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김기식, 건투를 빈다

[삶은경제] 바이오주 대폭락 사태, 원인 돌아봐야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조직국장 | 기사입력 2018/04/05 [15:11]

‘저승사자’ 김기식, 건투를 빈다

[삶은경제] 바이오주 대폭락 사태, 원인 돌아봐야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조직국장 | 입력 : 2018/04/05 [15:11]

▲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연이은 실책으로 비판 받는 금융계 적폐 문제에 맞설 거의 유일한 정부 인사다.  ©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은 꽃피는 3월이 두렵다, 특히 벤처,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이 그렇다. 12월 결산 법인들의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3월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일주일 전(3월말 주총기준으로 3월22일이 기한)까지 제출되는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만에 하나 '적정'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해당 종목 시세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고 주식거래는 정지되며 당연히 투자자의 계좌는 순식간에 깡통 위기로 내몰린다.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공시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내부정보를 이용한 매매 행위는 심각한 범죄가 된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 피하고 싶은 마지막 악몽이 누군가의 현실이 되는 시즌이 바로 꽃피는 춘삼월이다. 

 

올 봄 한국의 코스닥 시장에선 몇몇 바이오 기업의 비적정 감사보고서가 시장 전체를 패닉으로 몰고 가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 난리 통에 국내 굴지의 금융재벌가 2세 경영인은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것을 예상한 듯, 감사보고서 발표 한 달 전 보유지분을 모두 내다 파는 신공(?)으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려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도대체 지금 자본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부 앞장선 코스닥 띄우기에 동원된 개미

시계를 석 달 전으로 돌려본다. 지난 1월 11일. 바야흐로 가상화폐 신드롬과 강남 발 부동산 시세 폭등 이슈가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정책을 비웃던 그때,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의 '바람직한' 출구를 고민하던 금융당국은 회심의 카드를 내놓는다. 바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 방안'이 그것.  

 

골자는 단순하다. 코스피 우량주에 편중된 기관투자 자금을 코스닥으로 끌어와 중소, 벤처 기업인들도 코스닥에서 충분한 자본조달의 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책임지고 코스닥 시장의 투자 수익률을 높일 테니 투자처가 필요한 돈이여, 코스닥으로 오라!'  

 

그러나 금융당국은 정책이 적용될 코스닥 시장에 이미 바이오, 생명공학 테마주를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 양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실적대신 기대가 주가를 결정하는 바이오 테마주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과도하게 몰려드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못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매우 과감하게도 브레이크 대신 불난 데 기름을 더 붓는 정책을 선택한다. 

 

이미 예견됐던 3월 22일 대폭락  

불과 2개 월 후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논란과 함께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이 닥쳐 올 것이 예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던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발표 즉시 코스닥 지수를 15년 만에 최고치로 올려놨고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확산시켰다. 

 

원동력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아니라 11조 원이 넘는 빚, 사상 최대 규모의 신용거래융자잔고로 무장한 채 뒤늦게 코스닥 바이오 테마주에 뛰어든 개미들이었다. 개미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바이오주 선취매 세력들이 시장에 풀어놓은 물량을 떠안았다. 

 

젖과 꿀이 넘치는 코스닥을 꿈꾸며 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지수를 떠받치는 상황은 마술처럼 약속한 시간이 되자 종료된다. 바로 3월 22일, 12월 결산 법인들의 감사보고서 제출시한인 오후 2시를 넘어서자 거칠 것 없이 상승하던 시장이 광란의 질주를 멈추고 자유낙하를 시작한 것이다. 바이오주들이 폭락을 이끌며 코스닥 지수가 사정없이 무너졌다.

 

시장의 조롱 산 금융정책 라인의 무능 

공포의 문을 연 종목은 박근혜 시술로 유명세를 탄 차병원 그룹 소속 차바이오텍. 이 회사가 비적정 감사의견인 '한정' 의견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신라젠, 네이쳐셀, 셀트리온, 티슈진 등 바이오 랠리를 이끌던 종목들도 저마다 잠복해 있던 부정적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두 달 만에 주식시장에 개미지옥이 연출되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금융정책 라인의 형편없는 실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미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당시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 지부는 투자자 보호를 뒷전에 둔 채 지수 '끌올'에 열중하며 무책임하게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심리만 부추기는 행태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신임 금감원장, 구원투수 될까?

그런데 바이오주 폭락이라는 지옥문을 열었던 차바이오텍에서 또 다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차병원 그룹 오너인 차광열 회장의 사위인 김남호라는 사람이 차바이오텍의 감사보고서 제출 한 달 전,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 2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혐의를 받게 된 차 회장의 사위 김남호는 다름 아닌 금융재벌 동부그룹(얼마 전 그룹사의 이미지를 쇄신한다며 DB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창업자인 김준기 전 회장의 맏아들로 그룹의 실질적 오너다. 

 

이미 유명한 얘기지만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은 얼마 전 회장실에서 근무하던 여비서를 ‘내 소유물’이라며 상습 성추행한 사실이 발각되자 해외로 도피했고, 지금은 여권까지 취소돼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이건희, 이재용의 삼성가 오너리스크에 버금가는 재벌가 오너리스크가 탄생했다는 실소가 나온다. 무노조경영 운운하며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모습 역시 삼성과 DB는 닮은꼴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던가, 이런 엉망진창의 정리를 금융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이 맡게 됐다. 언론과 금융계는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의원시절 소신대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감독 규정을 개정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와 함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당국을 포함한 무능과 부패, 불공정으로 얼룩진 금융계의 적폐에 맞설 거의 유일한 정부 인사라는 점이다. 신임 금감원장의 건투를 빈다.  

 

penfree@hanmail.net

 

*사무금융노조는 시민의 삶, 그 자체가 경제라는 철학으로 팟캐스트 형식의 오디오 경제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무금융노조의 팟캐스트 '삶은경제'에서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이용하실 수 있다. 삶은경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모두 검색 가능하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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