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관계, 혐오 극복을 말하다

‘난민‧고용‧파시즘’ 문제 겪고 있는 그리스 다뤄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8/03 [13:43]

최근 ‘제주도 난민 수용’, ‘최저임금 인상’, ‘태극기 부대’, ‘페미니즘’ 등 혐오와 관련된 이슈와 사회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가 않는다. 이 것들은 정책이나 이념을 넘어 감정의 문제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17년 개봉한 그리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는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만 ‘혐오’를 다루고 있다. 과연 이 영화는 사회가 제시하고 있는 혐오문제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고 있을까.  


 

▲ <나의 사랑, 그리스> 포스터     ©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라는 제목을 보고 그리스 지중해가 배경이고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는 청춘 로맨스가 떠올랐다면 영화를 보고 분명 당황할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그리스는 난민, 고용, 파시즘 등과 같은 사회문제로 양극화 되고 있는 공간이다. 영화의 원제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 뜻을 가진 ‘be worlds apart'에서 나온 듯한 <Worlds Apart>이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그리스의 상황을 보자면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제주도 난민 수용’, ‘최저임금’, ‘태극기 부대’ 등이 떠오르는데,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도 양극화가 심한 곳이라는 반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영화는 이런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결국 영화는 이 극단적 분열이 있음에도 우리는 한 사회 혹은 공동체 안에 있는 존재들이고 연결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연결의 핵심에는 ‘혐오를 넘어선 사랑’이 있어야함을 강조한다. 혐오는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 에피소드로 이뤄져있다. 여대생 다프네는 밤길을 가던 중 괴한에게 공격을 당하지만 지나가던 청년 파리스가 그녀를 구해주고 둘은 우연히 버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시리아에서 온 파리스와 그리스인 다프네는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언어 속에 살아왔지만 서로에 대해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 첫 번째 이야기다. 

 

두 번째는 스웨덴에서 온 엘리제는 파산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한 회사의 매각을 위해 파견됐다가 우연히 바에서 만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엘리제는 지오르고가 매각회사의 직원인 것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독일에서 온 ‘세바스찬’은 마트 앞에서 ‘마리아’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 계기로 매주 마트 데이트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평범한 그리스 주부로 살아온 ‘마리아’는 ‘세바스찬’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현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60대 커플의 이야기가 세 번째로 영화에서 그려진다.

 

▲ 영화는 사랑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위로와 안식임을 말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의 감독이자 영화에서 지오르고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는 <나의 사랑, 그리스>에 대해 “그리스의 끔찍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매일 일상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그리스 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사랑을 통해 현재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문제 특히 유럽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난민과 경제적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은 ‘세상은 변할 것이고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가족만 남을 것이다’라고 영화를 통해 말한다.

 

감독은 극단적인 환경,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그곳에는 항상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3명의 배우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캐스팅했다. 유럽, 중동, 미국. 모두 언어와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이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감독은 예술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감독은 실제로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든 계기에 관해 “모든 사랑이야기에는 장애물이 존재하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그 장애물을 지금 유럽과 그리스가 당면한 정치적 사회적 위기로 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사랑과 정치 간의 대결이다”라고 말하며 국경?사회문제라는 정치적 요소는 사랑이 넘어야한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사회문제를 지극히 개인적 감정인 ‘사랑’으로 해결하려한다는 점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영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엘리제는 공과 사를 뚜렷하게 여기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원들의 생계가 달린 직장을 대량으로 정리해고 하는 데에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지오르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 때문에 고통을 받아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 인물이다.

 

이 둘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고, 비록 짧았지만 사랑은 이들에게 있어서 큰 위안이자 안식의 시간이었다. 엘리제는 자신이 느끼고 있던 외로움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지오르고를 사랑하고 기대면서 이를 깨닫고 편안해진다. 지오르고도 엘리제를 만나면서 자신이 겪던 우울증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아무리 극단적이고 혼란스럽고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며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진부한 것이 시대를 초월한 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진부하지만 세대를 초월한 이야기 중 신화만한 것이 있을까. 이 때문인지 감독은 자신의 나라, 그리스의 위대한 유산인 신화를 가지고 온다. 영화는 계속해서 사랑의 신 에로스를 되뇐다. 특히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영원한 사랑을 성취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얘기는 이 영화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만들어 준다. 

 

▲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파리스’와 ‘다프네’는 신화 속 캐릭터들과 관련있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또한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신화 속 캐릭터인 ‘다프네’와 ‘파리스’란 점도 그러하다. 영화는 아폴론의 일방적인 사랑에서 도망을 치던 요정 다프네가 숲 속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요청해 영원히 월계수로 변해서 도망쳤다는 내용의 신화와 권력, 지혜를 포기하고 사랑을 택한 신화 속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영화 속 캐릭터들의 운명과 성격을 암시하고 서술에 힘을 얻기도 한다. 

 

‘신화가 탄생한 곳’이었던 그리스는 어느새 그렉시트, 난민캠프와 같은 사회 문제들로 더 유명해지고 있다. 감독은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신화처럼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남은 현대 그리스 사회에 사랑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진리처럼 우리 곁에 계속 존재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감독은 양 극단에 있던 인물들이 사랑하며 그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혐오문제’들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도 사랑일 것이다. 결국 사랑은 혐오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언젠가는 혐오가 아닌 사랑이 대두되기를 바라본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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