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돌아가면 죽은 목숨입네다!”

탈북자 북송 반대 ‘뜨거운 감자’

사회뉴스팀 | 기사입력 2012/03/13 [09:51]

“北으로 돌아가면 죽은 목숨입네다!”

탈북자 북송 반대 ‘뜨거운 감자’

사회뉴스팀 | 입력 : 2012/03/13 [09:51]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난민을 구출해 내자’는 움직임이 범국민적으로 번지고 있지만 정작 북한당국은 중국 투먼수용소에 대기 중인 선양시 체포 탈북자 24명에 대해 “(이미 송환돼)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거짓 선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탈북에 대한 경고와 엄포로 공포감을 심어주는 한편 조속히 북송을 압박하기 위한 '꼼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북한당국, 송환 거짓 선전은 북송을 위한 다중포석?
‘탈북자 북송 반대’ 목소리 잇따라…국민적 힘 호소
美 거주 탈북자들 증언, “북송되면 3대가 죽을 위기”

 
 
[주간현대=사회뉴스팀] 북한당국이 중국 투먼수용소에 대기 중인 선양시 체포 탈북자 24명에 대해 “(이미 송환돼)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거짓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2월28일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 “지난 2월25일 동 여맹위원장들의 토요학습에서 ‘탈북자들의 말로’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며 “강연은 ‘사회주의 제도의 명예를 더럽힌 탈북자들은 결국 중국 공안국에 체포되어 우리에게 넘겨졌으며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송환 선전 압박

소식통은 이어 “도당 선전부에서 나온 강연자가 ‘남조선 괴뢰도당은 국경연선 주민들을 꾀하여 몇 푼의 달러를 쥐여 주고 우리 사회주의를 파괴하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한사람같이 뭉친 우리 인민의 일심단결은 그 무엇으로도 깰 수 없다”면서 “적들의 사탕발림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와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엄포도 놓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강연은 김정은의 지시로 진행되고 있는 국경 단속을 강화할 목적으로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사례를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강연을 들은 여맹위원장, 인민반장 등을 통해 북송돼 처벌받았다고 홍보해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소식통은 “이번 강연에서는 탈북자를 칭했던 ‘월남자’, ‘반역자’라는 표현 대신 ‘탈북자’라고 말해 회의 참가자들이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이 운영하는 선전 매체 등에서는 ‘탈북자’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북한 내부 공식 강연회에서 ‘탈북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소식통은 또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는 멈추지 말고 해결을 볼 때까지 이 문제를 가지고 들끓어야 한다”면서 “어느 순간 방심하는 기미가 보이면 여기 공안에서는 탈북자들을 북한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터민의 증언

선양에서 체포된 24명의 탈북자들은 현재 북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투먼수용소에는 2월8일 선양 등에서 붙잡힌 탈북자 24명을 포함해 총 41명이 북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탈북과 강제 북송을 직접 경험한 새터민들의 강제 북송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자유아시방송이 2월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A씨는 요즘 뉴스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을 눈앞에 두고 있는 고향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과거 본인이 직접 4차례나 강제 북송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A씨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자신이 북송 당했을 때는 북한당국이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탈북자 ‘3대 멸족’ 지시를 내린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면서 중국은 탈북자들을 몰래 북송시키는 등 국제사회를 속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는 북송 안 시킨다고 해놓고 우리를 비밀리에 지하에 있는 감방에 가둬놓고 아무도 모르게 2~3일 정도 있게 한 다음 비밀리에 탈북자들을 차에다 실은 다음 그 누구도 모르게 빼내 북송을 시켰다”고 폭로하고, 중국의 그러한 ‘이중적 태도’를 믿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역시 중국은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송 반대 촉구

북한의 파렴치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실제로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유명가수, 탤런트, 코미디언 등 50여 명으로 구성된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한국연예인’ 단체는 3월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를 염원하는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를 열고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크라이 위드 어스’는 탈북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영화 ‘크로싱’의 주제곡이자 동참한 연예인들의 모임 이름이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탈북자 북송 반대 운동에 전 국민의 힘을 실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날 박미선씨는 “저는 인권운동가나 정치인이 아니다. 딸이자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라서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눈물로 북송 중단을 호소했다. 공연을 기획한 차인표씨는 “한시가 급한 일인데 정치인과 언론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시간 낭비만 하고 있어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일랜드 출신 유투(U2) 등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미국, 유럽 등지로 공연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탈북자 북송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2월부터 11일 동안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3월2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 불씨를 댕겼다.

결국 연예인들까지 용기 있게 나서면서 그 울림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경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 3명이 2차 단식팀을 구성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4일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인 탈북 여성박사 1호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를 위로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트위터에 ‘박선영 의원 노선과 정책은 나와 매우 다르다. 그러나 탈북자 북송 저지를 위한 진정성은 인정한다’고 쓰는 등 지식인 사이에서도 북송 반대 움직임은 계속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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