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박차 가할 ‘특별재판부’ 도입될까

여야4당서도 논의 급물살…‘양승태 법원 비리’ 드러나나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11/07 [09:21]

사법농단 수사 박차 가할 ‘특별재판부’ 도입될까

여야4당서도 논의 급물살…‘양승태 법원 비리’ 드러나나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11/07 [09:21]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가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관을 구속했고, ‘윗선’을 캐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검찰의 조속한 수사와 이어질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를 두고 ‘위헌’이라고 홀로 반발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여야4당,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까지 사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모으면서 특별재판부 도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관이 구속되면서 사법농단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 출처=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영장 무더기 기각’에도 임종헌 전 차관 구속

검찰 수사 힘 얻을까…사법부는 ‘식구 감싸기’

한국당만 반대하는 특별재판부…합의 가능성은

국회 사개특위 가동…법원 개혁에 두팔 걷어 

 

“법원은 국민의 권리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국민들은 분쟁의 마지막 단계에서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법원을 찾습니다. 국민들은 법관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만난 법관이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심판해줄 것이라고 믿고 소망할 뿐입니다. 사후적으로라도 그 믿음이 깨어질 때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의 크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법관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인지를 절실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던 김 대법원장의 말과 다르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번번이 기각됐다. 

 

2017년 3월 이탄희 판사의 사직서 제출에 대한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법원행정처에 의한 판사 뒷조사 사건은 법원의 3차례 내부조사를 거친 후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법원행정처에 의한 재판 거래 혹은 재판개입 사건으로 확대됐다. 현재 검찰은 이러한 일들을 ‘사법농단 사건’이라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맡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최근 있었던 국정감사에 출석해 4개월간 검사 30여명이 투입돼 전현직 판사 80명을 조사했으며, 이를 연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상초유인 검찰의 법원에 대한 수사는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요청에 의해 임의제출한 문건의 범위와 관련해 의견충돌을 빚는가 하면 검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되면서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10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에 모인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특별 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 판사출신인 박판규 변호사는 “통상적인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과 비교할 때 현재 진행중인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이례적인 기각율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검찰측의 문제인지, 영장 판사측의 문제인지는 영장 피의사실 내용이나 소명자료가 충분한 지 여부에 대해서 알 수 없기에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러한 이례적인 압수수색영장의 기각은 사법부가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다는 의혹이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제식구 감싸기’ 

또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이로 인해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는 임 전 차장 탓에 검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며 “김진모 전 검사장처럼 다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윗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지시 및 보고 여부에 대해 입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법부 내부에서의 반발도 일어나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구속되자 일부 고위법관들은 잘못된 수사 관행을 지적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는 의견 등을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나타내기도 했다.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0월29일 검찰이 대법원 전산 정보센터에 보관된 사진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자 법원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법원 가족 전체에 대해, 나아가 일반 국민 모두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문의 글을 통해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비판했지만 사실상 자신을 변론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사법농단 사건 판결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 농단사건 연루자가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셀프 재판”이라면서 “객관적·합리적인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사건과 무관한 판사로 별도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은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특별재판부가 설치된다면 사법부의 존재이유가 부정되는 것이므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가 당연히 선행돼야 한다”며 맞섰다. 

 

이에 특별재판부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토론회에 나서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셀프 사법농단에 의해 법원 스스로 사법원의 독립 이념을 훼손했다”면서 “기존 배당 시스템으로는 사법농단 사건을 공정하게 배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염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지난 15일 기준으로 형사 합의사건 담당 부서가 27개 있는데 그중 사법농단 사건 배당 가능성이 높은 재판부는 8곳"이라며 "이중 6개 재판부의 재판장이나 배석판사가 사법농단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농단 사건이 기소되더라도 공정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건 배당과 재판은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염 변호사는 일례로 2008~2009년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특정재판부에 몰아주기식 배당이 됐던 일이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초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사건배당에 많은 의혹이 있었다"며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일관성 없는 사건배당이었다는 결과만 발표하고 재판의 독립성 침해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사건 배당이 오히려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과 재판의 공정성을 현 배당 시스템으로는 보장하기 어려워 특별판사 추천위원회를 거쳐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헌법적으로도 맞다는 이야기다. 

 

그는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이 법관의 독립의 출발이거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며 "공정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대법원장이 공정하게 선정하는 재판부에 배당된다면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관해서도 그는 "오히려 대한민국 헌법상 법관의 자격과 법원 조직이 국회 입법 사항인 만큼 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고 위헌일 것은 없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참여재판을 특별재판부 1심 재판에서 의무화하는 내용도 위헌이 아니라고 염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재판 청구권은 신분이 보장되고 독립된 법관에 대해 하는 것"이라며 "재판 청구권과 평등권이 침해되는 위헌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발언한 박판규 변호사는 형법 123조이 규정하는 직권남용 범위에 대해 ‘직무와 관련 있는 일을 하며 불법 행위를 적용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의 재판 문건 작성 지시 등 일부 혐의가 인정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 중 재판 문건 작성을 지시한 부분은 직권남용 외관을 지녔고 내용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재판 개입 행위도 직무 집행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부분에 지금 법원이 판단을 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국민 신뢰가 어렵다"며 "차라리 특별재판부가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이 사법부로서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법농단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 출처=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여당, 본격 ‘특별재판부’ 압박 시작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민 의원은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헌법에서는 의회가 법관 탄핵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사법농단 관련된 재판관들이 다수 사법부에 있는 상황에서는 사법개혁이나 사법농단 사건의 심리 등 여러 가지에서 제대로 된 법원의 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월30일 박 의원은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와 함께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권순일 대법관 등 6명의 법관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형사 유무죄를 떠나 (관여 법관의)헌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중의 하나가 탄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에 적극 가담한 판사들은 현재까지도 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해 일시적 재판업무 배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파면을 통해 영구적인 재판 업무 배제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 농단 태스크포스(TF) 탄핵분과장인 서기호 변호사는 “탄핵소추안은 완전무결한 내용은 아니며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와 기소 내용에 따라 추가될 수 있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면담해 특별재판부 설치와 피해자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 적폐 법관 탄핵안에 대한 빠른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여당이 ‘법관 탄핵’이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한국당의 반대로 합의가 어려운 상태인 특별재판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이슈를 통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간접적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나선 사개특위는 사법농단 사건도 상대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그간 사법개혁은 오랜 숙원이었던 검찰의 권한 남용 및 수사 비리 문제 등에 집중했으나 실질적 사법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법관 블랙리스트 등의 사건으로 법원 개혁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됐다”면서 “이번 사개특위는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원행정처 개혁을 국민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의 지속적인 요구로 특별재판부가 설치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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