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와 오래된 기다림

남대서양 표류하는 22명의 선원…외면받는 실종자 가족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4/16 [17:04]

‘제 2의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와 오래된 기다림

남대서양 표류하는 22명의 선원…외면받는 실종자 가족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4/16 [17:04]

‘제 2의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더욱 깊게 했다. 선원 24명 중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는 노후된 선박문제, 늦어진 초기 대응과 정부의 무능함, 사후 진상규명의 문제까지 세월호 참사와 닮아있다. 총 22명(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의 선원은 아직도 구명벌에 의지해 남대서양을 표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지점, 약 3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그리스 선박 ANTAIOS호의 구명정. 해당 구명정의 내부와 외부는 온전한 상태였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원들이 탄 구명정을 기다리는 실종자가족들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제공

 

2017년 3월 31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채 3년이 되지 못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발생했다.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탑승한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수 사실을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 침수 직후 침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텔라데이지호’에선 24명의 선원 중 필리핀 국적의 선원 2명만이 구조됐고 22명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스텔라데이지호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정부는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 사건을 인지했고 수색선은 무려 11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수색비행기는 42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들은 필리핀 선원 2명을 구조하고 부서진 구명정 2척 구명별 5척 중 3척을 발견했다. 나머지 22명은 실종됐다. 

 

놀랍게도 해양 관련 전문가들은 “실종된 선원들이 얼마든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찾지 못한 구명벌 1척 때문이었다. 그들은 “구명벌엔 생존을 위한 물품들이 준비되어 있고 선원들이 생존술을 주기적으로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살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지 9일 만인 2017년 4월 8일 미국 해군의 정찰기가 구명벌로 판단되는 물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기름띠를 오인했다”는 외교부의 답변 뿐이었다. 실종자 가족은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필요한 해역을 샅샅이 수색하고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조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부족한 수색자원과 편법으로 설정한 수색구역으로 구명벌을 찾지 못한 채 수색을 종료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사람중심 세상’을 내세운 정권도 출범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라는 수식어도 무색할만큼 스텔라데이지호는 철저히 잊혀져갔다. 청와대 앞에서 농성도 해봤지만 청와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조용했고, 실종자가족들은 소외됐다. 

 

2017년 12월 6일엔 국회에 의결된 ‘스텔라데이지호 예산안’이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심해수색장비 임차’ 투입 예산의 국회 공론화에 정부가 타당성을 거론하며 2018년도 예산안에서 해당 항목을 지운 것이다. 정부는 ‘귀순병사 사건’으로 중증외상센터의 예산을 201억원 늘리고, 인청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에는 위기관리센터로 긴급대응에 나섰다. 수색도 제대로 되지 못한 스텔라데이지호 예산은 전면 삭감됐다. 이유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양 사고에 대해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했던 선례가 없다”는 거였다.

 

실종자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선박이나 비행기 침몰 시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것은 외국에서 당연한 절차”라며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시설 무리하게 기대 선령을 30년까지 늘려 운행이 가능했던 25년 된 스텔라데이지호는 폐선위기에 처했던 유조선을 싼 값에 사들여 중국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해 활용했던 선박이다. 더욱이 한국선급은 스텔라데이지호를 허위 검사해 출항할 수 있게 해줬다. 국가는 제대로 된 운항검사 또는 단속을 실시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다. 

 

2018년 1월 2일, 새해 첫 민원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이 접수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는 매일 8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서명을 받아 10만 명의 국민서명을 전달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난 2017년 4월 9일 미군이 발견했다던 구명정의 명확한 사진, 사고원인과 실종 선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수거다. 당연히 이루어졌어야할, 이미 진행되고도 남았어야 할 일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농성을 하고 서명을 받고나서야 겨우 ‘접수’가 됐다.

 

진실은 끝까지 떠오르지 않은 채,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4주기인 오늘 스텔라데이지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끊임없이 기억하고, 행동해야만 ‘진실’을 인양할 수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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