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포기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한체제 보장 요구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중국·북한·한국, 4자 간 상호 양보와 타협 통해 실현
북미 간에 서로 다른 한반도의 비핵화 해법 때문에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증거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일부 논객들은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주장이 점차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최근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무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두 가지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을 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미국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북한은 체제보장을 위해 핵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인다.
조건부 조선(한)반도 비핵화 제안
만약 미국이 지금이라도 두 개의 필요조건인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한체제 보장만 충족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다”고 서슴없이 말하겠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제안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두 조건은 북한체제 보장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고 존엄이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미국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된 기본 동기를 이해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핵무장의 근본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가 피 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에 시달리고 있어 siege mentality로부터 벗어나려면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피 포위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지도부는 핵 보유가 북한체제 보장과 주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에 필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제 북한은 핵 보유국이다. 그러나 아직 핵 강국은 아니지만 북한 지도부는 핵이 체제보장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체제를 보장해준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2018년 3월 초에 확약한 바 있다. 최고 존엄이 이런 확약을 했기 때문에 두 가지 조건만 미국과 국제사회가 충족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으로 이해한다.
현 시점에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핵 포기 압력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젠 쉽게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일부 논객들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그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의 조건부 비핵화를 국제사회가 수용한다면 북한은 핵무기 소유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두 가지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핵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조건
공식적으로 2016년 7월6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화국 성명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5가지 요구를 했다. (1)미국이 남한에 반입한 모든 핵무기 공개, (2)남한의 모든 핵무기와 미군기지 내 핵무기 해체 및 검증, (3)미국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핵 공격 수단 배치금지 보장, (4)대북 핵무기 불사용 약속, (5)주한미군 철수 선언.
이 가운데 다섯 번째 요구가 대단히 중요하다. 즉각 철수가 아닌 ‘주한미군 철수 선언’을 요구했는데, 이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로 보인다. 이 새로운 입장은 김정일이 “조선 반도에 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 대한 적대적 입장이 아닌 평화유지 목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북한의 핵 포기 5대 조건
현 시점에서 필자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서는 5대 핵심 조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이다. 남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하며,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한 협상 없이는 남북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북한이 남북 간의 건설적인 대화 없이 어떻게 핵무기를 포기할까? 남북한이 주권 국가로서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남북간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남북한은 각 수도에 대표 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남북한과 4대강국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교차 승인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올해 중국·러시아와의 수교 정상화 3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한국·미국·일본과의 수교 정상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4강과 남북 간 교차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동북아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셋째,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 협력관계 유지다. 미·중 협력체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변수다. 미·중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동북아 체제 불안정의 원인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요인으로도 남아 있다.
넷째, 미국·중국·남한·북한 4자가 향후 체결 할 가칭 ‘한반도 평화 조약’이 한반도 비핵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조약이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두 개의 비핵화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한체제 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빠른 시일 내에 남한·북한·미국 3자가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를 하고. 3자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에 합의하고 입구론과 출구론이 분명히 명시된 단계적 로드맵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도 없고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핵심 쟁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모든 관련 당사자, 특히 미국·중국·북한·한국, 4자 간의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평화도 없고, 미·중 양국 간 화해. 협력과 공조와 타협도 없으면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곽태환 프로필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