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 시스템, 다음엔 항생제 파동 예정?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7/08/16 [18:25]

공장식 축산 시스템, 다음엔 항생제 파동 예정?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7/08/16 [18:25]

 

▲ A4용지의 2/3에 불과한 배터리 케이지에서 암탉들은 날개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알을 놓는다. 사진은 동물보호시민단체가 닭이 날개를 펼친 모습과 A4 용지 크기 비교하는 모습.   © 동물자유연대

 

소비자들과 식품업계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또 다른 파동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16일 김현지 동물시민단체 카라(KARA) 정책팀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공장식 축산 구조가 인과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본지 기자에게 "방생된 닭들은 모래 목욕이라던지, 그루밍(grooming·전반적인 피모의 손질)을 통해 진드기, 벌레 등을 털어낸다"며 "굳이 약품을 쓰지 않더라도 진드기 예방이 가능하지만 비생태적이고 인위적으로 해결하려다보니까 살충제 달걀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달걀 파동이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이 일부만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사육환경이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축산업에 따르면 알 낳는 닭, 산란계 암탉 1마리의 적정 사육면적은 0.05(25×20)이다. A4 용지(0.06)보다 작아서 간신히 서 있을 정도의 넓이다. 그러나 닭이 삶에 필요한 기본행동, 일례로 날개를 퍼덕이기 위해서는 최대 0.26가 필요하다. 날개 한 번 마음껏 펼쳐보지 못하는 셈이다. 

 

횃대와 모래목욕은 복에 겨운 소리다. 대부분의 산란계 닭들은 배터리 케이지속에서 생활한다. 가로 0.5m, 세로 0.5m 크기 철창에 암탉 6마리 정도 들어간다. 닭들은 겨우 머리만 철장 밖으로 내놓고 먹이를 먹을 수 있다

  

닭은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쪼고, 횟대에 올라앉고, 알을 낳기 전 둥지를 튼다. 이는 타고난 습성이다. 그러나 배터리 케이지에서 갇혀 지내는 닭들은 비생태적인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옆에 있는 동족을 공격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농장주는 닭의 부리를 강제로 불에 태우거나 자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공간에 6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환경은 축산분뇨 등 열악한 서식환경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 항생제를 남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 고기를 얻기 위한 닭(육계)의 경우 짧은 기간 동안 비대하게 만들고 도축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량의 항생제를 쓴다지금은 살충제 파동이지만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파동도 발생할 것이다라고 제2의 살충제 달걀 파동을 우려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근본 원인도 밀집사육, 공장식 축산 구조 때문이라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 구조는 동물의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고병원성 AI의 발생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 마리가 감염될 경우 전체가 감염되는 점도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다.

 

이들은 해마다 AI가 발생한다는 것은 바이러스 발생 원인규명과 바이러스 차단에 집중했던 정부의 방역대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며 근본적인 문제인 공장식 사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AI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초 AI파동 당시 밀집형이 아닌 친환경 사육방식을 도입한 축산농가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2012년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도입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농가가 대표적이다. 이들 농가 중 AI에 감염된 경우는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의 농가 1곳뿐이다.

 

한편,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미 2012년 암탉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법적으로 금지했다케이지 자체가 동물 복지에 근본적으로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 때문이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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