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부도 사태 후폭풍…‘제2 저축은행 사태’ 터지나?

채권시장 얼어붙고…PF 시한폭탄 커지고…“이러다 다 죽을라!”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2/11/11 [14:58]

레고랜드 부도 사태 후폭풍…‘제2 저축은행 사태’ 터지나?

채권시장 얼어붙고…PF 시한폭탄 커지고…“이러다 다 죽을라!”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2/11/11 [14:58]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리스크가 금융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권이 무분별한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로 잇달아 도산했던 상황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11년 51조 원에서 올해 6월 기준 112조 원 규모로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막기 힘든 한계기업은 2064곳에서 3572곳으로 불어났다. 가계부채 규모는 916조 원에서 1869조 원으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112조 원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 PF의 잠재적 부실 위험은 경기 악화로 표면화될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PF 부실은 우리 경제의 뇌관…경기 더 악화될 땐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한국전력(AAA) 등 회사·공사채 줄줄이 유찰…한은 RP 매입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

통상 회사채 시장은 신용 중심으로 거래…레고랜드 사태는 신용을 무너뜨린 시발점

 

레고랜드發 자금경색 위기로 단기조달 시장에서 높은 비중 차지하는 증권사 큰 타격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놓고 기준금리 인상 정책기조와 어긋나 ‘엇박자’라는 지적도

 

▲ 강원도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놀이시설 모습.  

 

우리나라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현재 28조 원 규모다. 2011년 35조 원에서 꾸준히 내려가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올라갔다. 금융 지주사들은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의 총여신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도) 비중이 1~2% 수준으로 낮아 리스크 관리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과 캐피탈·카드·보험사 등이 꼽힌다. 112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중 보험은 43.3조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여신전문 금융회사 26.7조 원, 저축은행 10.7조 원, 증권사 3.3조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35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줄어드는 동안 비은행권은 16조 원에서 84조 원으로 폭증한 것이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8%에서 올해 상반기 말 0.50%로 급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저축은행권이 수익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PF 대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실화로 줄도산을 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후 저축은행들이 하던 PF 대출을 캐피탈·카드·보험사 등도 이어받았다. 과거와 판박이인데 레고랜드발(發)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총여신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최대 2.3%로 파악된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총여신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은 평균 1.7% 수준이다.

 

KB금융은 9.5조 원, 2.2%로 은행 3조 원, 증권 2조 원, 손해보험 1조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8.9조 원, 2.3%로 은행 3조 원, 증권 1.2조 원, 캐피탈 3조 원, 저축 0.6조 원 등이다. 하나금융은 6.2조 원, 1.7%로 은행 3조 원, 증권 1.7원, 캐피탈 1조 원, 저축은행 1조 원 미만 규모다. 우리금융은 2.5조 원, 0.7%로 은행 1조 원, 캐피탈 1조 원, 종합금융 0.5조 원 등이다. 주로 본PF 위주로 구성된 가운데 은행 사업구조 중심인 우리금융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과 지방은행권의 총여신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최대 11.6%에 달한다. 평균 7.1%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방은행들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4대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치”라며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본PF의 수도권 비중이 30% 초반인 점을 고려했을 때 건전성 관리역량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은 이번 레고랜드 사태에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저축은행권의 경우 회사에 따라 리스크 노출 우려가 판이하기 때문에 고금리 상품도 안심하지 말고 건전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채·공사채 유찰…‘백약이 무효’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이미 회사채와 공사채 유찰이 연달아 발생했다. 결국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까지 나서면서 일시적인 시장 완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수준의 정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이미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간 기관들로 인해 연말까지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10월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마지막주 AAA급 최상위 신용등급의 공사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한국전력(AAA)이 2년 만기 채권 2000억 원과 3년 만기 2000억 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3년 만기가 최종 유찰됐다.

 

공기업인 공사채는 통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했던 2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던 것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국가지방기관에서도 보증이 철회되는데 다른 공기업과 회사 역시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회사채 시장은 신용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레고랜드 사태는 현 시장에 대한 신용을 무너뜨린 시발점이 됐다.

