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부산·경남, 전성시대 열린 속사정

‘TK 정권’ 장악해 버린 ‘PK’“국가 요직은 모두 점령했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4/07/25 [17:45]

정치권, 부산·경남, 전성시대 열린 속사정

‘TK 정권’ 장악해 버린 ‘PK’“국가 요직은 모두 점령했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4/07/25 [17:45]


대한민국은 지금 ‘PK 전성시대’다. 부산 출신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월14일 집권여당의 향후 2년을 이끌어 갈 수장으로 뽑히면서 국가 의전서열 10위권 중 8명이 PK 출신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PK 인사들이 당·정·청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 출신 인사들이 오히려 소외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PK 인사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의 ‘영포 라인’처럼 갖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우려하는 상태다. <편집자 주>



국가의전 순위 5위권 안에 대통령 제외하면 모두 PK출신
불만 커져가는 박근혜의 텃밭 ‘TK’…탕평 외치는 정치권


野도 당지도부와 차기 유력 대권주자 대다수가 부산·경남
전례 없는 싹쓸이…MB정권 ‘영포라인’ 같은 부작용 우려



▲ 통상적인 국가의전서열(1~10위)로 보면 의전서열 2위부터 5위까지가 PK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물론 10위까지 12명 중 8명이 PK 출신이다. 국가권력을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싹쓸이’하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16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면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2기 내각은 관료보다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비중이 커져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이 찍힌다. 다만 정부와 여당, 청와대에 부산·경남(PK) 인사가 대거 진출하면서 대구·경북(TK)을 발판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PK가 우대받고 TK가 역차별’을 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7월15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에 지명을 받은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국무총리와 부총리 2명을 포함한 장관 16명의 각료 가운데 관료 출신은 8명이 된다. 1기 내각에서 10명으로 과반이던 관료 출신이 2기 들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권력 독식하는 PK

대신 정치인 출신은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각각 호흡을 맞췄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다. 특히 정홍원 총리 등 유임된 국무위원 9명을 제외하고 새로 임명된 각료의 출신을 따져보면 정치인 출신은 8명 중 4명으로 절반에 해당한다.

2기 내각에 정치인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데는 인사청문회 요인이 무엇보다 크다. 총리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인선이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박 대통령도 “청문회를 통과할 후보자들은 스스로 고사하고, 다른 후보자들은 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인선에 어려움이 있다”는 식으로 토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향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와 소통의 창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집권여당과 정부가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준내각제’ 형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기 내각 출범을 계기로 권부에 포진된 PK 출신 인사들의 비중에 유독 시선이 쏠린다. 부산 출신인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에 이어 집권여당 대표까지 PK 출신이 독차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TK 정권에서 PK 천하가 열렸다는 평이 많다. 부산 출신 김무성 의원이 집권여당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데 따른 것이다. 국가 권력 3대축인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에 이어 집권여당 대표까지 PK 출신이 독식하게 된 셈이다.

통상적인 국가의전서열(1~10위)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정의화 국회의장 경남 창원,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부산, 정홍원 국무총리 경남 하동,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충남 논산, 김무성 대표 부산,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각각 일본과 부산, 정갑윤·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각각 울산과 전북 익산, 황찬현 감사원장은 경남 마산이다. 의전서열 2위부터 5위까지가 PK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물론 10위까지 12명 중 8명이 PK 출신이다.

청와대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경남 거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경남 창녕), 장관급인 박흥렬 경호실장(부산)이 PK 출신이다. 내각에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경남 마산)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부산)가 PK 인사다. 차관급으로는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부산), 정연만 환경부 차관(경남 산청),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부산) 등이 PK 출신이다. 김진태 검찰총장 고향도 경남 사천이다. 그야말로 입법·사법·행정의 최고위직을 사실상 PK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태호 의원 역시 경남 거창 출신이어서 여당 지도부도 김무성 신임 대표를 위시해 사실상 PK에 장악됐다.

