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누진세’ 시달리는 국민에 ‘고심’ 빠진 정치권

누진제 폐지 청원 5만 명 돌파…“에어컨 틀게 해 달라”
조경태 ‘전기사업법 개정안’·하태경 ‘30% 인하법’ 추진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8/02 [17:49]

재난 수준의 폭염에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월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폭염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 요금 특별 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하지 않는 누진제를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전기세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법을 발의했고 하태경 미래당 의원은 전기세 30%인하법을 추진 중에 있다.  


 

 

▲ 지속된 폭염에 국민 전기료 부담이 커지자 정치권이 전기료 감면 방안을 내놓고 있다. 누진세 폐지부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한 전기세 인하법까지 다양한 안이 나오는 만큼 실효성 있는 법안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 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abay

 

“폭염이 오래가면 에어컨을 오래 켜고 살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전기 요금 걱정도 커진다. 산업자원부는 이번 폭염이 특별 ‘재난’에 준하는 것이므로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할 수 없는지 검토해주길 바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산업부에 특별 지시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불바다’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엄청난 더위로 온열질환자가 2042명 발생하고 27명이 사망하는 상황이다. 이는 2011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력 수급과 전기료 문제가 부각됐다. 현행법상 전체 전력 사용량의 80%가 넘는 산업(기업)용이나 일반(상업)용 전기료에는 누진세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전력의 13% 밖에 차지하지 않는 가정용 전기에는 최대 3배 높은 누진 요금을 적용하고 있어 전력요금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누진제 폐지나 일시적 완화를 요구하는 글이 500여 건 올라온 상태다. 한 청원 글에선 “국민들은 누진세가 무서워서 불볕더위에 지쳐가고 열사병을 얻어가고 있다”면서 누진세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글은 5만 여명의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며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당 조경태, 누진세 폐지법 발의

이에 야당에서 전기료 부담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법’을 발의했다. 그는 지난 8월1일 가정용 전기요금에 한해 누진제를 폐지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는 경우 주택용·일반용 등 사용 용도에 따라 구분하되 전기요금 계산 시 주택용에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조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한차례 누진제 완화조치가 있었지만 재난 수준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여전히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과거 전력수급이 절대적으로 불안정한 시절 주택용 전력에만 책정된 불합리한 누진제도로 인해 더 이상 국민들이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누진제는 석유파동 직후인 1974년 처음 시행됐다. 이는 가정용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 도입취지였다. 하지만 평균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소득이 있는 1인 가구가 누진 요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게 됨에 따라 장애인 가구 등 전력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 등이 누진요금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등 애초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 주로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조 의원은 한국의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 적용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전기요금 부과체계가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필요한 전기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 하태경 전기세 30% 인하법 추진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폭염 발생 시 국민의 건강 추구권 보장을 위해 모든 가정의 냉방기기 가동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폭염이 발생한 월의 전기요금을 30% 인하하는 ‘전기세 30% 인하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하 의원은 “누진제 폐지 방안과 전기료 감면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상위 소득구간의 전기남용이라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누진제 폐지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전기 사용량에 비례해 전기료 감면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폭염 또는 열대야 발생일수가 10일 이상인 경우 폭염을 자연재해난으로 규정하고 한국전력공사는 폭염 재난이 발생한 월의 모든 주택용 전기요금의 30%를 감면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때 한국전력공사가 감면한 전기요금은 정부가 준조세 형태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추가해 징수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보전해주도록 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2017년 8월 한국전력공사가 징수한 주택용 전기요금 총액 9,147억 원을 기준으로 30% 감면한 금액은 2,744억 원이다. 2017년 주택용 전력산업기반기금 징수액은 2,800억 원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감면액을 충당할 재원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누진세 폐지, 저소득층 부담돼 당정은 ‘고민’

이처럼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정부는 누진세 폐지보다는 누진세 단계 구간 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여야가 누진세 폐지에 어느 정도 합의를 보려 했지만 정부가 과도한 전기 사용을 우려하며 구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당시 최대 11.7배에 달하던 누진세를 3배로 바꾸고 단계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했다. 당정은 현재 월 400kWh까지인 누진제 2단계를 500kWh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일반용 전기요금과 같은 수준의 세율을 주택용 전기요금에 부과했을 경우 현실적으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볼 수 있어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는 전력 당국의 입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력에 따르면 일반 상가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전기세는 주택용 1단계(93.3원)보다 높고 2단계(187.9원)보다 낮은 1kWh당 105.7원이다. 다만 기본요금(계약전력×6160원)을 일반적인 계약전력 5kWh로 잡으면 3만원을 내야 한다. 이 기본요금은 가정용 1단계 기본요금은 910원에 비하면 33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전은 주택용으로 1kWh를 사용하면 기본요금과 함께 1000원 정도가 부과되는 반면 계약전력을 쓰는 사업장에선 1kWh만 써도 기본요금과 함께 3만 원 정도가 부과된다면서 사실상 기본요금이 거의 없는 주택용 요금과 기본요금이 높은 일반용에 같은 요금 체계를 적용할 경우 취약계층 등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폭염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가정용 전력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택용 요금제가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따르면 사용량 420kWh 기준으로 주택용 전기세가 일반용 전기 요금을 넘어선다. 즉 600kWh를 사용했을 경우 가정에선 13만 원 가량이 나오는 반면 일반 상가는 기본요금을 포함해 9만 원대의 요금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누진세를 폐지는 어렵지만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위 사안을 반영해 현행 누진제 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한적 부담 완화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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