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구로에는 ‘오징어 잡이 배’가 뜬다

위메이드 사태로 돌아본 노동현실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4/28 [10:01]

판교·구로에는 ‘오징어 잡이 배’가 뜬다

위메이드 사태로 돌아본 노동현실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04/28 [10:01]

IT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착취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넷마블을 비롯한 국내 게임업계들은 소비자의 트렌드에 게임 출시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에 대한 강제노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결국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적절한 보상 없이 회사의 요구에 따라 강제야근, 휴일 없는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의당은 IT업계 종사자들의 고초를 밝히며 현 노동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편집자주>


 

 

위메이드 크런치 모드 논란, ‘강제야근·휴일 없는 근무’

정의당 “구로와 판교에 오징어잡이 배는 뜨지 않아야”

 

“구로디지털단지에 오징어배가 떴다”라는 말이 있다. 구로디지털 단지에서 일하는 첨단 산업 종사자들이 자조적으로 내놓는 말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2번 퇴근하고 공짜노동을 강요받는 것이 일상이라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오징어 잡이 배에 비유시켜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국내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도 위와 같은 사연이 소개됐다. ‘국민의원’편에 출연한 방청객은 일명 ‘칼퇴근법’을 제안하며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했다. 방청객으로 출연한 A씨는 하루 22시간을 일했다고 입을 열었다. 새벽 4시30분 퇴근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한 후 옷만 갈아입고 씻은 뒤 오전 6시 다시 출근했다고 말했다.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한 그는 2달 동안 받은 임금이 7만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현상은 구로디지털단지 IT 종사자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라고 전해진다.

 

이를 놓고 당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두 번 출근 했더니 일주일이 간다’, ‘월화수목금금금’, ‘오징어잡이배’를 이야기 하며 대한민국의 일명 과로 사회를 대변했다. 하지만 A씨의 증언처럼 대부분이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위메이드 사태

 

최근 국내 게임사인 위메이드아이오의 ‘크런치 모드’ 도입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논란의 골자는 직원들에게 평일 야근과 주말 특근을 강요하고 식사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지난 4월20일 위메이드아이오가 약 8개월 간의 강제야근, 휴일 없는 근무, 게임 출시 지연 시 수당 반납 을을 도입하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알려지면서 질타를 받기 시작한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하루 만에 크런치 모드를 철회하고 ‘완전 자율제 도입’을 발표했다. ‘완전 자율제 도입’마저 허울 뿐이라는 내부 고발이 이어지면서 장 대표는 재차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난 몇 주간 검토해온 제도를 발표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게 돼 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명백하게 시정하는 결정을 지난주 금요일에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외부 신문 기사를 접하고 있어서 개발팀 멤버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회사의 공식 입장은 오로지 저를 통해서 확인하시고, 제가 아닌 다른 어느 누구의 말이 회사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동기부여를 위해서 도입됐던 휴일근무수당, 인센티브는 약속한 그대로 지킬 것이다.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서 여러분들이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강제로 크런치 모드를 하는 일, 휴일 근무 수당을 반납하는 일, 정해진 저녁 시간을 제한하는 일은 앞으로 단 한번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개발팀 인력 채용은 TO 제한을 두지 않고 채용하는 정책이었고, 이에 따라 올해만 30명을 충원했다. 이 정책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제 불찰과 실수로 많은 개발팀 여러분들이 상처를 받은 점을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 이런 일이 재발 하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린다.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과 팀워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다시 한 번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라고 말했다.

 

▲정의당과 이정미 의원은 IT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실 제공

 

법적책임 묻는 정의당

 

위메이드 사태를 놓고 정의당 노동선본은 “블랙기업 위메이드, 특별근로감독 실시하고 법적챔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위메이드의 ‘크런치 모드’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게임개발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단 거르고 보는 회사이자 상시적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메이드 측 해명에도 정의당은 “위메이드 공지 주요 내용은 장시간 노동 강요와 임금 반납”이라면서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연장근로 상한선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이 연내 출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당을 반납한다는 내용도 있다. 임금을 줬다 뺏는 경우는 없다. 이 또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정의당은 “모바일 게임은 PC온라인게임과 달리 1~2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주기로 개발이 진행된다”면서 “게임개발업체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소비자 트렌드를 쫓아 게임개발자들을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착취로 몰아넣는 크런치모드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IT업계 종사자들의 현 주소를 지적한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이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넷마블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진행, 곧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을 대표로 한 IT업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위메이드 사태는 IT노동현장의 역주행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이러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있으며, 급기야 돌연사까지 발생했다. 이에 정의당은 “특히 한국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인 넷마블에서 일어난 3인의 사망 그리고 두분의 돌연사는 너무나 충격적이다”라며 “게임 산업 전반에서 근로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위메이드도 넷마블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 산업 성장에 걸 맞는 노동의 기준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 사람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방식의 제작환경과 노동환경을 이제 넘어서야 한다”며 “그래야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의당은 “게임 산업 노동현실을 바꾸어 갈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블랙기업 위메이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함께 드러난 위법사항에 대해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더 이상 구로와 판교에 오징어잡이 배는 뜨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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