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노리는 ‘잠룡’ 안철수의 수상한 행보

“책임 앞세운 ‘거리두기’…정치행보 시동 거나?”

김설희 기자 | 기사입력 2014/10/20 [11:00]

재기 노리는 ‘잠룡’ 안철수의 수상한 행보

“책임 앞세운 ‘거리두기’…정치행보 시동 거나?”

김설희 기자 | 입력 : 2014/10/20 [11:00]

야권의 극심한 혼란에도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안철수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안 의원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비대위, 조강특위를 고사하며 민생현장을 택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의 사실상 ‘대권 직행’ 의지로 연결 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차기 당 대표에 출마했다가 상처를 입기보다는, 당권을 거치지 않고 곧장 차기 대권을 바라보겠다는 의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가의 시선이 쏠린다. <편집자주>



安, 비대위·조강특위 참여고사 ‘대권 직행’ 의지로?

대전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 멤버들과 잇단 접촉


새정치 극심한 혼란 속 ‘조용한 행보’에도 세 결집



▲ 안철수 의원은 지난 10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조강특위를 고사하며 민생현장을 택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김설희 기자] 재보궐 선거 참패의 오명을 떠안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서 물러난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수상하다. 최근 안 의원은 갑작스럽게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조강특위를 고사하며 민생현장을 택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중동 행보

안 의원은 지난 10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간담회를 열고 “현 시점에선 저의 비대위 참여는 물론, 저에 대한 당의 배려 차원에서 임명된 송호창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도 적절치 않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같은 시각 약속이나 한 듯이 송 의원도 보도 자료를 내고 조강특위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조강특위 위원직을 수락한 지 6일 만이다.

송 의원은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당직을 내려놨는데, 사퇴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지금 조강특위 위원으로 중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송 의원의 보도 자료는 이날 안 의원의 간담회에서 배포됐다. 송 의원은 6일 만에 입장을 바꿔 조강특위직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 ‘숙고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송 의원의 조강특위 위원 수락과 관련, 저와 상의가 없어서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재보선 패배에 책임지고 당 대표를 사퇴했고, 그래서 비대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 그것 때문에 구성된 비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간 안 의원은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비대위원 참여 요구’에 대해 “때가 아니다”며 수차례 고사 의사를 밝힌 터라 이번 안 의원이 직접 간담회를 연 것은 송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제 관심사가 아니다”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하지만 정치적 속내는 다르다. 이날 기자회견과 측근 배제 등을 종합하면 안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차기 당대표에 출마했다가 상처를 입기보다는, 당권을 거치지 않고 곧장 2017년 대권을 바라보겠다는 의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간, 대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어느 정도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분당’ 혹은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고 있다. 과거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당 당시 안 전 대표가 요구했던 ‘5대 5’ 정신은 7·30 재보선 참패와 공동대표직 사퇴로 이미 수포로 돌아갔다. 아울러 당내 기반 조직이 취약한 안 의원이 현재의 구도에선 친노 등 당내 주류와 세력대결을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5대 5’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 괜히 조강특위에 참여해 정당성을 부여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추후 지역위원장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분당 혹은 신당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민생행보’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안 의원은 간담회에서 “민생현장에서 삶의 문제를 찾겠다. 하나씩 조그만 변화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권 대결이 첨예하게 펼쳐지면 새정치연합의 계파 갈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당권에 발을 담그지 않고 민생행보를 밟아온 안 의원이 자연스럽게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강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비대위원으로 전면에 나서는 대신 안 의원은 ‘책임 정치’를 내세워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셈. 하지만 그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 의원은 이미 ‘조용한 행보’ 통해 세력 재결집을 꾀하고 나선 모양새다. 최근 대전내일포럼 측과 새정치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 9월26일 오후 대전 지역 내 한 식당에서 자신의 지지인사들과 만났다.

이날 김병국 대표 등 자신의 싱크탱크 조직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멤버들과 함께 김형태 전 새정치연합 대전시당 공동위원장 등 옛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들이 참석했으며, 김 전 위원장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에 입당한 한현택 동구청장 등 자유선진당 출신 전·현직 시·구의원들 일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게시한 ‘지난 2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처럼 그간 현실 정치에서 겪은 소회를 밝혔다. 특히,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통합신당이 된 뒤, 정당의 구성원이 된 터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쉽지 않았으며 기초선거 무공천제를 강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지역인사들을 비롯한 자신 측의 인사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도 사과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겠다며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력 재결집

이 같은 안 의원의 발언은 올 하반기에 실시될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공모와 함께 내년 3월께 열릴 당 대표 선거를 겨냥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안철수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대목이다.

ksh1983@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