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군 장병 월급

군 장병 20만원 짜리 인생인가?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4/28 [10:05]

‘갑론을박’ 군 장병 월급

군 장병 20만원 짜리 인생인가?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04/28 [10:05]

군에 대한 처우 개선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 정부의 태도 또한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군 장병들의 적정 임금을 놓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보수 언론은 한 세미나 자료를 바탕으로 25만원 선을 이야기 했다. 이에 군 장병 처우개선에 앞장 서고 있는 정의당은 크게 반발하고 부족분에 대해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군 장병 월급에 대한 갑론을박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보수언론 25만원 대 적정 vs 정의당 “군 현실 몰라”

김종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상을 외면하면 안 돼”

 

▲군 장병 처우개선을 놓고 그 적정 수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pixabay.com

 

최근 군 장병들의 월급 수준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수준의 월급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군 장병의 월급이 부족하며 오히려 부모의 손을 빌린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군 장병들의 월급이 적정하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주최한 ‘미래안보포럼’ 세미나에서 국방 전문 연구위원인 문채봉 박사는 ‘병(兵) 봉급인상의 적정 수준과 한계’에 대한 최신자료를 공개했다.

 

우선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군 장병들의 월평균 지출금액은 약 20만원으로 간식, 군것질 5만1801원, 저축 및 부모님께 송금 4만2539원, 담배 3만3576원, 일용품 구입 1만4927원, 통신비 1만4197원 순이었다. 이와 더불어 실제로 세탁비 등이 월4127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병장 기준 지난해 월급은 19만7000원으로 올해는 9.6% 인상한 21만6000원이다. 

 

따라서 병장 기준 월급으로도 월평균 지출금액이 빠듯 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군 장병들의 부족한 돈이 부모 혹은 친지로부터 충당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료에 따르면 계급이 올라갈수록, 입대 전 저축한 돈으로 충당하는 금액의 비율보다, 부모, 친지로부터 송금 받는 비율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자료를 보도한 <조선일보>는 계급에 상관없이, 병사의 경우 병영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월 25만9000원으로 조사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계산은 월 평균 지출액 15만8000원과 외부로부터 받는 금액, 외출, 외박, 휴가시 소요금액의 76%를 합한 결과라는 것.

 

 

반론 제기한 정의당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조선일보의 ‘병 봉급 월 25만9000원이면 충분하다’는 보도에 반론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세미나에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병사들은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병영 생활을 하는 것으로 착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우선 <조선일보>는 보도를 통해 정의당이 제시하고 있는 봉급 부족분 월 13만원은 부풀려졌으며, 군 생활기간 271만원을 집에서 송금 받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과장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참으로 청년들에게 공분을 불러 일으킬만한 관변학자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보수언론의 안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 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열악한 주거환경과 급식, 낮은 품질의 개인 장구 보급을 감수하는 현재의 한국군 병사는 20만원 인생이다. 마치 뭘 더 바라냐는 식의 이런 연구결과와 기사는 전제부터가 잘못 되어있다”고 말했다.

 

즉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세미나에서 발표된 조사는 병사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3대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 즉 사기, 복지, 오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생활필수품 소요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생명유지 비용만으로 봉급이라고 인식하는 고루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권리보장의 사회적 기준은 최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2016년 기준 병장의 시급은 943원으로 최저임금 6,030원의 15%다. 이는 베트남(27%), 이집트(100%), 태국(100%), 대만(33%), 이스라엘(34%)보다 훨씬 낮다고 예를 들었다.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는 터키(15%)가 유일하다는 것.

 

2016년 기준 병장의 하루 일당 6566원(30일치 환산 시)은 교도소 외부 기업체에서 통근 작업을 하는 ‘개방지역작업자’ 수형자 일당 1만 5000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기도 하다. 이에 김 의원은 “수형자보다 못한 생활과 군사훈련 외에도 일과 후 갖은 잡일에 시달리는 병영에서 어떤 자율과 창의, 전문성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개·돼지가 아니다”

 

김 의원은 2012년 국방부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 결과 병사들은 한 달 평균 9~12만원을 집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후로도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2015년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현역 병사들을 상대로 무작위 표본 조사를 한 결과 흡연하는 일병의 경우 한 달 지출비는 27만1140원으로 월급 14만원에 비해 13만 1140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21개월 동안 부족분은 275만3940원으로 그 대부분을 부모로부터 충당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비흡연자의 경우 월 6만3640원이 부족하고 군 복무 중 생활비로 133만원을 부모에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휴가나 외박을 나갔을 때 집에서 받는 돈은 뺀 금액이다.  

 

김 의원은 “이는 국방부 조사 결과와도 대략 일치하는 수준이다”라면서 “돈이 부족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억제하고 지출을 못하는 병사들의 처지를 외면한 채, 지출이 25만원 밖에 안 되니 봉급이 그다지 모자라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내 외교안보본부장인 김 의원이 국군복지단 노동조합을 통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봉급이 전년대비 15% 인상된 2016년의 경우에도 병사들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이제는 부모에게 손을 벌릴 것도 없이 아예 부모님의 체크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병영 내에서 휴대하면서 군이 지급한 나라사랑 카드와 병용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렇듯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상을 외면하면 안 된다. 오늘도 유료 세탁기, 탈수기 비용으로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면서 “심지어 휴가 때 휴지, 면도기, 샴푸 등 생활필수품을 집에서 가져가는 병사들의 처지는 통계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하는 병사들에게 ‘대학 등록금 수준의 퇴직금’을 약속했음에도 부족한 봉급의 일부를 적금 형식으로 저축하게 한 뒤 이를 다시 돌려주는 꼼수를 부린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로 이미 병사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의당은 최저임금 40% 수준인 병사 봉급 54만원(2017년 기준, 병장) 지급 공약이 병영에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는 점을 거듭 밝힌다”고 전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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