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변수 속출하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전

송영길 컷오프 이후 대혼전…이정현도 변수…‘뚜껑 열어봐야 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6/08/11 [14:31]

더불어민주당이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다. 기존 양강으로 유력했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되고, 추미애 의원의 아성도 흔들리면서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개혁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비주류의 대표격으로 나선 이종걸 의원이 지지자를 집결시키고 있어 전당대회 당일까지 피말리는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 당 대표로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민주 경선에 큰 변수로 떠오른 형국이다.  <김범준 기자>

 


 

 

송영길 탈락으로 혼란에 빠져든 더민주 전당대회

급격히 꺾인 추미애 대세론…김상곤·이종걸 약진

한층 치열한 표심잡기…강점 드러내고 약점 가려

與 ‘호남대표’ 이정현 변수…향후 대응 전략 고심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가 지난 8월5일 송영길 의원의 충격의 컷오프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송영길 의원의 컷오프 이후 ‘추미애·이종걸·김상곤’ 3파전으로 압축된 이번 경선은 시작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특히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이종걸 의원의 경우 당초 4명의 후보 중 컷오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살아남은 것이다.

    

▲ 지난 8월9일 추미애,이종걸,김상곤 당 대표 후보가 제주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주 대의원 대회에 참석해 연설전 인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의외의 탈락

 

이에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류 독식에 대한 반발 ▲흥행 요인의 부재 등을 고려해 더민주 주류 세력으로 꼽히는 친노·친문계 선거인단의 ‘전략적 선택’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상곤 전 위원장의 경우 당 안팎의 세 가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현역 의원인 송영길 의원이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그룹을 기반으로 탄탄한 세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원외 인사인 김상곤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 당시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역임한 전력 외에는 이렇다 할 세력이 구축되지 않아 탈락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아울러 ‘친노 및 친문’이 아닌 ‘비주류 대표’를 선언한 이종걸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동료 의원들의 만류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 친문 일색인 후보들 사이에서 컷오프 통과조차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의원 본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들러리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고, 당이 폐쇄적이어서 당장은 열리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고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후보들의 친문 표심 잡기가 과열, 주류 독식에 대한 내부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종걸 의원 등 비주류의 활로가 조끔은 열렸다는 분석이다. 전대 이후 사실상 당이 대선 모드로 전환되는 만큼,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의 주역할은 대선 경선 관리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대까지 친문 인사로 구성될 경우, 흥행 실패는 물론 내부 반발이 일면서 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두 인물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300여명에 불과한 선거인단에 대한 역할분담 전략이 충분히 가능하단 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아울러 송영길 의원의 전략 오류도 김상곤·이종걸 후보의 컷오프 통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 의원은 86그룹이자 당내 중도파 의원모임인 통합행동 소속으로 친문계와 완전히 거리를 두지는 않아왔다. 즉 비주류 대표성도 확보하지 못한 동시에 ‘문심 마케팅’에선 추미애 의원에게 뒤처져 확고한 지지층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 표가 김상곤 전 위원장에게 몰리면서, 소수 비주류 표만 보유하던 이종걸 의원에게까지 뒤쳐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혼전 분위기

 

이같은 구도 때문에 당초 예상과 달리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김상곤 전 위원장이 실제 전대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컷오프의 최대 수혜자는 김상곤 전 위원장인데, 깜짝 합격의 효과를 본선에서도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정체제’ 구축이 목적인 주류계서로도 추미애·김상곤 후보가 모두 컷오프를 통과한 상황에서 ‘탄핵 전력’을 가진 추미애 의원보다는 김상곤 전 위원장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당초 추미애 의원과 함께 양강 구도를 이룰 것으로 점쳐졌던 송영길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역설적으로 그간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던 추미애 의원이 흔들린다는 전망도 부상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의 경우 컷오프 통과를 통해 다시한번 당 주류의 지지를 확인했지만 경선 구도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당 주류가 본선에서 송영길 의원을 견제하려고 전략적인 배제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송영길 의원이 탈락했지만 이종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결집, 또 김상곤 전 위원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경선 직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결의를 다졌다. 추미애 의원은 “막상 한 분이 떨어지고 나니, 같이 뛰어주면 좋겠는데 왜 떨어뜨렸나 그런 생각도 든다”라며 “대표가 되면 어느 계파에서도 불만 없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떨어진 후보도 승복하고, 이긴 후보는 떨어진 후보와 함께 할 수 있는 경선 관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표심 잡기 대결

 

