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시작된 ‘남북 외교전쟁’ 심층 진단

최대 이벤트 ‘유엔총회’…남·북·미 ‘3자 외교’ 개막

김설희 기자 | 기사입력 2014/09/22 [10:37]

美에서 시작된 ‘남북 외교전쟁’ 심층 진단

최대 이벤트 ‘유엔총회’…남·북·미 ‘3자 외교’ 개막

김설희 기자 | 입력 : 2014/09/22 [10:37]
 
남북 간 ‘외교전’이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앞서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시작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현지에 도착해 있다. 특히 오는 9월2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24일 지구촌 최대 규모의 ‘외교 무대’로 불리는 유엔 총회서 첫 기조연설을 한다. 북한 외교가도 분주하다.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이미 유럽 순방에 나섰고, 리수용 외무상은 막 뉴욕에 ‘보따리’를 풀었다.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이나 북한과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북·미 대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반도 내외에서 긴박하게 불고 있는 ‘남·북·미’ 이상기류의 실체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박 대통령·김관진 방미…北 리수용 외무상 뉴욕행
지구촌 최대 규모의 ‘유엔총회’서 3국 설전 예고

 
북핵 문제 및 6자회담 재개 놓고 남북 대미 외교
美, 북에 억류된 인질 석방 위해 물밑 접촉 시도



▲ 남북 간 ‘외교전’이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리수용 북한 외무상.     © 주간현대

[주간현대=김설희 기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중인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9월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우리 측의 외교 행보가 급박히 돌아가고 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막 현지에 ‘보따리’를 풀었다. 리 외무상은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에 북한 방문단을 이끌고 오는 27일쯤 참여할 예정이어서 미국에서 ‘남북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된다.

우선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오는 9월20∼26일 캐나다와 미국을 방문하고 24일 첫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는 것에 주목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방미가 황준국·김관진의 방미와 연장선에 있고, 북한 강석주의 유럽 순방과 리수용의 방미와도 연관돼 있다고 해석한다. 청와대와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유엔 연설의 방점이 ‘한반도 문제’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색국면을 이어왔던 남북관계가 남북 고위 관계자들의 미국방문을 통해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남·북·미 외교전

지난 6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미에 오른 김 실장은 9월14일 현지에 도착해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남을 통해 북한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에 핵실험 감행이 쉽지 않다. 다만 국제사회의 압박이 지나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어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은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북 문제 해법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문제만큼은 우리 측이 아닌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한미 간의 입장 조율이 중요한 상황. 미국 또한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제정세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북핵 문제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당초 김 실장의 방미가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측이 지난달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한 달여 만인 9월13일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보낸 첫 대남 전통문에서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리수용 외무상을 뉴욕으로 보낸 정확한 배경을 지금으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 주간현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28일 종료되고 인천아시안게임 개최가 시작된 만큼 북측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간 셈이다. 다만 북한 또한 외화벌이를 위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볼 때 2차 고위급 접촉의 개최 여부는 남북의 외교전이 마무리 되는 9월 말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외에도 김 실장은 방미 기간 중 전시작전권 전환시기 재연기 문제, 일본의 집단자위권 결정과 관련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문제 등도 집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한반도 편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MD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방미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 한미 양국 간 외교안보 채널은 활발히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남북 간의 이번 방미 기간 중 최대 이슈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외교 무대’로 불리는 유엔 총회다. 이미 9월1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제69차 유엔 총회에서는 190여 개국의 국가수반급 인사들이 뉴욕에 집결하는 등 지구촌 외교의 큰 잔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유엔 총회에선 한반도 이슈도 ‘소문난 잔치’에 주요 프로그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과 북한 인권 문제가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 장관급 인사가 총회 연설에 나서는 것은 15년 만이다. 지난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이후 외무상의 유엔 방문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리 외무상은 막 뉴욕에 도착한 뒤 오는 27일쯤에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리 외무상을 뉴욕으로 보낸 정확한 배경을 지금으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지구촌 외교장

하지만 북측 외무상의 이례적인 미국 방문인 만큼 유엔 외교가는 그의 방미 목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리 외무상이 방미 기간에 미국 측과 공식·비공식으로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외무상이 단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미국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미 막후교섭을 통한 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이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외무상이 미국을 찾았을 때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리 외무상과 미국 고위 당국자 간 막후 회담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공식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북한 최고 지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려는 국제사회 논의에 외무상이 직접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리 외무상의 방미 계획이 알려진 직후 워싱턴 및 뉴욕 외교가의 기류는 나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의 방미를 계기로 북·미 간의 대화창구인 이른바 뉴욕 채널이 본격 가동되면서 새로운 협상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는 해석에 기댄 것이다. 마침 북한 외교는 그동안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듯 요즘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취하고 있다. 북·일 관계 진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북측은 인천아시안게임에도 선수단 파견 결정을 내렸으나 무산된 바 있다.

최근엔 케네스 배를 비롯한 북한 억류 미국인 문제를 놓고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된 정황들도 포착됐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동안 수차례 “억류 미국인 구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북한에) 특사 파견도 가능하다”는 ‘낚시성 발언’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최근 난기류가 심하게 일고 있다. 협상 돌파구가 될 것 같았던 3명의 억류 미국인 문제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는 분위기. 억류 미국인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대북 제의 보따리를 지닌 특사의 방북을 기대하는 평양과 억류자 석방이란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먼저 요구하는 워싱턴의 간격이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억류 중이던 미국인 매슈 토드 밀러에게 6년 노동 교화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고 미국은 그의 즉각 사면과 석방을 촉구하며 맞섰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도 다시 평행선이다. 유럽 4개국 순방에 나선 북한 노동당 강석주 국제담당비서는 최근 조건 없는 회담 재개를 거듭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워싱턴으로 날아온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비핵화 의지 천명이 6자회담 전제조건이란 점을 다시 못 박았다.

더구나 이번 유엔 총회기간 중에는 북한 인권문제도 중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총회기간 중 사상 처음 열리는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인권문제 거론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북한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외무상의 행보

결국 이 같은 교착 국면의 열쇠는 리 외무상이 쥐고 있는 상황이 됐다. 방미 후 그의 행보가 북·미대화와 협상에 무게가 실린다면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유엔 총회장에서 북핵과 북한 인권 이슈에 대한 적극 대응에만 주력한다면 화끈한 설전만 벌이다가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회에서 리수용의 보따리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ksh198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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