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집어 삼키는 ‘친박 패권주의’

착착 진행되는 당권장악…“朴 생각대로 되는 나라”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6/06/08 [11:30]

새누리당 집어 삼키는 ‘친박 패권주의’

착착 진행되는 당권장악…“朴 생각대로 되는 나라”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6/06/08 [11:30]

친박의 당권장악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진석-김용태 혁신비대위를 무산시키며 세를 보여줬던 친박계는 이후 이혜훈-김세연 등 유승민계를 배제한 ‘김희옥 체제’로 출범시키며 자신들이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 만들기에 성공했다. 또한 최근 국회의장직을 고집하다가 또다시 철회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배후에 친박이 있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는 등 기세등등하다. 이에 비박계는 ‘최후의 보루’인 당 대표 자리를 사수하려 하고 있지만, 최경환 등을 내세운 친박계의 세가 만만찮아 ‘친박 당 장악 플랜’은 거침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김범준 기자>

 


 

친박 입김에 비박 쇄신파들 빠진 ‘김희옥 비대위’

탈당 7인 재입당 필사적 저지…유승민 견제 목적

정진석 갑작스런 태세전환…말 바꿨던 ‘국회의장’

최종목표는 ‘당권장악’…친박 후보 단일화가 관건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총선 참패 이후 고개를 바짝 숙이고 있었던 친박계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인원 구성에 노골적으로 관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참패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친박계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리 보전’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 주간현대

 

친박 입김 비대위

 

새누리당은 지난 6월2일 4·13 총선 패배 뒤 50일 만에야 혁신비대위를 출범시키며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는 지난 5월17일 친박계가 주도적으로 나서 정진석-김용태 비대위 체제에 대해 몽니를 부리며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지 보름 만에 일이다.

 

결국 친박계가 반대한 유승민계(이혜훈, 김세연) 의원들은 끝내 비대위원에서 제외됐다. 비대위 구실도 당 혁신보다는 전당대회 관리와 계파갈등 봉합에 치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당이 친박계 뜻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2일 국회에서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를 열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체제를 박수로 추인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당명을 빼고는 모두 바꿔야 하는 절박한 시기다. 당이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10명의 비대위원에는 당내(5명)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성동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친박계인 이학재 의원과 비박계 김영우 의원이 포함됐다. 외부 인사 5명은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전 국회 사무차장,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다.

 

이날 꾸려진 비대위를 두고 당내에서는 친박의 뜻이 관철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총선 패배 뒤 50일이나 지나면서 친박의 총선 패배 책임론이 희석된데다 비대위 인적 구성도 친박의 의중이 반영됐다. 친박계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에 반발해 전국위에 조직적으로 불참함으로써 비대위 출범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한 서울 지역 당직자는 “친박이 목적을 달성하는 사이 당 혁신은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추인된 비대위원에는 애초 지난 5월 초 정진석 원내대표가 마련했던 명단 가운데 친박계가 “반드시 교체하라”고 주장해온 이혜훈·김세연 의원이 모두 빠졌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강하게 거부하면서 복당에 반대하는 유승민 무소속 의원과 가깝고, 실제로 친박에 비판적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장우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총선 패배에 어떤 원인을 제공했는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뒤 새 지도부가 복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총선 직후 금방 이뤄질 것 같았던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배경에 친박계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지난 6월7일 유승민 의원 등 지난 총선 당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 7명의 복당 문제를 국회 ‘원 구성 이후’에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지상욱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 구성 마무리 전에 복당은 없다’고 발표했었다”면서 “그 말씀에 기인해서 혁신비대위에서 원 구성 마무리 뒤에 복당 문제를 논의,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5월3일 회의 때만 해도 혁신비대위는 이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논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원 구성 협상 이후로 복당 논의가 미뤄진 것이다.

 

친박계는 비대위가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을 복당시킬 경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또 ‘잘못된 공천’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혁신비대위에서 지엽적인 문제인 복당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시적인 기구인 비대위에서 복당 논의를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더 키우는 일”이라고 했다.

 

또다른 친박계 인사인 홍문종 의원도 “복당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차기 지도부가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인 오정근 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당 대상의 정체성 문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당헌에 비춰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도저히 당헌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 있다면 복당 불가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정치인도 “유승민 의원의 복당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기 지도부에서 의원들 총의를 모아서 고민할 문제로, 길게는 내년까지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차지한 뒤 당내 비박계의 구심이 될 수 있는 유승민 의원 복당을 끝까지 차단하려는 속셈”이라고 해석했다.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는 비대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청와대 및 친박계의 반대를 뚫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의장 헤프닝

 