이처럼 당 대표 후보 3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전국순회 합동연설회에서는 본선의 투표권자가 될 대의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추미애·이종걸·김상곤 후보의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전대 투표권자 다수가 친노계라는 점을 의식한 듯, 주류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위원장,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 사이에서는 자신의 강점은 드러내는 대신 약점을 가리는 갖가지 방법도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곳은 합동연설회 첫날인 지난 8월9일 제주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주 대의원 대회자리다. 추미애 의원은 행사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재킷을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종걸 의원은 각 후보들이 착용하는 선거용 어깨띠를 두르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김상곤 전 위원장은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했다. 자신이 평당원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메시지에서도 주류-비주류 후보사이에 차이가 났다. 추미애 의원은 “당원과 국민이 지지하는 1등 후보를 흠집내고, 상처내는 것은 공정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다”며 주류 측의 ‘문심’을 자극한 반면, 이종걸 의원은 “힐러리에게 샌더스를 붙이지 않고 무난하게 경선을 치렀다면 지금 어떻겠나”라며 문재인 전 대표 이외에 인물이 경선 경쟁구도에서 필요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곤 전 위원장의 경우에는 나머지 후보들을 싸그리 비판하면서 자신의 확장성을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승리를 만들어야 할 이 때에 계파에 기대는 것은 우리 대선후보의 확장성을 감옥에 가두는 꼴”이라며 “그것은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두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후 창원에서 개최된 경남 대의원 대회에서도 세 후보의 팽팽한 기싸움은 계속됐다. 특히 경남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단단한 지역으로, 친노·친문 세력을 비토해온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에 대한 대의원들의 호응이 주류인 두 후보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추미애 의원은 이곳에서 당색을 의미하는 파란색 재킷 차림을 한 채 “전당대회가 끝나면 승자가 주류되고, 패자가 비주류되는 분열의 정치를 끝장내고 모두 주류가 되는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호소했다.

 

이종걸 의원은 부마항쟁을 언급하면서 친노계 표심을 자극하는 한편, “생각이 다르다고 패권을 가진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뺄셈정치는 안된다”고 “친노패권주의'와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상곤 전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 자신의 어깨띠를 떼어내고 재킷에 달아둔 세월호 배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세월호 노란배지는 바로 우리 민생을 살리고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평당원이 당대표가 되는 정당, 혁신으로 모든 것을 바꾸는 정당, 정권교체를 위해 확장하는 정당을 국민에게 함께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또한 당대표 후보들은 슬로건과 현수막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추미애 의원은 ‘필승대표 추미애, 대선승리! 정권교체!’로 슬로건을 정했고, 김상곤 전 위원장은 ‘당중심! 대선승리! 더민주에서 더 큰 민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맨 앞에 걸었다.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은 처음 내건 현수막에서 자신의 사진을 빼는 대신 파란색 배경에 커다랗게 ‘이종걸이 맞다’라고만 적어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다.

    

변수는 이정현?

 

또한 지난 8월9일 새누리당 당 대표로 호남출신의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시)이 선출되면서 더민주의 당권경쟁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뒷받침하는 일인 만큼, 당 안팎에서는 누가 이 신임대표의 맞수가 돼야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것이다.

 

후보들 역시 자신이야말로 이 신임대표의 대항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여당 전대 결과가 더민주의 당권 레이스 구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계산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민주로서 호남민심 회복이 더 절실한 과제로 부상한 만큼 ‘호남대표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김상곤·이종걸·추미애 가운데 호남을 고향으로 둔 김상곤 전 위원장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비경선 통과로 탄력을 받은 김 전 위원장이 ‘호남대표론’까지 등에 업을 경우 본선에서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당원들로부터 ‘호남 대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송영길 의원의 경우 호남대표로 부상하면서 꽤 많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상곤 전 위원장의 경우 이보다는 호남대표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송 의원를 지지하던 호남의 표가 모두 김 전 위원장으로 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총선 때 국민의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주는 등의 호남 내 정서를 감안할 때 오히려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이 호남표를 흡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당내에서 호남 출신인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대표의 선출을 ‘지역주의 균열’이라는 취지로 받아들이는 당원들이 많을 경우, 오히려 이종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표론’이나 대구 출신인 추미애 의원을 첫 TK 출신 대표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정현 신임대표가 호남출신인 동시에 친박계 핵심이라는 점도 더민주 당권경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우리 당까지 계파주의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전략을 쓸 수 있다”며 “친박 대 친문 구도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비주류 대표를 선출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새누리당 전대가 더민주내 친문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친박당’의 모양새가 된 만큼 더민주내에서도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면서 이정현 대표의 맞수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같은 호남출신인 김상곤 전 위원장 측은 “당으로서는 호남 민심 회복이 더 중요해졌고, 청와대·새누리이 한몸처럼 움직일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졌다”며 “국민을 먼저 바라보는 여당이 돼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변화를 택했으니, 우리도 변화와 반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겠다”고 했다. 추미애 의원 측은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 중립내각 구성 등을 촉구하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여당 지도부가 친박세력으로 채워진 만큼 더욱 이같은 요구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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