로 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격’ 골목상권의 평균 매출액은 24.5% 감소했다.


‘선방’과 ‘충격’ 골목상권 비중은 25개 자치구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금천·은평·동대문·양천구 같이 주로 외곽에 위치하고 주거지가 밀집한 자치구엔 ‘선방’ 골목상권이 많은 반면, 마포·용산·종로·광진·중구 등 도심 또는 도심과 인접한 자치구는 상대적으로 ‘충격’ 골목상권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금천구의 경우 29개 골목상권 중 20개소가 매출이 상승했거나 유지했다. 마포구는 49개 골목상권 중 40개소에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선방’ 골목상권(417개소)은 전반적으로 급격한 매출액 감소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일시적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더라도 단기간에 회복했다.


417개소 중 코로나19 전후의 매출변화가 상대적으로 컸던 대표적 5개소의 골목상권을 살펴보면, 2019년 대비 월평균 매출액 증감률이 코로나19의 1~3차 확산 시점을 기준으로 다소 감소하지만 이후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매업 비중이 높은 ‘은평구 수색로(소매업 40.5%, 서비스업 31.6%, 외식업 27.8%)의 경우 2020년 1월 매출액이 2019년 1월 대비 7.2% 증가했다. 코로나19 1차 유행으로 매출이 △21.1%(2020.2.)까지 감소했고 이후 점차 회복하며 2차와 3차 유행에선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 서울 중구 명동 건물 공실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충격’ 골목상권(592개소)은 1~3차 확산시기에 급격한 매출감소를 겪은 후 회복이 더디거나, 회복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여 코로나19 ‘충격’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충격’ 골목상권 592개소 중 코로나19 전후의 매출변화가 상대적으로 컸던 대표적 5개소의 골목상권을 살펴보면 2019년 대비 월평균 매출액 증감률이 코로나19의 1~3차 확산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하며 회복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외식업 비중이 높은 ‘마포구 성미산로(외식업 40.7%, 서비스업 27.8%. 소매업 31.5%)’의 경우 2020년 1월만 해도 월 평균 매출액은 2019년 1월 대비 약 2.3배 높았다. 이후 코로나19의 지속적 확산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지난 2020년 12월에는 2019년 1월 대비 △78.4%까지 감소했다.


각 골목상권에 외식업 등 100개 생활밀접 업종이 각 업종별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살펴본 결과, ‘선방’ 골목상권은 소매업 비중이 41.5%로 가장 높았으며 ‘충격’ 골목상권은 외식업 비중이 65.3%로 가장 높았다.


서울에 소재한 100개 생활밀접 업종 전체 점포 수는 총 57만3514개(2020.9.30. 기준)이며, 이중 약 53.8%(30만8412개)가 1009개 골목상권에 입지해 있다.


골목상권에 있는 생활밀접 업종 중 외식업 점포는 8만8703개로, 전체외식업 점포주 대비 약 60.2%다. 서비스업 점포수는 10만4993개(57.5%), 소매업 점포 수는 11만4716개(47.0%)로 각각 나타났다.


서울시 100개 생활밀접 업종은 일상생활에 밀접하고 소상공인이 많이 분포한 업종으로 사업체수가 많고, 종사자수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비중이 높으며, 창업 등 진출입이 용이한 업종으로 대분류 (외식업/서비스업/소매업)를 기준으로 100개 업종을 선별 하여 각종 서비스 및 통계, 현황 보고서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자발적인 외출 자제로 외식 중심 소비가 위축되고, 특히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과 직장인 중심의 외식활동이 많았던 업무중심지역의 골목상권에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식자재를 구입해서 각 가정에서 조리해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식자재를 판매하는 소매점포의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가구·휴지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점포가 많은 골목상권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었다.


그 외 생활밀접 업종 대분류 업종별로 외식업 비중은 각각 34.7%(선방), 65.3%(충격)로 나타났으며, 서비스업은 39.5%(선방), 60.5%(충격), 소매업은 41.5%(선방), 58.5%(충격)로 나타났다.


(외식업) ‘선방’ 골목상권의 외식업 10개 업종 중 비중이 높은 상위 3개 업종은 순서대로 ‘치킨전문점’, ‘제과점’, ‘패스트푸드점’이었다. 모두 포장과 배달이 용이한 업종으로,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위기대응이 수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충격’ 골목상권에서 외식업 중 비중이 높은 상위 3개 업종은 포장·배달이 용이하지 않은 ‘양식음식점’, ‘중식음식점’, ‘일식음식점’이었다.


(서비스업) ‘선방’ 골목상권의 서비스업(47개) 중 비중이 높은 상위 업종은 ‘복권방’, ‘미용실’, ‘세탁소’, ‘건축물청소’, ‘예술학원’, ‘자동차수리’, ‘부동산중개업’ 이었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과 차량을 정비(또는 미용)하거나 건물을 청소하는 등 가사 중심의 소비지출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충격’ 골목상권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변호사사무소’, ‘DVD방’, ‘여행사’, ‘전자게임장’, 법무사·회계사·세무사 사무소, ‘고시원’ 등의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높았다.


(소매업) ‘선방’ 골목상권의 소매업 43개 업종 중 비중이 높은 업종은 ‘중고가구’, ‘자동차부품’, ‘조명용품’, ‘수산물판매’, ‘청과상’, ‘중고차판매’, ‘자전거 및 기타운송장비’, ‘재생용품판매’, ‘철물점’ 등이다.


가격대비 효용이 높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중고가구’와 ‘중고차 판매’, ‘재생용품 판매’ 업종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명용품’, ‘철물점’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셀프 인테리어의 수요가 증가한 부분으로 해석 될 수 있다. ‘수산물판매’, ‘청과상’, ‘미곡판매’ 업종은 가정에서의 식사가 많아짐에 따라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충격’ 골목상권의 소매업 43개 업종 중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업종은 ‘악기’, ‘예술품’, ‘미용재료’, ‘신발’, ‘안경’, ‘서적’, ‘화장품’, ‘가방’, ‘화초’, ‘컴퓨터 및 주변장치판매업’이었다. 이들 업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가활동 축소와 온라인 쇼핑 등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지난해처럼 자영업자가 위기를 겪었던 해가 없었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집중되어 있는 상권의 현장상황을 밀착해서 맞춤형 지원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그 변화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뿐만 아니라 향후 어떤 감염병이 다시 확산되더라도 정부와 자영업자들이 힘을 합쳐 미리 대비하고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면 지속 가능한 상권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이번 분석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비자의 이동이나 소비 행태에 따라 업종 간의 등락이 있었고, 등락 업종에 따라 골목상권을 재평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해 이번 분석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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