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뒷돈 거래’ 구설수

“검은돈의 은닉처가 따로 없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2/03/19 [16:55]

여의도 증권가 ‘뒷돈 거래’ 구설수

“검은돈의 은닉처가 따로 없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2/03/19 [16:55]
 
여의도 증권가가 ‘검은 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실기업에 돈줄을 대주고 뒷돈을 챙긴 증권사 임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것. 구속된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제1금융권 임원은 물론 기업의 재무담당 직원에서부터 코스닥 기업의 경영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고, 조달된 기업자금을 불법 횡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주>

 

뒷돈 챙긴 ‘증권맨’ 줄줄이…“관련업계 후폭풍 부나”

투자 중개하는 금융부티크 관계자의 기소 ‘사상초유’


금융가 종사자 ‘도덕적 해이’ 구설수…투자자만 손해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기업 자금조달과 관련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기까지 뒷돈을 주고받는 리베이트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중에는 금융가 종사자는 물론 제1금융권 간부, 건설회사 재무담당자까지 연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검찰이 자금조달에 연루된 ‘증권맨’ 리스트를 공개했다는 것.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증권사 임원들이 기업체에 자금 마련을 알선하고 뒷돈을 챙긴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지만 피고인 리스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재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코스닥 상장기업의 횡령 등 기업 범죄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자금조달 대가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알선수재 등)로 전·현직 금융인과 기업인 등 총 14명을 기소(10명 구속 기소)했다.

뒷돈수수 만연

한양증권 IB본부 이사 한모(48)씨 등 10명은 기업으로부터 자금조달 대가로 35억원대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비제도권 투자자문사인 일명 ‘금융부티크’를 운영하는 전 대우증권 직원이었던 신 모(48)씨 등 4명은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2006년 12월부터 4년간 7개 기업의 자금조달 중개를 했다. 한씨는 유상증자를 처리해주면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불법 수수료를 챙기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금융 감독기관에 청탁을 해주겠다는 수법으로 모두 11억305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전무 김모(51)씨는 자사가 주관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업무를 도와주는 대가로 1억8000원가량을 받았다. 또 유진투자증권 대리 강모(30)씨는 지난해 1월께 자사 주관 자금조달 기업의 유상증자 건을 처리해주며, 회사 관계자로부터 주가를 부양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해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는 등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많게는 7억4340만원을 챙겼다.

무더기 구속

금융부티크 운영자들도 예외는 없었다. 전 대우증권 출신인 금융부티크를 운영하는 신모(48)씨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기업 자사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증권사와 은행이 사들이도록 알선하고 4억8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소속 신한캐피탈 이사 김모(47)씨는 2009년 7월께 자금조달 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축은행이 인수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2억원가량을 수수했다.

금융부티크는 금융기관 출신 사람들이 증권회사만이 할 수 있는 투자 중개를 하는 유사투자자문사로 이번 검찰 수사로 관계자가 기소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기업의 재무담당 직원도 자금조달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고, 코스닥 기업의 경영진은 조달된 기업자금을 불법 횡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제1금융권 간부는 증권사 임원과 결탁해 금품을 챙겼다. 수협중앙회 조합자금부장 임모(49)씨는 한양증권 임원과 결탁해 한양증권이 중개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수협중앙회가 인수하는 대가로 10회에 걸쳐 총 4억7700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조달된 돈은 기업으로 넘어간 뒤 개인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업체였던 PW제네틱스 회장 김모(52)씨 등 3명은 유상증자와 부채차입 등으로 조성한 회사 자금 4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개인적 채무변제와 주가조작 등에 횡령했다가 구속 기소됐다.

동일토건 재무담당상무 박모(56)씨는 회사의 기업어음 발행 업무를 특정 금융업체가 맡게 해주고 리베이트로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아주캐피탈 자금부장 정모(43)씨도 같은 수법으로 한양증권 간부로부터 6350만원을 수수했다.

검찰 조사결과 금융업체 관계자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의 사정을 악용해 불법 사례금을 챙겼으며 차명계좌와 허위계약서를 만들어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만 손해

이 같은 수법의 리베이트 관행은 결국 소액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졌다. 기업에 대한 적정한 실사가 이뤄지지 않아 PW제네틱스가 2009년 상장 폐지돼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등 이들이 자금조달에 관여한 기업 상당수가 상장 폐지되거나 워크아웃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같은 검은 고리를 근절하고자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기업범죄정보 분석실’을 신설했다. 기업범죄정보 분석실은 전문 지식이 있는 검사 1명과 수사관 2명, 유관기관 파견 직원 4명으로 구성돼 금융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수사를 지원한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계 종사자들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고, 조달된 기업자금을 불법 횡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로 수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금융비리 적발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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