 

이로 인해 다른 공사채들도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10월24일 한국가스공사(AAA)도 2년 회사채가 유찰됐고, 인천도시공사(AA+)는 2년물 300억 원, 3년물 500억 원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3년물 발행은 포기했다. 모집 금액의 20%인 100억 원 수준의 자금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시장은 상황이 더 나쁘다. 10월27일 통영에코파워(A+)의 3년 만기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됐다. 이에 따라 미매각된 회사채 510억 원을 모두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통영에코파워는 한화에너지의 지급보증을 통해 발행을 계획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 참여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AA)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미매각이 발생했고, 한화솔루션(AA-)도 1500억 원 발행을 계획에 130억 원 인수 주문에 그쳤다.

 

10월27일 한국은행은 채권안정펀드 투입 등을 실시했으나 자금경색이 지속되자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 원 규모의 RP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은 11월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다.

 

증권가는 이번 정책에 대해 당국이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경색 우려는 수시로 불거질 이슈였고, 한시적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대응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정책당국의 정책 시행은 긍정적”이라며 “단, 근본 원인인 금리인상 기조가 중단되는 것이 아닌 이상 투자심리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클로징(장부마감)으로 인해 자금경색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은 회계장부를 마감하는 연말을 앞두고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연말에는 수요와 거래가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더 빠른 북클로징이 나타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도 유동성 위기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위기가 단기조달 시장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후순위 비중이 커 신용위험이 다른 시장참여자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대형 증권사가 갹출하는 방식으로 중소형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월3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유동화증권은 10월18일 이후 월말까지 6조2000억 원이 차환 발행돼야 한다. 증권사 매입보장약정 유형을 합하면 같은 기간 6조7000억 원의 단기유동화증권이 차환 발행 대상이다.

 

증권사는 단기조달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2015년 증권사의 콜 시장(금융기관 간에 단기 자금을 거래하는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되면서 단기자금 조달을 콜 차입에서 환매조건부채권 매도나 단기조달 증권으로 전환했고, 다양한 만기 단기조달 증권 발행으로 탄력적인 자금조달에 나서는 특징을 보였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1실장은 “유동화 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발행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각 거래 참가자의 신용 위험으로 전이되는 현상”이라며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 신용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실장은 “특히 올해 10월, 11월 차환 발행 물량이 집중돼 있으며 현재 차환 발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는 현상은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직후까지만 해도 잇따라 공사채 유찰이 발생하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여전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관련 강원도가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2050억 원을 전부 상환하겠다고 밝힌 데다, 한국은행이 42조 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추가 조치에 나서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 스프레드는 불안정한 상태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간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10월 27일 기준 1.366%포인트 벌어졌다. 지난 2009년 8월6일(1.37%포인트)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걸 의미한다.

 

증권업계는 자체적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국내 9개 증권사 사장단은 10월27일 긴급회의를 열고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 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장안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기 위한 세부 실행방안, 지원 규모를 조율 중이다. 다만 주주이익에 반하는 배임 여지, 시장 논리 왜곡 등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자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채권 시장은 가장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는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돼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월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6개 증권사, 한국증권 금융 등 한국은행 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 원 규모의 RP 매입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기간에 따라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을 말한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은 단기물 RP를 매입해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획이다. 최근 악화된 단기 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고 일시적 유동성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은은 내년 1월31일까지 총 6조 원 규모 수준의 RP 매입을 실시할 예정이다. 매입 만기는 91일물 이내로 주로 14일물 등 단기물을 활용하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한은은 RP 매입은 최근의 단기 금융시장 불안 심화 현상이 연말·연초 단기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대비 차원이 큰 만큼 우선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지만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실시 기한 연장 여부는 필요 시 추후 검토할 계획이다. 금리 결정 방식은 복수금리 경쟁입찰이다. 입찰 최저 금리는 준거금리에 10~20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한다.

