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병들게 하는 ‘불법 전단지’

불법 대출·성매매 온상…단속은 공염불?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1/20 [09:17]

길거리 병들게 하는 ‘불법 전단지’

불법 대출·성매매 온상…단속은 공염불?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1/20 [09:17]
▲ 유흥가에서 낙엽보다 많이 보이는 불법 성인 전단지.     © 주간현대

 

유흥가 인근 주민들은 매일아침 출근길 마다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닥 천지에 깔린 불법 전단지와 환경 미화원 분들의 전쟁을 아침마다 보는 게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무원들도 이같은 전단지들을 그냥 내다버리기 때문에 자원적인 측면에도 영 좋지 않은 전단지들을 단속하는 공무원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속적으로 단속해도 도저히 줄지 않는 것이다. 이로인해 각종 사기의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불법 대출’의 피해자는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이다. <김범준 기자>

 


 

유흥가 도배되어버린 불법 전단지…성매매·불법대출 위험
단속해도 도저히 줄지 않는 불법행위…실질적 대책 필요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서울 시내 유흥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위험천만 할 정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오토바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검은 마스크와 헬멧으로 무장한 채 오토바이에 올라탄 이는 운전하면서도 쉴 새 없이 명함 크기의 종이를 무차별적으로 도로 옆 상가와 인도 등을 향해 던진다. 바로 불법 전단지다.

 

불법 광고 전단


이렇게 대량 살포된 전단은 환경미화원의 한숨을 키울 뿐만 아니라 뿌려지는 과정에서 행인 등이 다칠 위험도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명함 전단은 음식점, 성인 용품, 대리운전, 성매매 업소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전단지는 바로 대부업체 전단지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가난한 청년을 겨냥한 불법 광고이기 때문이다. 이들 계층은 낮은 신용등급 탓에 금융기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만큼 불법 대출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향후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는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밀집한 데다 대학생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교 주변에 대부업 전단지가 날마다 쌓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들 지역의 소규모 음식점과 원룸촌 앞엔 대부업 전단지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지난 1월1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숙명여대 주변 거리를 걸어보니 음식점 전단지와 각종 대부업체에서 뿌린 광고명함 수십여 장들이 발길에 차였다. 수십장의 광고 명함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그대로 방치된 모습은 이곳에서는 일상이라는 게 지역 주민의 전언이다. 아울러 소자본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나 도시락, 삼각김밥, 컵밥, 돈가스, 떡볶이 등을 파는 가게를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이 같은 대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인근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은 “가게 앞을 청소해도 다음날이면 다시 또 불법 전단들이 널리다 보니 매번 짜증이 난다”며 “여기는 대학가 주변이라 학생들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특히, 대출광고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도“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방치된 불법 전단들은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쓰레기 더미가 되고,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길 모퉁이나 길가 쓰레기통 주변에는 어김없이 불법 대출전단지가 수북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불법 대출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한 공무원 준비생은 “힘든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 싫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만원 일수대출을 했다”라며 “어느새 400만원으로 불어나서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정말 미칠 지경이다”고 하소연 했다.


불법 대출 전단을 살펴보면 노란 또는 빨간 글씨로 ‘어려운 경제고민’, ‘사장님의 급한불을 꺼드리겠습니다’, ‘천사 일수’, ‘초간편당일대출’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유혹하는 자극적 문구로 가득했다.


100만원 단위로 하루 상환금액이 구체적으로 표기된 전단도 있다. 한 대부업체는 200일 기준으로 100 원 대출 시 하루 동안 상환금액이 5300원, 200만원은 1만600원, 300만원은 1만5900원, 500만 원은 2만6500원, 1000만원은 5만3000원으로 나와 있다.


상환금이 소액이라 피부로 느껴지기엔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1000만원을 빌렸다면 200일 동안 상환하는 금액이 1060만원에 달하는 고금리를 감내해야 한다.


다른 대부업체들의 명함 광고는 ‘자영업자 100% 대출’,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등의 문구로 앞세워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기존 금융대출을 갚지 못한 이에게도 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했다.


또한 강남권에서는 성형 대출 전단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대부업체들이 전단지 광고를 통해 성형대출 등 무분별한 대출을 조장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남 등 원룸 밀집 지역에 여성전용 대출 전단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내용을 보면 ‘여성행복대출’, ‘100% 첫 거래 100만원 무이자’, ‘성형대출’ 등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같은 불법 대출 전단을 보고 이용하는 연령대를 보면,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금전이 필요한 20대가 이들 불법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이다. 이들 젊은층은 케이블 방송이나 SNS,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대출 광고에 익숙해져 고금리 대부의 위험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불법 전단지에 대한 단속을 맡는 구청은 속수무책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을 동원해 수시로 정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토바이로 전단지를 던져 단속이 힘들다. 과태료를 부과해도 연체하기 일쑤고, 경찰에 넘겨도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이 3만원뿐이라 단속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 불법 전단 중 가장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게 바로 대출 전단이다. 주로 영세 상인과 젊은 층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SBS 뉴스 갈무리>     © 주간현대

 

사실상 방치된 불법


이처럼 서울시내 유흥가 일대가 불법 성매매·대출 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를 제외한 대부분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불법 전단지는 강남·종로3가·불광·신림·잠실새내·선릉역 일대와 영등포 로터리 모텔촌·강서구청 맞은편 인근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전단지 배포자들은 오토바이로 이동하며 이를 배포하는 등 단속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순찰 공백이 생기는 늦은 시간대는 길거리에 쌓여있는 전단지를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시민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며 무분별한 전단지 배포 중단을 강조했다. 한 시민는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단지의 선정적인 사진을 볼 때마다 민망하다”며 “길거리도 지저분해 보이고 전단지 내용도 좋지 않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민생수사지원팀은 “원칙적으로 (불법 전단지는) 자치구나 시청 광고물 관련 팀에서 관리를 해야 되지만 이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일부 자치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대신 민생사법경찰단에서 배포자를 단속해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단속을 통해 배포자를 현장에서 체포하지 못할 경우 전단지를 수거해 기재된 전화번호의 개통을 정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화번호 개통 정지를 해도 또 다른 전화번호를 개통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1월3일 강남구는 지난해 불법 전단지 무단 배포자 33명을 검거, 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 588개의 개통을 정지시켰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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