이와 더불어 새누리당이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했다가 비판 받았던 국회의장에 대한 입장도 친박계의 의중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6월8일 “국회의장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 전까지 입장이 왔다갔다 하는 등 일관성 없는 행보로 비판받아 배후에 ‘친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5월3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총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더민주 123석이다. 그는 새누리당 탈당 당선자 7인의 조기 복당 불가 원칙을 확인하면서 ‘더민주=국회의장’이란 가정하에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 6월1일부터 “원내 1당이 아닌 집권 여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관례”라며 갑작스런 입장 변화를 보였다. 대표적으로는 정 원내대표는 지난 6월7일 오전 20대 국회 개원 법정 시한인 이날 야당을 향해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정 원내대표는 “엉뚱하게 청와대 배후설을 주장하는 것은 협상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도 아니고 협상 타결에 장애만 조성할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회의장 사수’로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가 배후에 있지 않고선 이럴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어디서 전화를 받았을 것”(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이라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새누리당의 어떤 책임 있는 당직자도 국회의장을 더민주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원내 제 1당인 더민주가 의장을 가져가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정 원내대표가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해 협상 자체가 꼬여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친박 큰형님 ‘서청원 국회의장’ 카드를 밀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헌정사에도 드문 8선 서청원 의원이 우리 당에 계시다”라며 “이런 분의 경륜과 식견은 국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라고 노골적으로 서청원 의원을 띄우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하자 그간 사실상 국회의장직을 포기하고 있었던 서청원 의원 측도 의장직에 큰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 원내대표의 일관성 없는 발언과 태도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뒤에 청와대와 친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낸 상황이다.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원내 지도부가 강하게 나서는 배경에 청와대와 친박계가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한 비박계 당직자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상시 청문회법 기습 상정을 감행했던 지난 5월19일을 계기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박근혜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원 구성 협상 헤프닝으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허수아비 원내대표’ 의혹만 짙어져 버렸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친박계 국회의장 만들기’를 위해 입장을 바꿨던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 원내대표의 계파청산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대해 한 비박계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158석에 국회의장까지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했다”며 “괜히 친박계가 원한다는 이유로 국회의장직을 가지고 몽니를 부렸다가 원 구성 연기에 대한 주범이 새누리당만 되어버렸다”고 친박의 행태를 비판했다.

    

당권 향한 열망

 

친박계의 움직임은 8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층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당 대표는 차기 대선의 당내 경선을 관리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되기 때문에 친박 비박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 특히 친박이 원내 다수계파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당대회에서는 비박계 대의원 등 모든 당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친박’이 우세하다고 절대 볼 수 없는 구도다. 이에 따라 이번 전대에서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친박계와 비박계 간 전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단 친박계의 독주를 막으려는 비박계 당권주자는 당 쇄신파인 5선 중진 정병국 의원이다. 정병국 의원은 지난 6월7일 전북 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차기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는 기류다. 이날 전북 방문은 ‘미래를 위한 준비, 사회 통합과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원광대 강연을 위한 것이지만, 전북 지역 새누리당 인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지역 발전 현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호남 당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경선 자금이나 조직 동원력 면에서 친박계에 열세인 건 분명하지만, 전당대회도 하나의 선거”라며 “지금 새누리당에 필요한 건 혁신과 쇄신이지 친박계의 패권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박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실세 최경환 의원이 꼽히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아직까지는 명확한 출마의사를 피력하지는 않았지만 정권재창출 역할론을 내세워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최경환 의원은 지난 6월5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열린 당협 행사에 참석해 “8월 초순쯤 전당대회가 예상되는데, 저 자신이 어떻게 하는 것이 당의 단합과 차기 정권 재창출에 제일 소중하게 쓰여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하며 당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첫째도 단합이고 둘째도 단합”이라며 “선거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냉철하게 분석은 해야 하지만, 서로의 잘못을 따지기만 하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새누리당에 정권을 맡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박계가 자신에게 20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우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또다른 친박계 유력 인사인 이정현 의원은 총선 후 전국을 누비는 ‘배낭토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수렴하기 위해 강원, 충청, 수도권 등을 순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현충일 연휴 기간에도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남 거제를 방문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6월6일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전당대회에서 그와 관련한 입장과 소신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당의 불모지와도 같은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을 발판으로 새누리당 최초 호남 당대표를 노리고 있다.

 

‘신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지난 6월8일 미래먹거리 산업 연구 목적의 ‘알파포럼’의 모임을 출범시키며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변수로 고심이 깊어졌다. 당원들이 1인 2표를 행사하는 지금의 방식에서는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옅은 이 의원이 득표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전대 룰이 바뀔 경우 친박·비박계간 1대1 맞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하지만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당권 도전 가능성을 키우면서 이정현 의원을 비롯한 예비 당권 주자간 교통정리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전대 출마가 유력했던 홍문종 의원은 당 중앙위원회 의장직 도전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중앙위 의장은 대선 후보 경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추천권을 다수 쥔 자리”라며 “대선 경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여권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 하면 친박·범박·비박계 3자 구도 속에서도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 의원이 범계파의 지지를 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친박계 관계자는 “최경환 의원이 ‘아직 전당대회에 나설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친박계의 당 장악 계획에 대해 당 내 비박계 관계자는 “총선 패배 책임론 희석과 당권 장악이라는 친박계 목적대로 당이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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