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세월호 7시간 답변서 집중탐구

세월호 7시간 답변서, 드러난 사실 짜깁기 종합판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1/12 [10:35]

[표지이야기] 세월호 7시간 답변서 집중탐구

세월호 7시간 답변서, 드러난 사실 짜깁기 종합판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01/12 [10:35]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포함시킨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에게 관련 의혹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 측은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헌재로부터 질타만을 받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서만 나열 했을 뿐 명확한 해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답변서를 살펴보면 내용은 청와대 홈페이지를 글로 풀어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의 요구에 따라 박 대통령은 추가 사실을 나열해야 하지만 과연 의혹이 해소될 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시간 끌기 돌입 전략의 거울, 朴 세월호 7시간 답변서

朴 “참사 당일 관저 출입은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 뿐”


추미애 “이미 드러난 사실 나열, 확인 못할 증거만 제시”

답변서 지적하는 4野 체제, 여전히 대통령 호위하는 與

▲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헌법재판소로 부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주간현대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세 번째 변론기일에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당일의 행적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를 통해 행적에 대해 분 단위로 밝히며 사고 조치에 미흡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탄핵소추안에도 담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 측이 비협조적 태도로 나서면서 ‘시간 끌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朴의 7시간 재구성


논란이 일고 있는 세월호 7시간 답변서에 박 대통령은 전제 사실을 깔았다. 우선 청와대는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거주 및 집무공간인 만큼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중요 국가 안보시설인 만큼 내부 구조, 대통령의 위치 및 동선은 국가기밀에 해당하며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한 근거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9조를 들었다. 다만 세월호 7시간에 관련한 각종 소문이 생기고 결국 국회 국정조사,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로까지 이어졌기에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부득이하게 공개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전제 사실 이후 박 대통령 측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의 기억을 답변서에 담았다. 답변서에 따르면 참사 당일은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었다. 이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저 집무실도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공식적인 집무실이라는 것이 그 해명이다.


이날 아침 대통령은 아침 식사를 한 후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 집무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빈번하게 이용해 온 사무공간으로 책상과 컴퓨터, 서류철로 가득하며, 대통령이 그곳에서 전자결재를 하거나 주로 보고서를 읽고 행정부처, 비서실 등과 전화를 하며 각종 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하는 곳”이라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역시 공식 일정이 없을 때의 평소와 다름없이 집무실에서 그간 밀렸던 각종 보고서를 검토했고 이메일, 팩스, 인편으로 전달된 보고를 받거나 전화로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측근에서 보좌하는 안봉근, 정호성 등 비서진은 별도의 사무공간이 있고 그곳에 텔레비전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 보도되면 직접 혹은 전화나 쪽지 메모로 피청구인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도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직접 관저 집무실로 대통령을 찾아 대면보고 했음을 명시하며 점심식사 후 즈음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상황을 대면보고 사실이 있다고 적었다.


세월호 침수는 오전 8시 58분 께 발생했지만 대통령은 오전 10시 경 국가안보실로부터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 당시의 서면보고 내용은 사고 원인, 피해 상황 및 구조상황이었다. 구조상황에 대해서는 56명 구조 오전 9시경 해군함 5척, 해경함 4척, 항공기 5대가 현장에 이동 오전 9시35분 상선 3척, 해경함 1척, 항공기 2대가 추가로 현장에 도착해 구조 중이라는 내용을 보고 받았다.


이후 박 대통령은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가 겹쳐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국가안보실장이 오후 2시50분경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었다는 보고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면서 깨달았다.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 된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하고 경호실의 외부 경호 준비, 중대본의 보고 준비 및 중대본 주변의 돌발 상황 때문에 오후 5시 15분경 중대본에 도착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답변서에 나타나는 행적정리는 중대본을 마지막으로 두고 다만 관저 출입에 있어서 간호장교인 신보라 대위와 미용 담당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확한 행적’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의 심각성을 3시쯤 파악하고 중대본에 모습을 나타냈다.     © 청와대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답변서에 대한 해석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서에서 드러나는 행적 정리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것이 팩트입니다’와 거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헌재 역시 답변서를 통해서는 행적을 둘러싼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기억을 살려서 당일 행적에 대해 밝히라고 한 것”이라며 “답변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부족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기록에 대해서도 추가 제출을 하라고 요구했다.


행적을 밝힌 답변서는 박 대통령의 방어수단 보다는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답변서의 첫 페이지부터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답변서의 전제 사실로 청와대의 정보 공개는 불가하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각에선 “미국 백악관의 경우 대통령의 일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면서 “백악관 홈페이지에서는 대통령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요약해 공개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국가 위기상황의 경우 더욱 자세히 밝힌다는 설명이다.