국가권력을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싹쓸이’하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임 여당 대표인 황우여 의원은 인천 출신이었고,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이었던 강창희 의원은 대전, 여당 몫 국회부의장이었던 이병석 의원은 경북 포항이 고향이라는 점에서 국가의전서열 상위 10위권에 PK 출신이 몇 달 전보다 3명이나 늘어난 셈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대표는 대통령 지명이 아닌 만큼 PK 권력 독식이 의도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임명권자가 박 대통령인 행정부는 얘기가 다르다. 김 실장이 행정부 PK 인맥의 대부 노릇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의도야 어떻든 현 정권의 지역편중 인사가 역대 최악 수준인 만큼 탕평 인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 내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선 “PK가 다 해먹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당에선 차기 사무총장으로 TK 의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의 사무총장 임명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같은 PK 출신이라도 선출직과 임명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무성 신임 대표는 PK 출신의 국가권력 독식 현상에 대해 “선출직과 임명직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PK 일색인 것이 결과적으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임명직의 인사 편중 현상에 대해서는 당에서 대통령에게 지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장악한 영남

무엇보다 이전에는 영남 출신의 민정수석과 4명의 비서관으로 ‘TK 왕국’이란 지적을 받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마저 최근 새로 파견된 검찰 직원들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청와대 민정이 또 한번 ‘영남 일색’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로 새롭게 파견된 검찰 일반직(수사관) 직원들이 모두 ‘TK, PK’ 등 영남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이뤄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인사 가운데 검찰 직원 6명의 고향(출신 지역)이 모두 경북과 경남 등 영남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6명 가운데 4명은 TK 출신이고, 2명은 PK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고위직은 지난 6월 인사에서 김영한 민정수석비서관(경북 의성, 사시 24회), 우병우 민정비서관(경북 영주, 29회),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경북 안동, 28회), 김종필 법무비서관(대구, 28회)으로 모두 ‘영남’ 출신으로 이뤄져 특정지역 출신으로 인사가 편향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후속으로 진행된 행정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파견이 확정된 검찰 직원들 또한 ‘영남’ 일색인 것이다. 이에 청와대 민정의 ‘영남 왕국’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남 출신 민정수석과 비서관이 영남 출신 검찰 직원의 청와대행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특히 청와대 안팎에서는 영남 출신의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파견 검찰 직원들의 인선 제시안을 뒤집으면서까지 이번 인사에 적극개입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사라는 것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는 원래 확실한 것이 없지만 검찰에서 민정에 제시한 파견 명단이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 비서관은 칼잡이로, 향후 공직사회 감찰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코드가 맞는 사람을 데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행이 결정된 검찰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주부터 청와대에 출근을 시작했고 나머지 직원 역시 업무 인수인계 절차가 끝나는 대로 청와대로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병언 검거와 해운비리 수사, 관피아 수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재해 있는데 대검찰청 주요 부서의 수사관들이 한꺼번에 청와대로 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두 달이 되도록 유병언을 검거하지 못했고 ‘관피아 수사’에서도 눈에 드러나는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고위급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마치 지난 MB정권 당시 어디든 ‘영포 라인’ 일색이었던 것을 연상케 한다”면서 “청와대 뿐아니라 어느 기관이든 특정 지역의 인사 편중은 정확한 민심이나 여론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MB정권 때 불거진 초유의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특정 출신 간의 동종교배가 한 원인이었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는 반면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당에서도 PK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는 부산 출신이며, 박영선 원내대표는 경남 창녕 출신이다.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야당 지도부에 PK 출신이 이처럼 한꺼번에 포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의원도 경남 거제 출신이다.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지방권력의 대표성을 갖는 서울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의 유력한 대선 주자이기도 하다.

PK 인사 약진 이유

이처럼 PK 인사들이 약진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선 PK의 정치적 DNA가 같은 영남에서도 TK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구분포 및 지리적 이유로 PK가 영남 내 새로운 정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부산·경남 지역은 6·25전쟁 당시 이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이 모여들어 타 지역 출신 비중이 영남 지역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부산 내 호남 인구는 약 15%로 호남 향우회도 활발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이른바 보수적 지역구도가 형성된 TK와 달리 PK는 부마사태를 중심으로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에 대항했던 ‘야도(野道)’로 분류돼왔다. 민주화 투쟁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배출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PK 정치인의 DNA는 야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 정권과 손을 잡고 대권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호남은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공동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광주도 6·4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와 정치활동을 함께 한 윤장현 시장을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켰다.

이런 정치적 상황은 PK지역이 다양하고 이념적으로 폭넓은 정치인과 인재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학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은 대선에서 상대 후보에 맞설 만한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노무현, 문재인 같은 PK 출신 후보가 그만큼 표의 확장력이 높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PK 출신 중진 의원은 “지금 정국은 PK에 대한 국민적 기대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우연의 일치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며 “PK가 상대적으로 인구도 많고 정치적 다양성이 풍부해 예전부터 정치적 자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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