 

지난 2020년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자 한은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는 응찰액 전액을 지원하는 무제한 RP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무제한 유동성 유동성 공급 조치는 한국판 양적 완화로 볼 수 있는 조치였다. 당시 고정금리 모집 입찰로 응찰금액 전액을 낙찰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RP매입은 복수금리 경쟁입찰(최저금리 이상)로 예정된 금액 이내로 낙찰하는 방식이라 차이는 있다.

 

이와 관련,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RP 매입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주는 조치인 만큼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있는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은 금리인상으로 긴축으로 가고 있는데 RP 매입,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의 조치는 시장에 통화량이 늘어나는 조치이므로 엇박자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색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금리인상의 폭을 점진적으로 가져가는 베이비 스텝을 밟아야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시장 불안 원인이 고금리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저금리 시대 때 썼던 규제를 고금리 시대에 맞게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돈 쏟아붓기는 미봉책?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50조 원이 넘는 유동성을 투입하고, 각종 규제를 푸는 등 막힌 자금시장 ‘뚫기’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채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지만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고, 투자 ‘큰 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어 시장에 온기가 돌지 주목된다.

 

정부는 10월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50조 원+α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한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등으로 구성됐다.

 

채안펀드는 가동 발표 이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10월24일 CP 등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으며, 시장소화가 어려운 회사채·여전채 등의 매입도 재개했다.

 

또 당국은 3조 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털 콜(자금 납입 요청)에도 나섰다. 20조 원 규모의 채권 매입으로 자금경색을 풀어내는 데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로 조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캐피탈 콜로 인한 금융기관의 출자부담을 완화하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분할 출자토록 할 예정이다.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월26일부턴 한국증권금융이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과 증권담보대출을 통해 3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개시했고, 산업은행이 2조 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키로 하는 등 증권사들에만 총 5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국은행도 RP 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하고 증권금융 등에 대해 6조 원 규모의 RP매입을 실시하는 등 단기금융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당국은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토지주택공사 등 1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들에 중장기적 관점에 기반한 투자결정과 함께 과도한 채권 매도, 매수축소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 매각과 펀드 환매가 필요한 경우 시장 상황을 감안해 시기를 분산해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일환인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물량에 대한 적극적인 매입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P-CBO보증은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회사채이긴 하지만 신보의 보증으로 안전성이 최고 수준으로 오르기 때문에 미매각 위험이 거의 없고, 조달비용 부담도 완화돼 지금과 같은 금리상승기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확보 수단으로 각광받아왔다.

 

당국은 이번에 발행 규모를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늘렸고, 매입 대상도 신용보강이 필요한 중소·중견 기업 회사채와 건설사·여전사로 확대했다. 정부도 기재부 등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채권발행 분산을 추진 중이며, 산은·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채권발행도 최소화키로 했다.

 

은행권에도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단기시장 유동성 공급, 채권매입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금융투자 업권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사 보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공동매입하는 등 시장안정 기여 방안에 합의했고, 보험업권은 채안펀드의 캐피탈 콜 등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여전 업권에서도 자체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한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을 줄이고,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 등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조치도 풀어주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기업부문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비율을 은행 100%→105%, 저축은행 100%→110%로 6개월 이상 완화했다. 이와 함께 은행 예대율 산출 시 한국은행 차입금을 재원으로 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제외, 은행의 예대율 버퍼를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에 최대 60조 원 규모의 대출 여력이 생겨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에게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은행 통합 LCR 규제비율 정상화 조치도 6개월 유예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85%로 완화했던 LCR 비율을 정상화하기 위해 은행들은 LCR을 오는 12월까지 92.5%로 높여야 하는데, 이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한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LCR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대거 늘리면서 회사채 시장 불안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LCR 정상화 조치가 연기에 따라, 은행채 발행 수요가 줄어 채권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당국은 보험회사 유동성비율 규제 시 유동성자산의 인정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당국은 필요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완화 등 추가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쏟아내는 완화 정책들이 시장에 잠시 안도감을 줄 순 있겠지만, 회사채 등 단기자금 시장까지 온기가 돌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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