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이란 말을 들으면 배가 고파 괴로워하는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일본의 의학박사 아오키 아츠시는 “공복이란 ‘음식을 먹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공복 시간을 만들면 우선 내장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혈당치도 서서히 내려간다는 것. 또 음식을 먹고 나서 10시간 정도가 지나면 간장(肝臟)에 저장된 당이 소진되기 때문에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쓰이게 된다. 그리고 16시간이 지나면 몸이 지니고 있는 자가포식(autophagy)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자가포식이란 ‘세포 내 오래된 단백질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활동’으로, 세포가 기아나 저산소 상태에 빠졌을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신체의 질병과 노화는 세포가 늙거나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특히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중요 기관)가 늙으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고 활성산소가 증가한다고 한다. 자가포식에 의해 오래되거나 파괴된 세포가 내부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면 질병을 멀리하고 노화의 진행을 멈출 수 있는 것이다. 아츠시 박사의 책 <공복 최고의 약>을 바탕으로 무리 없이 ‘공복’을 만들어 몸을 되살리는 비결을 소개한다.
마지막 음식 섭취 10시간 지나면 간장에 저장된 당·지방 에너지 사용
그리고 16시간 지나면 몸속에서 세균 분해하는 ‘자가포식’ 활동 시작
▲ 공복을 16시간 만들어 위장이 잘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유해 물질의 발생이 억제되고 면역력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암세포도 더 잘 제거할 수 있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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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전문인 아오키 아츠시 박사는 2016년 노벨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자가포식(autophagy)’에 주목하고,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공복 식사법을 도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슐린 이탈 및 약을 복용하지 않는 치료에 성공하는 등에 성과를 올리고 있다.
몸 구조 다시 만드는 ‘자가포식’
아츠시 박사 자신도 40세 때 설암을 극복, 완치했다. 이후 그는 자가포식을 통해 ‘낡은 세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몸의 구조를 만드는 공복 식사법을 실천하며 암의 재발을 예방하고 있다.
자가포식에는 감염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분해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몸에는 매일 다양한 세균이 침입한다. 이런 세균은 보통은 면역세포에 의해 분해되지만, 그중에는 세포 속으로 도망치는(세포 내 감염) 세균도 있다. 세포 속으로 침투한 세균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면서 적절한 온도와 수분을 얻고 세포 내 영양소를 이용하여 수명을 연장, 증식한다.
그런데 자가포식은 세포 안으로 도망친 A군용혈연쇄구균(group A streptococci)과 살모넬라균, 결핵균, 황색포도구균 등의 세균을 포착, 분해하는 기능을 한다. A군용혈연쇄구균은 급성 인두염(acute pharyngitis) 등을 일으키는 세균이며,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을 결핵균은 결핵의 원인이 된다. 또한 피부의 표면과 상처 부위(특히 화농성) 등에 존재하는 황색 포도구균은 음식 속에서 증식할 경우, 독소를 내뿜어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성(性)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클라미디아(Chlamydia),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염 비브리오, 폐렴 등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Legionella), 치주균 등은 오히려 자가포식을 이용하여 증식하는 세균이다.
공복이 다양한 암의 원인 제거
공복의 시간을 만드는 것은 암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론 공복은 간암의 원인인 지방간의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식 등으로 위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장내에 암의 원인이기도 한 유독 물질이 쌓이게 되고 장내 환경이 악화되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장내에는 수많은 면역 기관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복의 시간을 만들어 위장이 잘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유해 물질의 발생이 억제되고 면역력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암세포도 더 잘 제거할 수 있다. 나아가 공복으로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면 암세포를 발생시키는 원인의 하나인 활성산소의 기능이 억제된다.
하지만 ‘공복’이나 ‘단식’이란 말을 들으면 ‘왠지 힘들 것 같다’라거나 ‘나는 단식을 할 수 없다!’라며 거부감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츠시 박사가 제안하는 식사법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식’과는 꽤 다르다. 왜냐하면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마음껏 음식을 먹으면서 ‘공복’이 가져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식’이란 말에서는 수도승처럼 비쩍 마르고 야윈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우선 그런 고정관념은 버리도록 하라.
“‘일어나 4~5시간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역시 배가 고파 힘들지 않을까?’, ‘좀처럼 일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될 텐데’ 등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처음 한동안은 오랜 세월의 습관 탓에 조금이라도 허기가 느껴지면 이내 무언가를 먹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계속 참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나는, 견과류(가능하면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구운 것) 섭취를 추천한다.”
실제로 아츠시 박사는 무리 없이 ‘공복’을 만들어 몸을 되살리는 식사법을 병행하며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예컨대, 아침에 팔굽혀펴기와 복근 운동을 하고 힘이 들면 멈추는 식으로 하고 있다.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꼬박 하루, 혹은 며칠을 물만 먹으며 지내는 식’의 가혹한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왜 16시간 공복 필요한가?
아울러 그는 수면 8시간+공복 8시간의 건강법을 실천하면 “몸에 기적이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16시간의 공복 동안, 우리 몸에서는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그가 굳이 16시간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뒤로 10시간 정도가 흐르면 간장에 저장된 당이 소모되어 지방을 분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16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몸속에서 ‘자가포식’이 기능하기 시작한다고.
“‘자가포식’이란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하지만 매우 중요한 단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우리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는 주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낡거나 부서진 단백질은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배출되지 못하고 남은 것은 세포 내에 그대로 쌓여 세포를 약화시키고 다양한 신체 이상과 질병의 원인이 된다. 한편 우리는 평소 음식에서 영양을 섭취하고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하지만 어떠한 원인으로 영양분이 들어오지 않으면 몸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몸 안에 있는 것으로 단백질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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