이보다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 오점이 있다. 박 대통령은 분명 답변서에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찾아와 대면 보고 했으며, 점심식사 후 즈음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상황을 대면보고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답변서의 뒷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그날 관저 출입은 당일 오전 피청구인(대통령)의 구강 부분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가져온 간호장교(신보라 대위)와 외부인사로 중대본 방문 직전 들어왔던 미용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기록했다. 앞선 주장과는 모순되는 설명을 한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가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세월호 당일 관저에 온 외부인 출입자에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위 두 명 모두 내부인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미용사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기재했다는 설명인 것이다. 하지만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참사 당일 의무실 근무한 신보라 장교를 제외하고는 청와대 내부 근무자는 물론 외부인의 관저 방문이나 출입 사실은 없었다고 이해하는데 맞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이후 미용 담당자가 참사 당일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자 청와대는 “미용사는 계약직 직원으로 외부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답변서에서 명시한 이 부분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그제서야 청와대가 발표한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행적을 밝힌 것이 아니라 제시할 수 있는 부분만 밝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답변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오전 10시가 돼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의 첫 신고 시점이 오전 8시52분이고 언론의 긴급속보가 오전 9시19분인 점, 국가안보실이 인지한 시점도 9시 19분이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대통령의 인지 시점은 매우 늦다. 특히 참사의 심각성을 오후 3시가 돼서야 알았다는 답변서의 내용은 큰 질타를 받는 부분이다. 이러한 내용은 탄핵심판 내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다. 문제의 발언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이다. 이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후 3시가 돼서야 심각성을 파악했다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것이 팩트입니다’ 오보, 괴담 바로잡기를 통해 “세월호 당일, 분명 대통령은 구조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한다. 수차례 총력구조를 강조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당시 발언 자료를 꺼내들었다. “지금 5시가 넘어서 일몰 시간이 가까워오는데 어떻게든지 일몰 전에 생사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발언이다. 이를 통해 청와대는 중대본 도착 전에 대통령이 구조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청와대는 “구조상황을 보고받으며 더욱 마음이 무거워져 온 국민이 느꼈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것인데...”라며 감정적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서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권 반응


박 대통령의 답변서를 놓고 정치권은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1월 1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답변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 나머지 대부분은 확인할 수 없는 보고와 지시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의 지적은 미용 담당자와 간호장교의 출입이 언론과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그 부분에 대해서만 밝혔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이어 “헌재가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구체적인 기억인데 제출된 건 대통령의 짜깁기 알리바이였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끝도 없는 우롱과 불성실한 태도는 결국 탄핵인용을 재촉할 것”이라며 “헌재는 국정농단하고 헌정유린한 세력을 반드시 단절한다는 각오로 탄핵심판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박 대통령의 관저 집무와 관련해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라는 카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선 침대는 집무실이 됐다”고 비꼬았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같은 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자기가 집무를 봤다고 우겼다”며 “이제 앞으로 대통령 비서실장도 관저에 계시고 국무총리도 관저에서 집무를 봐라. 이 정권을 ‘재택근무정권’이라고 말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숨져가는 시점에 국민들은 9시부터 사고가 난 걸 알고 있었는데 관저에서 10시에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뭘 잘했다고 정상적인 집무를 했다고 우길 수 있느냐”며 “다시 한 번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받는 허무맹랑한 해명을 듣고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더 이상 우기지 말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눈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청와대의 세월호 당시 대통령행적을 비밀문서로 지정한 정황에 대해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고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에 의하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행적이 문제 되기 전부터 조직적으로 대비해 온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공개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이런 조치는 그동안 세월호 유족과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참사 당일 대통령의 명확한 일정 공개와 전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라면서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렇게까지 하려 했는지 의혹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고연호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1000일 만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 헌재에 제출한 "서류만 봤다"라는 소명서 역시 또 다른 박대통령의 거짓과 위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동안의 청와대가 주장한 내용을 짜깁기하고, 그마저도 앞뒤가 안 맞는 박대통령의 헌재소명은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부르는듯하여 안타까울 정도이다”라며 “박대통령은 이제라도 기만과 위선을 그만하고, 희생자들에게는 진실을 밝히고, 솔직한 참회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임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역시 장제원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명의 국민이 수장되는 참혹한 상황에서의 해명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의미없는 답변만 재탕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장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서도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와 경호 탓을 하는 것은 여전하다”며 “또다시 언론과 아랫사람 탓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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