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유 있는 반발

엉망진창 산정기준...“생계비·생산성 제외한 건 납득 못 합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6/07/21 [17:10]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노동계가 원했던 1만원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했고, 내심 기대했던 두 자릿수(10% 이상)인상에도 전혀 미치지 못한 기대에 못 미치는 액수다. 이같은 인상에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현행 제도로는 노동계가 생각하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이 계속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소한 생계비는 유지하도록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노동계 기대 져버린 낮은 인상율…최저기록 갱신?

반발하는 노동계…노동자의 어려운 현실 반영해야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노동자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원은 물론, 야당이 올해 초부터 약속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은커녕 올해 인상률(8.1%)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인 것이다.

    

▲ 지난 7월16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되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 주간현대

 

노동계 기대 져버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16일 새벽 4시쯤 제14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16명 중 14명 찬성, 1명 기권 1명 반대로 2017년 최저임금 시급을 7.3%(440원) 오른 6470원으로 결정했다.

 

시급과 함께 병기되는 월급 기준으로는 135만 2230원이다. 이는 2016년 미혼단신가구생계비 167만3803원의 80%를 조끔 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임금이 오를 노동자가 3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임금노동자 5명 중 1명(17.4%)꼴이다.

 

이같은 인상에 대해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은 “생계비와 노동생산성이 반영된 유사근로자의 임금인상률(3.7%)을 기본으로 정하고, 소득분배 개선분(2.4%)과 협상 배려분(1.2%)를 추가해 2017년 최저임금을 7.3%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7.3%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2014년 7.2%, 2015년 7.1%보다 높지만, 2016년 8.1%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노동계가 애초 요구한 시급 1만원 이상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라는 기대도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협상은 노사 양쪽이 최초 요구안에 이어 수정안을 내놓으면, 공익위원이 양쪽을 절충해 ‘심의 촉진 구간’(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의 상하한선을 제시하는 것)을 제시하고 표결하는 방식(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던 예년과 다르게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1만원’과 ‘동결’로 서로 버텼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등 3자(각 9명씩 27명)로 구성돼 있다.

 

이에 지난 7월12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노사 양쪽의 요청을 받아 심의 촉진 구간으로 6253원~6838원(3.7%~13.4%)을 먼저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15일 오후 5시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쪽이 회의 운영방식을 합의하지 못하자 “노사 양쪽에 표결에 붙일 수 있는 최종안을 제시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제시하는 쪽의 안으로만 표결하겠다”고 직권으로 통보했다.

 

이에 같은날 밤 11시 40분쯤 노동자 위원은 박 위원장의 독단적인 회의운영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 위원이 애초 요구한 시급 1만원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데, 그 중간값(6545원, 인상률 8.6%)에도 못미치는 안으로 의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제14차 전원회의가 몇시간 뒤인 지난 7월16일 새벽 4시쯤 열렸고, 사용자 위원이 제시한 6470원 안을 두고 표결이 시작됐다. 재적위원 27명 중 사용자위원 7명, 공익위원 9명이 참석해 찬성 14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소상공인 대표 2명은 “인상률이 높다”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이번 최임위의 심의기간은 108일로 최근 10년 이내 가장 길었고, 전원회의도 14차례 열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임위는 “1987년 위원회 설치 이후 공익위원 안 제시 전까지 노사가 단 한 차례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 정도로 의견이 팽팽했던 최임위 였던 것이다.

    

최저 인상률 갱신?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되면서 참여정부 시기인 2007년 12.3%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노동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만원으로의 즉각 인상을 제시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 흐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악재는 두 자릿수 인상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인상률을 포함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4%다. 이는 5.2%를 기록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높은 것이지만 김대중 정부 9.0%, 노무현 정부 10.6%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악재 속에서도 5년간 최저임금을 총 45.1% 올렸다. 외환위기 여파로 초기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7%, 4.9%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16.6%, 12.6% 등 가파른 인상률을 잇달아 기록하며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최저임금 결정 시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하겠다”며 인상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추세대로라면 ‘인상률 역대 최저 2위’ 기록(김영삼 정부 8.1%)을 갈아치우는 불명예를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미국 민주당이 지난 7월1일 발표한 정강정책 초안에 연방 최저임금을 현행 7.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시키는 등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월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IMF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의 적극적인 인상을 각국에 권유하는 상황이다.

    

반발하는 노동계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지난 7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는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의 담합으로 내팽개쳐졌다”며 반발했다. 또한 최임위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의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녔다”며 “야당 국회의원, 시민사회와 함께 제도 개선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이번 최저임금 산정에서 공익위원들은 생계비·생산성 등을 제외한 채 정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산정 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이 계속 산정될 것”이라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걸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과”라고 최임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한편, 최임위에서 의결된 2017년 최저임금은 20일간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5일 확정·고시한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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