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랑’, 무거운 원작에 발목 잡히다

감독에게 기대했던 액션, 어설픈 로맨스로 끝나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7/27 [10:54]

[리뷰] ‘인랑’, 무거운 원작에 발목 잡히다

감독에게 기대했던 액션, 어설픈 로맨스로 끝나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7/27 [10:54]

<공각기동대>를 만든 오시이 마모루 원작의 1999년 애니메이션 <인랑>은 전세계 매니아들의 열광 속에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남았다. 오시이 마모루 자신이 실사화를 염두에 두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나 영화화할 수 없었던 <인랑>은 자신이 팬이었던 <반칙왕>과 <놈.놈.놈>의 감독 김지운을 만나 영화화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서 심오한 주제의식과 강화복 디자인 등으로 매니아 층을 만들었던 <인랑>은 과연 어떤 영화로서 관객들을 만나게 될까.


 

▲ 영화 <인랑>의 포스터     ©<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과 같은 화려한 캐스팅. <놈.놈.놈>, <밀정>,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자신 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던 김지운 감독,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까지, 일단은 화려하다. 

 

하지만 지난 7월25일 영화 <인랑>이 개봉하고 나자 관객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원작만으로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만한 스토리가 영화화되고 나선 더 개연성이 떨어졌으며, 배우들은 비쥬얼만 좋을 뿐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한국영화의 재앙’이라 불렸던 영화 <리얼>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인랑>은 그 정도의 영화일까. 

 

▲ 지난 20일 <인랑>의 감독과 출연진들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 정아임 기자


줄거리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암투 사이에, 특기대 내 비밀조직인 ‘인랑’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무거운 원작에 발목을 잡히다

이 영화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 <인랑>을 토대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라기보다 원작에 실사를 덧칠하고 배경과 결말을 바꾼 다음, 화려한 액션을 조금 더 첨가한 느낌이다. 실제로 원작에서 사용됐던 장면들을 그대로 실사로 옮긴 장면도 상당히 많다.

 

김지운이 <인랑>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아무래도 역시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액션이다. 감독의 작품인 <놈.놈.놈.> 또한 다소 부실한 스토리 등으로 관객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빛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랑>에서 감독은 의아하게도 ‘로맨스’를 택한다.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집단에 종속됐던 ‘인랑’이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을 그렸다”며 “인류애, 휴머니즘, 사랑 등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주제들이 있다”고 말해 관객들을 납득을 시키려했지만 아쉽게도 ‘로맨스’는 감독이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던 듯하다.

 

▲ 영화 <인랑>은 총격 씬은 사실 한국영화치고는 꽤나 좋은 편에 속한다. 액션 씬도 나쁘지 않다.     © <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그렇다면 이 영화의 액션씬은 괜찮은가. 일단은 그렇다. 영화의 총격 씬은 사실 한국영화치고는 꽤나 좋은 편에 속한다. 총격 씬에 대한 연기 디렉팅이 꽤나 디테일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강동원, 김무열과 같은 얇고 긴 팔다리를 가진 배우들의 액션은 화려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랑>의 마스코트와 같은 ‘강화복’ 액션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에선 3번 정도 ‘강화복’을 입은 배우들의 액션씬이 나온다. 강화복을 마스코트로 하고 있는 영화치고는 분량이 적은 편이다. 

 

그리고 강화복 액션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게가 30kg이나 되는 옷인 만큼 그 ‘묵직함’을 살리는 것이 미덕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김지운 감독이 여태 해왔던 영화에서의 액션들은 사실 ‘날렵함’이 강조됐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묵직함’이 중요했던 강화복 액션에서 그 ‘날렵함’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원작의 묵직함을 살리지는 못하고 부담감으로만 다가와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닐까라는 느낌이다. 오히려 감독은 원작에 대한 완전한 재현보다는 과감한 재해석으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장기를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 <인랑>에서 한효주가 연기한 이윤희라는 인물은 다소 시대에 뒤쳐지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 <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필요했던 재해석

과감한 재해석이 필요했던 것은 액션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시간적 배경은 근 미래인 2029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물부터 미쟝센, 스토리, 그리고 사용되는 총기들마저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다. 대부분의 것들이 ‘90년대에 상상했던 2020년대의 것’이다.

 

특히 한효주가 연기한 이윤희라는 인물은 90년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인물상이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어딘가에 계속 기대서 살아가려는 점이나 자신의 연약함을 강조하는 모습은 ‘반정부 단체’에서 지부장까지 했을 정도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런 그녀를 두 세번만의 만남으로 믿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그녀를 위해 자신이 일생을 바쳐왔던 집단을 나가는 임중경 (강동원 분)까지도 신파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원작에서 ‘인랑’의 주무기였던 기관총 MG42는 원작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1960년대였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무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해 ‘히틀러의 전기톱’이라고 불렸던 기관총을 2029년에 사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다. 

 

오히려 원작 팬들이 비판했던 영화의 결말을 좋게 평가해주고 싶다. “오시이 마모루의 생각은 상당히 일본적이었다. 한국에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밝힌 김지운 감독의 한국적 노력이 엿보인 듯하다. 

 

▲ 김무열의 연기는 <인랑>이 일군 성과 중 하나다.     © <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김무열의 연기는 빛났다

이 영화에서 배우의 감정연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강동원의 임중경은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인랑’이기에 감정연기를 하지 않으며, 이윤희를 연기한 한효주는 답답한 캐릭터와 대사 탓인지 세밀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 한다. 한효주는 이윤희라는 인물에 대해 “여태 맡았던 인물 중 가장 무거운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파악하기 어려워 어떻게 표현할 지 부담이 많았고 이는 영화 내내 그랬다”고 말해 연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무열의 연기는 빛났다. ‘친구의 다정함과 적의 비열함을 겸비한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고 소개된 ‘한상우’라는 인물을 맡은 김무열은 이 영화의 성과다.

 

▲ <인랑> 속 강동원은 영화의 비쥬얼적 성공에 일조했다.     © 정아임 기자

 

비쥬얼적 성공

적어도 비쥬얼만큼은 성공한 영화다. 감독은 강화복 액션 씬에서 얼굴과 몸이 전부 가려짐에도 불구하고 강동원에게 직접 입히고 연기하길 요구했다. 스턴트를 써도 여차하면 충분히 몰라볼 수 있지만 말이다. 감독은 “강동원에게 감동했던 부분이 마스크 안에서 얼굴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스턴트 배우를 쓰면서 자세는 다 똑같아서 숨길 수 있는데, 강동원이 직접 강화복을 입고 연기하면서 액션의 자태가 그런 것들이 수려하고 아름답게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감독의 말처럼 강동원의 강화복 장면에서 배우의 아우라가 ‘강화복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한줄평 : 강한 척, 무거운 척, 로맨틱한 척 ★★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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