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국을 사로잡은 코미디 실화 로맨스…영화 ‘빅 식’

북미서 17주간 장기흥행…아카데미 각본상 수상까지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7/11 [01:06]

[리뷰] 미국을 사로잡은 코미디 실화 로맨스…영화 ‘빅 식’

북미서 17주간 장기흥행…아카데미 각본상 수상까지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7/11 [01:06]

<빅 식>은 로맨스 코미디 장르로써는 보기 드물게 2018년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다. 비록 <겟 아웃>에게 상은 내어줬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쓰리 빌보드>와 같은 묵직한 느낌의 영화들의 각본과 함께 어깨를 견주었다. 영화는 인종차별과 문화차이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남녀의 현실 로맨스를 섬세하고 현실성 있게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실화의 주인공인 쿠마일 난지아니3년 동안 직접 쓴 각본의 쾌거였다.


 

▲ 영화 <빅 식>의 포스터     © 사진 제공= kth

 

오는 18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빅 식>은 실화 로맨스 영화다. 파키스탄 출신의 유명 스탠드 코미디언인 쿠마일 난지아니가 그의 아내 에밀리 V.고든과의 실제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3년에 걸쳐 각본을 쓰고 직접 주연까지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정략결혼이라는 전통 때문에 연애가 허락되지 않는 파키스탄 남자와 결혼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미국 여자와의 연애와 이별을 그리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

 

지난해 미국 문화계를 휩쓴 인종차별 반대물결에 힘을 입은 듯, 201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본상 후보까지 올랐던 <빅 식>은 미국 내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으며 북미서 17주간 장기 흥행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화 평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영화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수치인 신선도’ 98%를 달성하며 2017년 로맨스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줄거리

미국에서 택시운전과 스탠드 코미디언 일을 병행하고 있는 쿠마일 난지아니는 부모님과 함께 파키스탄에서 이민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면서 미국 문화에 익숙해진 쿠마일과는 다르게 그의 부모님은 미국에서도 여전히 파키스탄의 전통을 따르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부모님은 정략결혼 원하지만, 정작 그는 그렇지 않다. 이 가운데, 쿠마일은 스탠드 코미디를 하던 중 만난 에밀리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문화차이, 그녀가 한 번 이혼을 했다는 사실 등의 이유로 이별하게 된다. 그 후 에밀리는 원인모를 병에 걸려 혼수상태가 되고만다.

 

▲ 실화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각본도 쓴 미국의 스탠드 코미디언 쿠마일 난지아니     ©사진 제공= kth

 

 

허들을 넘는 진정한 사랑

<빅 식>의 주인공 쿠마일은 에밀리, 부모님이라는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정략결혼으로 대표되는 파키스탄의 전통문화와도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이 영화가 여타 다른 로맨스 영화와 다른 점은 흔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와 미국 내의 소수민족이 겪는 정체성 문제를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쿠마일 난지아니는 그의 아내, 에밀리와 사랑에 빠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3년간의 각본 작업을 통해 인간관계, 사랑을 가로막는 종교세대문화 차이 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빅 식>이 전하는 진짜 사랑의 의미는 연인 중 어느 한쪽만 허들을 극복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닌, 그들을 둘러싼 가족, 친구 등의 관계 속에서의 끝없는 성장이다.

 

▲ 영화 <빅 식>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화두인 '인종차별' 문제를 로맨스 영화로써 풀어냈다.     © 사진 제공= kth


시의적절했던 미국의 실화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실화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사회에서 백인우월주의가 트럼프 정권을 업고 알게 모르게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실화를 통해, 장르적으로는 로맨스를 통해 이런 사회 문제를 지적한 점은 영화가 개봉한 시점을 봤을 때나 방법으로나 상당히 적절했다. 오히려 저격한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다.

 

다만 이 같은 시의적절함국내관객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는 점이 이 영화의 한계다. 소수민족 문제는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가 아닐 뿐 더러, 쿠마일의 미국식 스탠딩 코미디는 한국식 개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분명히 영화 내에서의 분위기로는 웃긴 상황인데 이거 웃어야 하는 부분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점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인 쿠마일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부분이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실화의 본인을 영화서 직접 연기하고 심지어 각본까지 쓴 코미디언쿠마일이다. 하지만 그의 재치 있는 언변이 100%로 관객에게 닿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가 초반부까지는 흡입력 있게 (국내)관객에게 다가왔다가 중반부부터 힘을 잃는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로맨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중반부부터 여주인공이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남 주인공과 상호작용해서 로맨스를 키워나가지 않는다. 대신 쿠마일 본인 스스로가 변화하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로맨틱이다.

 

▲ 전작에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조 카잔은 이번 작에서도 그 매력을 뽐낸다.     © 사진 제공= kth


문제는 에밀리 역을 맡은 조 카잔의 매력이 너무나도 빛났고 그녀의 매력이 영화에서 떠난 동안 영화도 같이 빛바랬다는 점이다. <루비스팍스>와 같은 영화에서 반짝거리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던 조 카잔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영화의 초반부는 그녀의 독특한 매력과 쿠마일의 능글거리는 재치가 조화를 이루면서 상당히 귀여운 로맨스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순간부터 영화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쿠마일에게 돌아가면서 로맨틱의 주축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영화는 이를 에밀리의 부모님의 등장으로 메꾸려한다. 다만 에밀리 부모 캐릭터가 상투적이란 점이 아쉽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였던 쿨한 부모의 전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돌아간 운전대를 잡은 쿠마일이 안정적이게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가. 앞서 말했듯 쿠마일이 영화 속에서 마주한 장애물은 한 두 개가 아닐뿐더러 크기도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이 어지러져 있는 상황에서 영화 속의 쿠마일은 이것저것 조금씩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우리가 여러 개의 문제를 마주했을 때처럼 쿠마일도 문제를 차례대로 해결해 나가지 않고 이리저리 문제의 해결방안을 가늠해간다. 이 가늠의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리얼리티를 살리지는 못할지라도 영화적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구조적인 플롯을 짰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줄평 : 현 미국의 '사회'문제를 '개인'의 로맨스로 얘기한다. ★☆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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