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乙과乙의 전쟁’, 상생 실마리는?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7/20 [13:18]

최저임금 ‘乙과乙의 전쟁’, 상생 실마리는?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07/20 [13:18]

2018년도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최저임금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한 정초석이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률로 인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영세사업자들에게 임금부담은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 시급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정부의 구체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을과을의 전쟁’으로 불리는 상황 속에서 상생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편집자주>


 

 

최저임금법 시행 30년, 역대 최고 인상률 16.4% 기록

서로 다른 시각, ‘최저 생계 수준’vs‘고용 악화 직결’

 

문재인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 마련할 것”

상생방안, 임대료 보호·카드 수수료인하·가맹점 대책

 

#1. A씨는 바쁜 업무로 인해 회사 인근 김밥 체인점을 자주 이용한다. 평소처럼 라면과 김밥을 주문한 A씨의 카드 영수증엔 7500원이 남는다. 김밥 3000원에 라면 4500원이 계산된 가격이다. 불과 몇 년 전 A씨는 1000원짜리 김밥과 2500짜리 라면을 먹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어느 가게를 찾아도 이 같은 현상은 흔한 상황이다. 이에 A씨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며 하소연한다.

 

#2. 김밥체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주방에서 종사하는 직원 한명과 알바생 한명을 두고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하며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최저임금 인상 뉴스를 접한 뒤 고민에 빠졌다. 내년도 최저시급 7530원까지는 가게 사정상 감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가게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B씨는 이에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가게 메뉴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 따르면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 12월31일 제정된 후 1988년 1월1일부터 시행됐으며 당시 한국경제가 비약적 성장을 이룩함에 따라 최저임금 제도의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 이후 약 30여년 만에 최저임금은 내년도 기준 7350원 까지 성장했다. 

 

이는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회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통해 2018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지은 결과이다. 특히 이번 최저인금 인상은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며 환영과 우려과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논란은 크게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의 입장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우선 노동자측 입장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OECD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하며 임금 불평등 정도도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평균 가구 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측의 입장은 노동자측 입장과 상반된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3년간 139.9조원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자료를 보면 소상공인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추가비용이 3년간 36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적 효과 면에서도 당장 내년도부터 경제성장률을 더 높여주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청와대 제공

 

최저임금 바라보는 정치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명확히 드러난 사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후보 당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며 “경제적 효과 면에서도 당장 내년도부터 경제성장률을 더 높여주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8년 만에 노동자·사용자 위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고통분담을 떠안아준 사용자위원들의 결단과 대타협의 모습을 보여준 최저임금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 1만 원 성공 여부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해소해주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저는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반드시 함께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주기 바란다”며 “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도록 연말까지 점검하고 보완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대책을 믿고 변함없이 영업과 고용유지에 힘써주시고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보답해달라”며 “국회도 지원대책과 관련된 법안 처리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정치권이 모두 같은 목표로 삼고 있는 사안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으며 국민의당은 매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되어야 하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정의당은 2019년까지의 최저임금 1만원 1인상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역시 20대 국회 안에 최저임금을 8000원~9000원 사이로 인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19대 대선에서도 정치권의 이러한 기조는 유지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바른정당은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해야 한다고 했으며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2022년 까지라는 시기를 놓고 최저임금 1만원을 놓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시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속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결국 막무가내 최저임금의 인상에 재정투입으로 미봉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후 문재인 정부가 대책 마련으로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재원 지원 마련 대책을 마련한 이후이다. 

 

전 대변인은 “정부가 시장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경영계를 압박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선심'을 쓰고 그것을 세금으로 막아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의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원할 4조원 이상의 재정지원액은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에서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것과 같다. 가파르게 올린 최저임금으로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니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최저임금 추가 지원을 위해 재정 소요에 필요한 재원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충당한다면, 그 세금을 충당하는 국민은 정부가 돌봐야 하는 국민이 아닌가”라며 “문제는 한 번 재정투입이라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이제는 불가역이다. 바꿀 수가 없다. 계속 투입해야만 하는 재정 소요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마련은 정치권 모두가 요구하는 사안이다.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풀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에 포함된 세부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2조원 수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규모를 4조원 수준으로 늘리고 정책자금 대출 금리를 현재 2.3%~2.7%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해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폭 감내 능력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구체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녹색당은 7월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 해법을 정부와 대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6일 정부는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서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는 초과인상분만큼을 정부가 지원하고 현행 5년인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10년으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연말까지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서는 건물주의 과다한 임대료 인상과 부당한 퇴거조치를 방지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그렇지만 정부는 초과인상분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줄 것인가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며 “그리고 더 어려운 숙제는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 비중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의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것은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며 “대기업은 영세자영업자 뒤에 숨지 말고 사회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지난 7월 19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 상생방안 모색     ©한동인 기자

 

상생방안 모색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정치권은 상생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상생방안 모색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것. 지난 7월 19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 상생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고 노동계 측 입장과 사용자 측 입장을 동시에 수렴함과 동시에 상생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가파른 속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소상공인, 영세업자의 입장을 대변한 임 의원은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 자영업자들이다. 명예퇴직하고 난 뒤 생계유지 수단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임 의원의 이날 주장은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이 명확한 통계자료를 활용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희 의원은 “김밥을 먹을 기회가 많은데 여의도에 김밥이 3000원 수준까지 올랐다. 약 3배가량 오른 가격이지만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결국 임대료가 3배 오른 것이 임금인상을 가로막았다”라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기 상가에서 프렌차이즈를 해도 문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점에 과도한 영업 수수료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라며 “자영업자들의 이익 보장을 최저임금에 서 찾는 것은 잘못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사회자로 나선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현재 노동 문제의 핵심은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문제는 시대적 의제이자 세계적 과제”라며 “중소영세기업과도 직결된 문제이자 낮은 층의 노동자 문제이기 때문에 바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노동계에 사용자들의 입장도 같이 고민해 상생방안을 모색해 달라 요청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계의 시각에 대해서도 대변했다. 우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증가, 고용축소로 인한 일자리 수 감소, 처저임금 미만율과 영향률 증가, 피해가 소상공인에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약 1.4%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상생방안은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다. 노동자 측에서 보면 이미 문 대통령이 2020년 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로 한 만큼 공약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당장 시급한 쪽인 중소기업 측에 대한 대책마련은 정부에서도 발표하긴 했지만 학계에선 더욱 구체화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1만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개혁 및 부가적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권 팀장이 이날 제시한 것은 상가임대료 개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가맹사업 수수료 인하 및 불공정행위 근절 등이다. 

 

우선 상가임대료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에 있어 핵심 적 비용 중 하나로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임차인 계약갱신요구 기간 연장, 임대료 인상률 상한기준 인하 등을 통해 그 해법을 찾고자 했다. 

 

가맹사업의 경우 가맹점수의 지속적 증가에 비해 높은 가맹 수수료와 각종 불공정 행위로 인해 이익은 가맹점 보다 본사로 집중되고 있다. 이에 가맹점들의 갑질 및 불공정행위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제재안들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결론은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선 구체적 로드맵과 함께 중소기업 이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정책 지원방안이 조속히 제시돼야 한다는 것은 노동자, 사용자, 정치권 모두의 바람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현 대안보다 구체적일 수 있는 법제도 개선책 등을 제시해야 한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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